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올리는 트럼프…美공화당 인사들 잇따라 "지지합니다"

박가영 기자 2024. 1. 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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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세론'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미국 공화당 첫 대선후보 경선을 열흘여 앞두고 하원 당 지도부가 도널드 트럼프 지지에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온갖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다크 호스'로 부상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큰 격차로 압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AFPBBNews=뉴스1
여론조사 독주에…反트럼프도 "지지하겠다"
3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하원 공화당 서열 3위인 톰 에머 원내 수석부대표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은 그들의 무기고에 있는 모든 도구를 사용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실패한 정책들을 고수할 것"이라며 "공화당은 단결해서 우리의 분명한 선두 주자를 지지해야 할 때다. 그것이 내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자랑스럽게 지지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로써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원내대표, 엘리즈 스테파닉 공화당 의원단 의장, 리처드 허드슨 전국 공화당 의회 위원회 의장 등 하원 공화당 지도부 인사 5명 모두의 지지를 확보하게 됐다. 더힐은 "하원 지도부의 지지는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트럼프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에머 수석부대표의 지지 선언은 그가 '반(反)트럼프' 진영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에머 수석부대표는 2021년 1월6일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지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졌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공화당 소속 의원들에게 당선 인증을 미루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의 대선 결과 인증을 막기 위해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갈등은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에머 수석부대표가 공석이던 하원의장직에 도전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에 "톰 에머 같은 세계주의자 리노(RINO·이름만 공화당원)에게 투표하는 건 비극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가 직격탄이 되면서 결국 낙마했다.

신중했던 공화당 인사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자 경선을 앞두고 지지 선언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더힐의 여론조사 종합 분석에 따르면 오는 13일 공화당 첫 대선 후보 경선이 치러지는 아이오와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1.6%의 지지율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헤일리 전 대사는 각각 18%, 17.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을 거두면 디샌티스 주지사와 헤일리 전 대사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6년마다 선거를 치러 하원의원(2년)보다 민심에 덜 민감한 상원의원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를 확보한 당내 상원의원은 49명 중 19명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경선 레이스 개막을 앞두고 트럼프의 승리 전망이 분명해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AFPBBNews=뉴스1
"콜로라도 대법 판결 뒤집어달라"…트럼프. 연방대법원에 상고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일말의 추격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자세로 선거전에 임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에 불복해 미 연방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콜로라도주 공화당이 연방대법원에 심리를 요청해 판결 효력이 정지돼 경선 출마에 차질이 없지만, 불필요한 논란 차단을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 논란의 배경이 된 건 2021년 1월6일 의회 난입 사태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으로 행진하라고 독려한 게 문제가 됐다. 유권자들은 수정헌법 14조 3항을 근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해 달라고 각주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조항은 헌법 지지 선서를 한 후 헌법에 반하는 반란을 일으킨 사람은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엔 관련 직책들이 나열돼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는다.

쟁점은 대통령직이 '공직'에 해당하는지다. 지난해 12월19일 콜로라도 대법관들은 콜로라도 주 국무장관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주 공화당 예비선거 투표에서 제외할 것을 명령했다. 콜로라도 대법원은 대통령직이 명백한 '공직'이라 헌법에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어 메인주 국무장관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난입 사태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피선거권 박탈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 자격에 대한 최종 판단은 결국 연방대법원의 손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연방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공화당 후보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3명을 포함, 보수 성향 대법관이 전체 9명 중 6명이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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