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원 들여 낙서, 1억원 배상해야”…경복궁 낙서범들의 최후
담장에 낙서를 한 피의자들에게는 약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 손해배상이 이뤄지면 지난 2020년 문화재보호법 개정 이후 첫 사례가 된다.
문화재청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국가유산 훼손 재발방지 종합대책 언론설명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16일(1차)과 17일(2차) 경복궁을 둘러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 궁장(궁궐담장)과 영추문에서 스프레이 낙서가 발견됐다.
1차 낙서자는 10대 남성, 2차 낙서자는 20대 남성으로, 1차 낙서자는 소년범이란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나, 2차 낙서자는 구속송치 된 상황이다. 1차 낙서자는 2000원짜리 스프레이 두 통을 사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훼손된 담장의 보존처리에는 문화재청의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와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의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들이 총 8일간(12월 16일~20일/ 12월 26일~28일), 하루 평균 29.3명 규모로 투입되었다.
레이저 세척기와 스팀 세척기, 블라스팅 장비 등 전문장비는 총 5일간 투입되어 장비 임차료 총액은 946만 원으로 집계되었고, 이외에 방한장갑과 정화통, 방진복 등 소모품 비용으로 1 207만 원이 들어 장비임차와 소모품은 4일 현재 총 2153만 원으로 집계되었다.
문화재청은 이 금액과 함께, 투입된 전문가 인건비 등을 포함한 전체 복구비용을 약 1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현재 80%의 복구율을 100%로 마무리한 후 전체 복구비용을 감정평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감정한 후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0대 낙서자에게도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진다. 문화재청의 법리 검토 결과 10대에게도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 다만, 변상할 능력이 없는 경우 그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제82조의3제3항)에 따라 원상 복구에 소요된 비용을 징수하고, 유사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같은 법 제92조제1항에 따른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강력히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2020년 6월 지정문화유산에 대한 낙서 등 훼손 행위에 대한 원상 복구 명령 및 비용청구 등을 위해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여 근거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이번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문화재보호법 개정 이후 첫 사례다. 이전에는 복구 명령을 내리거나 형사처벌이 주를 이뤘다.
지난 2017년 9월 울산 울주군 언양읍성 성벽에 스프레이 낙서를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에게 1심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성벽 복원비용에 약 2700만원이 든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삼전도비 낙서 사례는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문화재청은 경복궁 담장 낙서와는 별도로 4대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의 내부에 있는 낙서 현황을 파악한 결과, 건물의 기둥과 벽체 등에 연필이나 유성펜, 수정액 등이 사용된 낙서와 뾰족한 도구 등이 사용된 새김훼손 등을 다수 확인했다.
훼손유형과 정도에 따라 경미한 수리 범위에 해당하는 경우 상시관리를 통해 조치해나갈 예정이며 수정액, 래커 등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보존처리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궁궐 외곽 순찰을 강화하기 위해 순찰지역을 확대하고, 야간시간대에는 2~4회 자체 순찰을 하고 있으며, 특히 경복궁은 연내로 야간시간대 순찰을 8회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할경찰서와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외곽경계부에는 경찰도 순찰을 지속하고 있다.
아울러 경복궁 외곽담장에 기존 14대인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20대 더 추가하는 등 4대 궁과 종묘, 사직단의 외곽 담장에 총 110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외에, 국가유산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4대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은 출입부와 주요 관람영역에 낙서금지 등에 대한 안내배너 42개를 설치했으며, 4개 국어로 작성한 안내판도 32개소에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관람해설과 궁궐 안내방송을 통해 낙서행위 금지 안내를 하고 있으며, 궁능 입장권과 안내책자(리플렛 등)에 낙서 등 훼손 금지 문구(4개 국어, 국·영·일·중문)를 삽입하여 지속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궁능관람규정에 문화유산 훼손행위 금지 등에 대한 항목을 마련하는 규정 개정도 추진한다.
문화재청은 또 다음 달까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낙서 등 훼손에 취약한 국가유산과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을 파악한 후, 4월까지 광역시·도에서 운영 중인 국가유산 돌봄 사업을 정기 점검해 심층 점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위적 훼손을 조기에 인지하고 자동알람 및 경고방송과 현장출동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지능형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이 추가로 필요한 국가유산을 파악할 예정이다. 확인된 취약지역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광역시·도에서 국가유산 돌봄 사업을 통해 매월 정기점검을 실시하고, 내년에는 돌봄 사업의 점검 인력을 올해 대비 25%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부터 국가유산 안전경비원을 대상으로 훼손상황 발생 시 신속한 초동대응을 위한 방재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내년에는 관리 사각지대 순찰 및 훼손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력증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 누리집,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낙서 등 국가유산에 대한 훼손을 금지하는 콘텐츠를 제작·게시하고, 인식 개선 콘텐츠와 안내책자 등을 제작·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청소년 대상 문화유산 교육교재에 문화유산 훼손의 문제와 보호의 중요성을 포함시킬 것이다.
이러한 대국민 홍보와 함께 국가유산에서 낙서 등의 훼손이 발생하면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문화재청 누리집(신고센터-문화재 훼손신고)과 국가유산 훼손신고 전화(1661-9112) 운영을 통한 국민신고제를 활성화한다.
이외에도, 국가유산의 재질과 오염물 성분에 따라 맞춤형 보존처리 기술의 신속한 적용이 가능하도록 역량을 강화하고, 낙서 등 오염물 제거방법의 현장 적용을 위한 실용화된 기술과 매뉴얼 등을 작성해 지방자치단체와 보존처리 관계자 등에 보급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경복궁 담장 훼손사건을 계기로 국가유산의 보호 역량을 보다 확대·강화하고, 향후 이와 같은 훼손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엄정하게 적용하고 관용 없이 강력히 대응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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