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찾은 한동훈 "호남서 국민의힘 승리하면 한국정치의 대단한 승리"

韓 "김대중 100주년 기념식 참석할 것…민주화·산업화, 상호배타적 아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찾아 4월 총선에서의 호남 지역구 의석 확보 의지를 강하게 어필했다. 한 위원장은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문제와 관련해서도 "찬성을 넘어 적극 추진하겠다"며 당의 합리성·포용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며칠 뒤 토요일엔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태어나신 지 100년을 기념하는 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도 했다.

한 위원장은 4일 오전 광주 광산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광주시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우리 당은 광주에서, 호남에서 정말 당선되고 싶다"며 "그렇게 된다면 이는 우리 당의 승리이기에 앞서 이 나라 정치의 값을 매길 수 없는 대단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 출범 당시 '운동권 특권 정치의 청산'을 강하게 주장했던 한 위원장은 이날 광주에선 본인이 "앞선 세대가 청춘과 열정을 바쳐서 기적같이 이루어낸 산업화의 밥을 먹었고, 민주화의 시를 배우면서 성장했다"며 "산업화와 민주화 그 둘 중에서 어떤 게 우위인지 말하라고 강요받지도 않았기 때문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상호배타적으로 여기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나 저 이후의 세대들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광주시민들에 대해서 부채의식이나 죄책감 대신에 내 나라의 민주주의를 어려움에서 지켜주고 물려줬다는 깊은 고마움과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며 "부채의식이나 죄책감보다 오히려 이런 깊은 고마움과 존경심이야말로 우리가 동료시민으로서의 연대의식을 가지는 걸 더 강하게 해준다"고도 했다. 이른바 서진정책에 대한 세대론적 접근을 통해 비대위의 혁신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어 한 위원장은 "우리가 (호남에서) 소수라고 움츠러들지 말자. 우리는 광주·호남을 책임지는 여당"이라며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야말로 호남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제가 우리 국민의힘을 이끌면서 그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정책으로써, 예산으로써, 행정으로써 표현하고 실천할 것이라 약속한다"고 그는 말했다.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한 위원장은 '호남 승리를 위한 새로운 인물이 준비됐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지금 호남에서 헌신하시는 분들이 결코 부족한 분들이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정책 등 구체적인 계획을 묻는 질문엔 "호남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정책, 그 동안 호남이 지지했지만 정부가 해주지 않았던 정책들을 과감하게 해줄 수 있다"고만 밝혔다.

다만 그는 '실제적으로 기대하는 호남 의석 수, 득표율이 있느냐'는 질문엔 "우리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광주에서 꼭 당선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 모두에게 멋진 일 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한 위원장은 주로 보수진영 내에서 반대의견이 있어온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문제에 대해서도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는 것을 단순 동의가 아니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적극 찬성'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5.18 민주묘역 참배 당시 이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 한동훈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적극 찬성")

그는 그러면서도 "헌법 개정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절차를 지키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5.18 민주묘역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 "5월의 광주 정신은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신이다. 지금의 헌법정신과 정확히 부합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원포인트 헌법 개헌 등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라고 절차적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보수진영 내에선 여전히 5.18 정신에 대한 폄훼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세상엔 다양한 견해가 있고 그 견해 하나하나를 모두 완전히 말살하는 방식으로 가게 되면 그것도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국민의힘의 공식입장을 말씀드리면 국민의힘은 5.18정신이 민주주의를 지킨 우리 헌법정신과 정확하게 부합하는 정신이라 생각한다"고 다시 천명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앞서 본인이 '공천을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 일각에서 '영남권 물갈이의 시작'이라는 평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는 해석"이라며 "이기는 공천, 과정이 공정하고 국민이 보시기에 멋있어 보이는 공천을 하겠다고 약속드린다. 제가 공천을 책임지겠다는 것은 이 말"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역의원 상당수를 교체해야 한다고 보나'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우리 당이 국민들게 가장 잘 봉사할 수 있는, 그리고 국민들 보시기에도 그렇게 평가할 수 있는 그런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만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광주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지역 당원들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광주)(ghin2800@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