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갈등에 쪼개진 세계, 韓이 포기해선 안될 것은...”

홍준기 기자 2024. 1. 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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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 “한국도 리쇼어링보단 교역 상대 확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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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롬바르델리(Lombardell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무역에서 ‘세계화의 후퇴’라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며 “코로나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전 세계 교역량이 잠깐 줄어드는 경우는 있었지만, 큰 틀에서 글로벌 무역의 성장 추이는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이란 글로벌 경제 양대 거인들의 힘겨루기로 세계 경제 분절화(fragmentation)란 파장이 생겼지만, 글로벌 무역은 꺾이지 않고 여전히 증가세란 것이다.

클레어 롬바르델리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OECD 제공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WEEKLY BIZ 인터뷰에서 “한국 고도성장의 동력(動力) 역시 ‘무역’이었다”며 “한국도 공급망 안정을 위해 리쇼어링(제조 시설을 자국에 두는 것)이란 임기응변을 쓰는 것보다 교역 상대 확충이란 근본적 해법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G20(주요 20국) 재무 차관을 겸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영국 총리실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경제 관련 자문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자유무역 이어질 것

지정학적 갈등을 이유로 세계 경제 규모 1·2위인 미국과 중국의 상호 무역 의존도가 떨어지며 글로벌 무역의 ‘편 가르기’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픽=김의균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부터 무역 관련 각국의 규제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상품 무역 증가세가 일부 둔화된 측면도 있다”며 “미국이 중국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점점 더 적게 수입하는 패턴도 나타난다”고 했다. 최근 유엔 무역개발 회의(UNCTAD)는 “2023년 3분기와 2021년 1분기를 비교하면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나라끼리 교역량은 6%가량 늘었는데, 국제정치적으로 불편한 사이인 경우 4% 이상 감소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동맹이나 우방국 위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 나타난 것이다. UNCTAD는 “2023년 상품 무역 규모는 한 해 전과 비교해 2조달러가량 감소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도 “(지정학적 분절로) 교역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각국의 보호주의 정책이 강화되는 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여파에도 자유무역이 꺾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글로벌 무역 규모 총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게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 예상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자료에 따르면, 세계 상품·서비스 교역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2020년에는 22조달러로 2019년 대비 일부 후퇴했지만 2021년(27조3000억달러)과 2022년(31조달러)엔 모두 코로나 사태 이전 교역 규모를 뛰어넘었다. 그는 “모든 국가가 긴밀하게 연결된 현재와 같은 세계에서 무역을 제한하는 건 경제적 번영의 원천을 포기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김의균

◇”리쇼어링도 임시방편”

자유무역 신봉자인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나 대규모 감염병 사태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도 ‘분절’보다는 ‘자유무역’이 공급망 유지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특정 무역 파트너를 골라 제한하면 그간 누려온 자유무역 혜택의 일부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는 것 역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만능 해법이 아니란 게 그의 견해다. 그는 “리쇼어링 정책으로 자국 기업을 국내로 데려온다 해도 외부 충격 발생 시 흔들린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면서 “공급자를 다변화하는 것만이 무역 리스크를 줄이는 근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자유무역에 대한 믿음이 계속 옅어지는 건 우려되는 점이라고 했다. WTO는 지난해 10월 2023년 글로벌 상품 무역이 전년 대비 0.8%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4월 전망(1.7% 성장)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무역 정책은 상전벽해(sea change)를 겪고 있다”며 “2018년 이후 상품 교역을 제한하는 조치들이 이어진 여파”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한국도 6·25전쟁 이후 ‘무역의 힘’으로 지금 위치까지 올랐다”면서 “한국은 물론 어떤 국가든 자유무역을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지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고금리 등 위험 요소도”

2024년 경제 전망과 관련,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선진국 경제가 ‘연착륙’하겠지만 경기 하방 압력을 키우는 리스크들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고금리, 지정학적 리스크, 보호주의 등이 위험 요소로 꼽혔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 불길을 잡기 위해 올린 기준금리도 섣불리 내리긴 어려울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인플레 불길을 되살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근본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는 당분간 실질금리가 플러스 수준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보호주의 무역정책 역시 ‘뇌관’으로 꼽힌다.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주요 무역 경로가 차단되는 등 글로벌 무역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늙어가는 OECD 회원국, 고령화 부담 늘어가

OECD 회원국들은 장기적으로는 ‘고령화’ 충격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게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의 조언이다. 그는 “사람들이 더 길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고령층 비율이 높아지는)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선진국들엔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노동인구 감소, 세수 감소, 연금·보건의료 체계 부담 증가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OECD 국가는 고령화와 관련한 재정 부담이 204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포인트 수준으로 추가 증가하고, 2060년까지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이미 공공 부채 증가, 고금리 대응, 기후변화 대응재원 마련과 같은 산적한 과제가 있어서, 고령화 대응은 건전 정부 재정 유지에 또 다른 난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노동 개혁으로 고용률을 높이고, 정년 연장 등에 대한 검토가 시급하다”며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고, 연금 수령액을 기대 수명에 연동해 조절하는 식의 연금 개혁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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