일 JAL 비상구 8곳 중 5곳은 이미 화염…기장은 379번째 마지막 탈출

홍석재 기자 2024. 1. 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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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일어난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수송기 충돌사건 때 여객기 조종사들은 관제소 지시를 따랐으며, 충돌 순간까지 다른 비행기가 활주로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부터 일본항공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수송기가 활주로에서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난 5시47분까지 관제관과 두 항공기 사이 교신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항공 여객기는 충돌 사고 발생 18분 만에 승객 367명과 승무원 12명 모두 전원 탈출했는데, 일본항공은 긴박한 탈출 과정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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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L 기장 “충돌 항공기 시야에 없었다” 진술
2일 일본 도쿄 하네다국제공항에서 항공기 충돌 사고로 전소된 일본항공 소속 여객기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일어난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수송기 충돌사건 때 여객기 조종사들은 관제소 지시를 따랐으며, 충돌 순간까지 다른 비행기가 활주로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여객기 탑승자 379명 전원 탈출’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승무원과 승객들의 대처 과정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 공영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4일 일본항공(JAL) 여객기 조종사들이 회사 경위 조사에서 “(활주로에 해상보안청의 항공기가) 시야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네다 공항 관제관과 교신을 통해 활주로 안전 여부와 착륙 허가를 끝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해상보안청 수송기가 활주로에 끼어들었다는 취지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전날인 3일 저녁 공개한 관제관과 여객기, 수송기 조종사들과의 교신기록에도 비슷한 정황이 보인다. 하네다 공항 관제관은 사고가 발생한 2일 오후 5시43분2초에 여객기에 활주로 진입 계속을 지시하고 5시44분56초에는 “활주로 착륙 지장 없음”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송기에는 5시45분11초에 “(활주로 근처의 유도로에 있는) 활주로 정지 위치까지 지상 주행하라”고 지시했다. 이 시점부터 일본항공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수송기가 활주로에서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난 5시47분까지 관제관과 두 항공기 사이 교신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 국가교통안전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사고 조사를 시작해 양쪽 기장 등에게 더욱 자세한 상황을 듣는다는 방침이다.

2일 사고로 수송기 탑승자 6명 중 기장 1명이 중상을 입고 다른 승무원 5명은 숨졌다. 그러나, 일본항공 여객기는 충돌 사고 발생 18분 만에 승객 367명과 승무원 12명 모두 전원 탈출했는데, 일본항공은 긴박한 탈출 과정을 공개했다. 여객기는 수송기와 충돌 뒤 동체 뒷부분에 불이 붙은 채 1.2㎞가량을 활주로에서 벗어나지 않고 주행하다가 마지막 300m가량을 남겨놓고 방향을 틀어 포장도로를 약간 벗어난 채 정지했다.

애초 조종사들은 기체에 불이 붙은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승무원들이 화재 사실을 확인한 뒤 우선 승객들에게 “차분히 있어 달라”, “안내가 있을 때까지 좌석에 엎드려 있어 달라”고 소리쳤다. 일부 승객들은 “(승무원의) 말을 듣자”고 외쳤다고 한다. 곧바로 책임자급 승무원은 화재 사실을 조종석에 보고했다. 기내에는 순식간에 연기가 가득 차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 비행기에는 비상 탈출구가 모두 8곳 있는데, 동체 뒤쪽에서 화재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우선 비행기 앞쪽 두 곳의 비상 탈출구를 열었다. 남은 6곳 비상구 가운데 5곳은 이미 일부 불이 붙어 탈출구로 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맨 뒷좌석 왼쪽 비상구가 아직 사용 가능한 게 확인됐지만, 인터폰 고장으로 조종사들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곧바로 승무원들은 자체 판단으로 추가로 맨 뒷좌석 왼쪽 비상구를 열어 남은 승객들을 대피시켰다. 결국 충돌 사고 발생 18분 만인 오후 6시5분, 379번째 탈출자인 이 비행기 기장이 활주로에 발을 디디면서 ‘379명 전원 탈출’에 성공했다.

여객기 승무원의 정확한 규정 준수와 승객들의 차분한 태도가 대형 참사를 막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항공은 비상 대피 때 90초 안에 승객을 탈출시킨다는 ‘90초 룰’에 따라 승무원들이 1년에 한 차례 ‘90초 이내 승객 대피 유도 훈련’을 한다고 전했다.

전직 승무원 출신 고다마 사요리 메이지대 특임교수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무턱대고 탈출구를 열었을 경우, 화염이 기체 내부로 유입될 수 있었다”며 “훈련을 바탕으로 냉철하게 판단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시청은 4일 수사관 30여명을 투입해 현장 검증과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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