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남산 곤돌라 장점만 나열한 ‘답정너 설문조사’
‘실제 질문’과 ‘보도자료 질문’ 달라
곤돌라 도입 ‘긍정적’ 측면만 강조
전문가들 “조사 결과 왜곡” 지적
서울시가 ‘남산 곤돌라’ 추진을 위해 여론 조사를 하면서 곤돌라에 ‘긍정적’인 측면만 강조한 질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 조사 전문가들은 여론 조사를 통해 서울시가 ‘특정 답변’이 나오도록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4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을 통해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진행한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 여론조사’의 결과 및 분포표를 확보했다.
앞서 지난달 6일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0.7%가 남산 곤돌라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또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 사업에도 89%가 동의하는 등 곤돌라 도입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고 시민 관심도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보도자료에 공개한 해당 질문은 “남산 곤돌라 도입에 동의하는가?”, “남산 곤돌라 도입으로 남산 접근성 개선과 공공재원 마련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등이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시민들에게 던진 질문은 보도자료와 달랐다. ‘남산 곤돌라 도입’ 질문은 “서울시에서는 누구나 이용하기 편안한 남산을 조성하고, 남산의 생태환경 복원을 위한 공공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공공 곤돌라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귀하는 이에 대해 얼마나 동의하는가”라고 물었다. ‘공공재원 마련’ 등에 관한 질문은 “서울시에서는 공공에서 운영하는 곤돌라 도입을 통해 시민의 남산 이용 불편을 해소하고, 운영 수익금으로 남산 생태 복원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귀하는 이 계획이 남산의 접근성 개선과 공공재원 마련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였다.
여론조사·사회조사 전문가들은 해당 조사의 질문지가 조사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기업 메타보이스 김봉신 이사는 “전체 설문지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공공 곤돌라 도입’ 질문은 긍정적 측면을 짧게 설명하는 사업 추진의 이유만 설명하고 있을 뿐, 공공 곤돌라 도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라며 “이런 설문으로는 (응답자가) 이슈를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사회과학 연구방법론을 연구하는 김현식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곤돌라 도입의 장점만을 나열한 채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었다는 점에서 (답변이) 왜곡될 수 있다”라며 “특정 결과를 유도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이어 “곤돌라 도입의 장단점을 알려주고,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어야 한다”라며 “사회과학 방법론에서는 이런 설문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처음부터 사업을 할 목적으로 편향성을 가진 질문을 하는 것은 결국 왜곡된 결과를 낳게 된다”라며 “사업 추진 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질문 문항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곤돌라를 추진하겠다고 물으면 시민들이 모르니, 사업 소개를 한 것”이라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남산발전협의회 논의 등을 거쳐서 객관적이라고 봤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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