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전쟁 보도에 등 돌리는 우크라인들···“러시아 프로파간다 닮아”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전쟁 관련 정보를 신속히 전달해 호평을 받았던 국영 ‘텔레마라톤 유나이티드 뉴스’(유나이티드 뉴스)가 현실과 동떨어진 전쟁 보도를 이어가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나이티드 뉴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24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우크라이나 내 주요 방송사들을 참여시켜 시작한 24시간 방송이다. 현재 6개 방송사가 참여해 각기 최대 6시간 분량의 전쟁 관련 뉴스를 송출하고 있다. 대통령령에 의해 출범했으며 재정의 40%를 정부가 부담한다.
유나이티드 뉴스는 출범 이후 전투 상황 및 대피소 정보 업데이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 방송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인들의 사기 진작과 생존에 필수적인 구실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유나이티드 뉴스를 두고 “(러시아의 거짓정보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무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에서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나이티드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2022년 5월 69%에서 지난해 10월 48%로 미끄러졌고, 지난해 12월에는 다시 43%로 떨어졌다. 현재 시청률은 10%에 불과하다.
신뢰도와 시청률이 하락한 것은 유나이티드 뉴스가 전쟁에 대한 진실을 전달하고 있지 않다는 시청자들의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언론 모니터링 단체 매스인포메이션 연구소의 옥사나 로마니우크 소장은 “사람들은 ‘우리가 이기고 있고, 모두가 우리를 좋아하고, 우리에게 돈을 주고 있다’는 말에 질렸다”면서 “그것들은 국가의 프로파간다(선전)”라고 말했다.
정부가 뉴스 편집에 관여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7월 경질된 우크라이나 문화정보 장관 올렉산드르 트카첸코는 수시로 뉴스 보도 조정회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 진행자 올레나 프롤리아크는 유나이티드 뉴스가 전쟁을 장밋빛으로만 그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폭격이나 전황과 관련한 보도는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온 뒤에야 보도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유나이티드 뉴스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우크라이나 미디어 전문가 이호르 쿨리아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유나이티드 뉴스에 출연한 정치인들 중 68% 이상이 여당인 ‘국민의 종’ 소속이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들이 운영하는 방송사들은 유나이티드 뉴스에서 배제됐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한때 국가를 하나로 묶는 중요한 도구로 여겨졌던 유나이티드 뉴스는 이제 정부 대변인에 불과하다는 조롱을 받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불리한 형편에 처했다는 사실로부터 시민들이 눈을 돌리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장기전에 대비하는 능력이 취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나이티드 뉴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실을 왜곡해온 러시아 정부·언론의 프로파간다(선전)를 닮아간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지금과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마니우크 소장은 “러시아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전시에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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