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셀트리온' 효과에 신약개발 파트너도 덩달아 신바람
다케다 아태 지역 사업권 매각에 자금 확충…M&A 실현 가능성 제고
고바이오랩·에이비프로바이오 등 신약 공동개발사 조명에 주가 껑충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이 통합 셀트리온(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출범 이후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합병으로 인한 사업 효율화 및 M&A(인수합병), 추가 합병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결과다. 이는 셀트리온과 신약 개발 맞손을 잡은 바이오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며 덩달아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4일 각 사에 따르면 고바이오랩과 에이비프로바이오의 주가는 지난달 28일 통합 셀트리온 출범 이후 3거래일간 각각 51.8%, 12.1% 상승했다. 비록 이날 두드러진 국내 증시 약세에 주가가 전일 대비 하락했지만, 여전히 최근 한달 새 가장 높은 수준의 주가를 유지 중이다.
양사 주가 급등 배경은 셀트리온과 함께 진행 중인 신약 공동개발 기대감이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28일 해외 판매를 담당하던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 법인 출범을 통해 거래구조 단순화에 성공했다. 통합 셀트리온 출범으로 국내 증시에서 영향력을 키운 것은 물론, 원가 경쟁력 확보 및 통합 자원을 활용한 대규모 투자 가능성도 열었다.
또 지난 2일 다케다로부터 3년 전 인수했던 아시아·태평양 지역 합성의약품 사업권 매각을 발표하며 투자 여력을 확충했다. 셀트리온은 싱가포르 소재 사모펀드에 해당 사업권을 약 2100억원에 매각하며, 700억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통합 셀트리온 출범 이후 신약 개발사로의 도약 의지를 강조한 만큼 M&A 실현 가능성을 한층 키운 셈이다.
M&A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셀트리온 기업가치에도 우호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주가 역시 지난 2일과 3일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통합 셀트리온 출범 이후 3일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주가 상승률은 각각 22.0%, 47.4%다. 셀트리온제약의 경우 향후 통합 셀트리온과의 합병 기대감이 반영됐다.
고바이오랩은 셀트리온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관련 첫 개발 파트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22년 3월 고바이오랩과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본격화를 알렸다.
양사 공동연구는 아직 초기단계지만 고바이오랩이 보유한 원천 기술이 주목받으며 M&A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고바이오랩 주가는 지난해 3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향후 적극적 인수합병 전략을 밝혔을 당시에도 단기급등한 바 있다.
고바이오랩은 기능성 마이크로바이옴 후보 발굴이 가능한 '스마티옴'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다. 국내 최다 수준인 8000종 이상의 균주 라이브러리를 보유 중이며, 건선을 비롯해 정신 질환, 항암제 등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온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핵심 파이프라인인 건선치료제 'KBLP-001'은 오는 3월 글로벌 임상 2상 종료 및 임상결과보고서(CSR)을 앞두고 있다. 개화가 시작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내 국내 선도기업 입지를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셀트리온이 다양한 신약 플랫폼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협력사인 고바이오랩을 향한 관심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올해부터 신약을 비롯한 사업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거듭 밝혀왔다. 셀트리온이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력 강화를 위해 해당 분야 전문기업인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의 최대 지분을 확보한 점도 관련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에이비프로바이오는 미국 관계사인 에이비프로 코퍼레이션과 셀트리온의 이중항체 항암제 협력에 주목받은 경우다. 에이비프로바이오 역시 지난해 5월 셀트리온 인수설에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관련성이 부각될 때 마다 주가 단기 급등을 반복한 전례가 있다.
셀트리온은 2022년 9월 에이비프로로부터 유방암 이중항체 치료물질 'ABP102'의 글로벌 공동 개발 및 판매권리를 이전 받았다. 특히 서정진 회장은 지난해 8월 셀트리온의 셀트리온헬스케온 합병 결정 당시 신약 개발사로의 도약을 다짐하며, 면역항암제와 유방암·위암치료제 임상을 본격화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해당 파이프라인의 일치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셀트리온의 주가 급등은 그룹의 현금 확보에 이에 따른 셀트리온제약 합병 또는 M&A 진행 기대감 상승, 합병에 따른 KOSPI200에서의 셀트리온 비중 상승과 수급 유입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고바이오랩과 에이비프로바이오는 셀트리온과 신약 개발을 위한 협력을 진행하는 상장 바이오 업체로 셀트리온이 다케다 아태 사업권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M&A를 진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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