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실상 폐쇄 수순···지원재단 해산 결정
2016년 운영 전면 중단 8년 만에
재단, 조만간 이사회서 의결할 듯
정부가 개성공단 관리·운영을 맡아온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지원재단)을 해산하고 청산 법인을 세운다고 4일 밝혔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운영이 전면 중단된 지 약 8년 만에 사실상 폐쇄 수순으로 들어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는 4일 “운영 효율성과 개성공단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성공단 지원재단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산 배경에 대해 “공단 중단 장기화 과정에서 재단의 업무는 사실상 형해화됐고, 대외적으로도 재단 운영 비효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돼 왔다. 최근 북한의 우리 재산권 침해 상황도 재단 업무 재개 가능성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재단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해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에 대해 ‘대북지원부’라고 공개 질타한 뒤 남북교류·협력 분야 업무를 줄이고 전체 예산·인력도 대폭 축소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개성공단지원재단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검토해왔다. 지난해 8월 서호 당시 개성공단지원재단 이사장이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둔 채 사임했다.
개성공단지원재단은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개성공업지구법)에 따라 설립된 법정 기구다. 통일부는 “민법의 재단법인 해산 규정을 준용해 해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개성공업지구법은 19조5항에서 “재단이 해산할 때 잔여재산은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에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19조6항에서 “재단에 관해 이 법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 중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재단을 해산하더라도 입주 기업 지원업무는 민간 위탁을 통해 계속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통일부는 업무 이관 내용을 담은 개성공업지구법 시행령 개정안을 곧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개성공단지원재단 직원 41명에 대해선 희망퇴직 등을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추진된 남북 교류협력의 하나로, 남쪽의 현대아산과 북쪽의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체결한 합의서를 토대로 조성됐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해 남북 교류협력의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부여됐다. 이후 2007년 출범한 개성공단지원재단은 공단 입주기업의 인허가, 출입경, 노무, 시설관리 등을 지원해 왔다.
개성공단은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정부가 출입 인원을 제한하기도 했고 2013년 4월에는 북한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이유로 공단 내 근로자를 철수시키면서 166일간 가동이 중단됐다. 이후 개성공단은 재가동됐지만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2월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개성공단에는 124개 기업이 입주해 있었고,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은 2015년 기준(1월~11월) 5억1500만달러였다.
공단 운영이 중단되면서 지원재단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북한이 우리 측 시설 훼손·철거 및 기업 시설 무단가동 행태가 지속적으로 포착되기도 했다.
재단 해산 결정으로 정부가 개성공단 무단 가동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유보하는 것인지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각 기업의 공장을 무단 가동하는 데 대한 소송 검토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성공단은 소유권자가 기업, 수출입은행, 정부 등으로 다양하다”며 “그런 복잡한 부분에 대해 소송을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지원재단 해산으로 개성공단과 관련한 우리 측 별도 기구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신한용 전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개성공단지원재단이 나름대로 경영 정상화에 도움을 줬고, 소통 창구 역할을 했는데 재단 자체를 해산시키니까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한 기업인은 통화에서 “사전에 (통일부 등에서) 지원재단 해산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면서 “이미 많이 축소한 재단마저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은 개성공단 영구 청산을 전제한 행보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통일부는 재단이 해왔던 기업에 대한 지원 업무는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산 후 재단을 청산법인으로 전환해 직원 5명 이내의 최소 규모로 운영하고, 기업 등기처리 및 민원 등 재단의 잔존 업무는 유관 공공기관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업무 연관성으로 볼 때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서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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