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입원 시켜줘" 생떼 늘까…영아 입원비 '0원'에 의학계 한숨

박정렬 기자 2024. 1. 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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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2세 미만의 입원 진료비 본인 부담금이 면제됐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환영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어 있는 병실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데, 본인 부담이 사라지면 경증 환자도 입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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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없어 병실 줄이는데 소아 입원비 면제…"포퓰리즘일 뿐" 비판도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내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결과 서울 종합병원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에서 대거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은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의 모습. 2023.1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올해부터 2세 미만의 입원 진료비 본인 부담금이 면제됐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환영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어 있는 병실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데, 본인 부담이 사라지면 경증 환자도 입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미 2006년 실패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한 것을 두고 '포퓰리즘의 전형'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세 미만 영아의 입원 진료비 본인 부담금이 기존 5%에서 0%로 낮아져 사실상 '무상 의료'가 적용됐다. 저출산 대책으로 생애 초기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과거 생후 28일 이내 신생아에만 본인 부담을 면제했던 데서 경감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어린아이를 둔 가정은 대부분 환영하지만,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볼멘소리를 낸다. 이유는 첫째, 불필요한 경증 환자 입원이 늘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지난 2006년에도 6세 미만 영유아 입원 시 본인 부담금을 면제하는 정책이 시행된 바 있다. 당시 매년 4~6%였던 입원비 지출 증가율이 39.2%로 폭증했는데, 경증 환자가 지나치게 입원을 많이 하는 '도덕적 해이'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정부는 2년 만에 본인 부담률을 10%로 조정하며 해당 정책을 폐기했었다.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공의와 대화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2.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실비 보험을 적용받으려 경증인데도 입원을 요구하고 퇴원하지 않겠다는 보호자가 많았다"고 떠올리며 "병상이 부족해 중증 환자가 오히려 치료를 못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있었는데 지금이라고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둘째, 장기화 된 인력난에 그나마 병원을 지키는 소수의 의사에게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걱정도 상당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 모집 정원 205명 중 53명이 지원해 지원율 25.9%를 기록했다. 전체 진료과 중 최하위 성적이다. 이미 수년째 전공의 지원율이 바닥을 치면서 대학병원조차 의사가 없어 아픈 환자의 입원을 제한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입원 병동을 축소 운영하거나 추가로 축소할 예정인 곳이 10곳 중 7곳(69%)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 의료가 시행되면, 진료 업무가 느는 것은 물론 입원을 요구하는 보호자와 갈등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의료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또 다른 수도권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정책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돼 아직은 조용하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입원이 필요 없는데도 병원에 남겠다는 보호자와 '민원 전쟁'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홍준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은 "출산율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지만, 붕괴하는 소아청소년과 의료 현실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포퓰리즘으로 밖에 비처지지 않는다"며 "수가 현실화와 같은 파격적인 대책이 조속히 시행되지 않는다면 그나마 현장을 지키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탈이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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