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도 고용승계” 국민은행 콜센터 노동자들 다시 거리로

용역업체, 육아휴직자에 정상출근 요구
“국민은행, 방관 말고 원청 책임 다하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국민은행 콜센터 육아휴직자 승계 거부’ 기자회견을 하고 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 제공

지난해 케이비(KB)국민은행의 콜센터 용역업체 계약 축소로 해고 위기에 놓였다 가까스로 고용 승계를 약속받은 노동자들이 다시 거리에 나섰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고용 승계한 용역업체가 육아휴직자와 육아기 단축근로자의 승계를 거부한다”며 “국민은행이 나서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민은행 콜센터 직원 240명의 고용을 승계한 용역사 중 하나인 ㄱ업체는 고용승계 대상 중 육아휴직자와 육아기 단축근로자에게 이대로는 고용승계가 불가하다며 정상 출근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육아휴직자 1명은 복직을 포기해 사실상 해고됐고, 단축근로자 5명은 갑자기 자녀를 맡길 데가 마땅치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6개로 운영하던 콜센터 용역사를 4개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에 따라 지난해 11월 대전에 있는 용역업체 2곳이 재계약을 하지 못했고, 해당 업체 소속 콜센터 직원 24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12월 콜센터 노동자들과 노동계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를 제기하자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중재에 나섰고, 국민은행과의 콜센터 용역 계약을 유지한 다른 업체 2곳이 나눠 240명 전원의 고용을 승계하기로 했다. 그런데 고용 승계를 약속한 용역사 2곳 중 ㄱ업체만 육아휴직자와 육아기 단축근로자를 채용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ㄱ업체 관계자는 “이전 회사에서 퇴사하고 우리 회사에 새로 채용된 것이기 때문에 이전 근무 경력은 인정하지 않고, 제도상 입사 뒤 6개월이 지나야 육아휴직과 단축근로를 할 수 있다”며 “현재 우리 회사 소속 직원들 모두 같은 기준으로 고용 계약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도 이번에만 예외를 두긴 어렵다. 휴직자는 출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단축근로자 중 정상 출근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직원에게는 말미를 줬다”고 말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똑같이 고용 승계된 상황에서 ㄱ업체 소속으로 분류됐다는 이유만으로 고용상 불이익을 받는 것은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는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육아휴직자와 단축근무자도 기존대로 출근할 수 있도록 ㄱ업체에 요구했으나 회사 쪽은 해당 직원들에게 연락해 정상 출근하라고 압박했다”며 “고용승계를 믿고 있던 노동자 입장에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도 대한민국 여성 노동자로 고용불안 없이 일하고,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우고 싶다. 육아휴직에 들어가며 ‘우리 회사가 계약이 안 돼 일자리가 없어지진 않을까’, ‘고용승계는 됐는데 육아휴직은 승계가 안 되면 어쩌나’ 등의 걱정을 하고 싶지 않다”며 “국민은행은 용역업체가 행하는 불합리한 고용 승계 과정을 방관하지 말고, 원청의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관련 소식을 듣고 지난해 12월29일 ㄱ업체에 전화해 다른 업체와 형평성 문제도 있으니 (육아휴직자와 육아기 단축근로자의 고용승계를 위한) 방법을 찾아주면 좋겠다고 얘기했지만, ㄱ업체의 직원 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한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ㄱ업체의 행위가 불법이 아니더라고 육아휴직과 육아기 단축근로 등은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도할 수 있는 부분은 더 하겠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