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 "'외계+인' 2부, 모든 답답함 거둔 통쾌한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모든 답답함을 거두고 통쾌하게 마무리되는, 마지막에는 미소 짓게 되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해요."
배우 김태리는 4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주연 영화 '외계+인' 2부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2022년 서울을 배경으로 외계인과 현대인, 고려시대 도사들의 전투를 그린 판타지로 재작년 개봉한 1부의 뒷이야기를 다룬다.
김태리는 갓난아이 시절 고려에서 현대 서울로 시간 이동을 했다가 초등학생 때 다시 고려로 간 소녀 '이안' 역을 맡았다. 뛰어난 무술 실력은 물론 세상을 구하겠다는 용기까지 갖춘 영웅적 인물이다.
김태리는 그러나 1부와는 달리 2부에선 이 캐릭터 내면의 외로움을 표현하려 했다고 회상했다.
"1부에서 이안은 멋있고 담대한 인물로 비치잖아요. 어린 시절부터 굉장히 높은 신체 능력과 지적 수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온 아이니까요. 슈퍼히어로 같은…. 하지만 저는 이안도 인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어디에서 그의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연기했습니다."
반면 액션의 강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검을 든 사내에게 맨몸으로 맞서기도 하고 순식간에 지붕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후반부에는 외계 물체를 향해 멀리뛰기를 하듯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김태리는 "원래 몸 쓰는 걸 너무 좋아한다"면서 "와이어 타는 게 재밌었는데 기회가 적어서 아쉬웠다"며 웃었다.
'외계+인'은 천만 영화를 두 편이나 보유한 최 감독의 대작 프로젝트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2022년 개봉한 1부는 154만여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로 상업 영화로 데뷔한 이후 승승장구하던 김태리는 처음으로 쓴맛을 봤다.
그는 당시 "슬프고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게는 2부가 있으니까"라고 되뇌며 스스로를 응원했다고 한다.
"2부에서는 1부에서 생긴 궁금증들이 하나하나 풀리고 반전도 있어요. 무엇보다 여러 인물이 다 같이 뭉치면서 점점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흐름이 되게 재밌어요. 시사회 때 반응이 궁금했는데, 대부분 잘 보신 것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더 많은 분이 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뿐이에요."
그는 '외계+인'이 운명과 인연,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면서도 무엇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외계+인'이 김태리에게 아쉬움으로만 남은 작품은 아니다.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할 밑거름이 돼준 영화여서다. 그는 시간이 흘러 영화를 그리워하는 순간이 온다면 '외계+인'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다고 했다.
"연기는 외로운 작업이잖아요. 이 영화에는 선배들이 많아서 현장이 참 좋았어요. 그게 그렇게 의지가 될 수 없어요. 제가 막내였던 흔치 않은 행복한 경험을 했습니다. 특히 '찐친'인 준열 오빠에게서 가장 많이 도움받았어요. (염)정아 언니한테선 본능적인 연기를 본받고 싶더라고요. 배우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못 배웠지만요. 하하."
김태리는 '외계+인'을 비롯해 꾸준히 도전적인 작품과 캐릭터를 시도해왔다. 양반집 규수 출신 독립투사(드라마 '미스터 션샤인')부터 우주비행사(영화 '승리호'), 귀신 들린 흙수저 청춘(드라마 '악귀')까지 연기 스펙트럼이 매우 폭넓다. 올해에는 드라마 '정년이'를 통해 여성 국극단 소리꾼으로 변신한다.
작품을 선택할 때 "그간 해보지 않았던 걸 선호한다"는 그는 "새로운 걸 해야 새로운 걸 배우지 않느냐"고 했다.
"하나의 이미지나 한 인물에게 고여 있지 않고 여러 캐릭터와 환경을 만나고 싶은 개인적 욕심도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시대 배경의 작품을 많이 하는 것 같기도 해요. 배우로서 뚜렷하게 그리는 길 같은 건 없어요. 다만 지금까지 하던 방식으로 해내다 보면 그게 가장 밝은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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