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치외법권’ 특별법에 노동계 강력 반발···“법안 폐기하라”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상임위에서 특정 지역에는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 주요 노동관계법 대부분을 미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양대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이 반발하고 나섰다.

양대노총은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에게 ‘노동관계법을 무력화하는 반헌법적 지역균형투자촉진특별법안을 폐기하라’는 의견서를 보냈다.

국회 산자위는 지난해 11월30일 비수도권 지역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수도권 내 인구감소 및 접경지역 지자체장이 신청하면 위원회 심사를 거쳐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할 수 있다는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특별법안은 특구에 주요 노동관계법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규제 완화 금지 항목으로는 근로기준법 제50조와 51조, 최저임금법 제6조,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5조,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와 39조 등을 제시했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대다수 법 조항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연장노동시간 주 12시간 제한 규정(근로기준법 53조)을 두지 않아도 되고, 최저임금도 특구만 별도로 정할 수 있다.

양대노총은 특별법이 노동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특구 내에서는 노동관계법 적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도 있는 것으로서 헌법 제32조의 근로의 권리, 제33조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인 발상”이라며 “사용자가 노동자를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악법으로서 반드시 폐기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사실상 특정 지역 내 노동·환경에 대한 치외법권을 용인하고 있다”며 “법안 폐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산업부 장관이 노동관계법 내용을 다르게 정하는 것이 행정원칙에 어긋난다고도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법률로 정해야 할 근로기준, 최저임금, 노동3권, 산업안전에 관한 사항에 대한 법규범을 산업부 장관이 임의로 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며 “위임입법의 한계를 명백하게 일탈한 것”이라고 했다.

특정 지역 노동자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및 균형발전과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노총은 “보편적 노동권 보장을 통한 취약노동자 보호,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를 통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극복이라는 시대적 과제의 해결방안과 역행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국토의 균형발전은 혜택을 통해 투자를 유인하고 지속하는 것을 통해 달성하는 것이 적절하지,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해 희생을 강요하고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을뿐더러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특별법은 현재 상임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 산자위원들은 법안에 이견을 내지 않았지만, 민주당 환경노동위원들이 법안에 반대 입장이라 실제 법 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양대노총은 법안 폐기 때까지 반대 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