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만 가능할 줄 알았는데…13세 소년은 어떻게 테트리스를 이겼나 [오늘 이슈]
13세 소년이 역사상 처음으로 테트리스 게임의 마지막 단계를 깼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습니다.
BBC는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사는 13살 소년 윌리스 깁슨이 157레벨까지 쉬지 않고 게임을 하면서 테트리스 게임에 등장하는 벽돌을 없앴고, 결국 게임에 내장된 메모리가 감당을 못하고 멈추면서 테트리스를 끝낸 최초의 사람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 막힘 없는 손놀림... 38분 만에 테트리스 게임 '클리어'
윌리스 깁슨이 테트리스 게임을 끝내는 데는 38분이 걸렸습니다. 게임 막바지에는 수직 낙하하듯 순식간에 떨어지는 모든 벽돌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정확한 자리로 보내 벽돌이 쌓이지 않게 했습니다. 미동도 하지 않고 게임에 빠져있던 그가 수많은 벽돌을 처리하며 마침내 게임을 끝냈을 때 점수판에는 999999점이 표시돼 있었습니다.
999,999점에 이르고 테트리스 게임이 멈춘 순간, 윌리스 깁슨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면서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BBC는 사람이 테트리스를 막힘 없이 계속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테트리스가 게임 플레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킬 스크린'을 띄우게 되고 그렇게 게임이 끝난다고 설명했습니다.
※ 윌리스 깁슨이 38분 만에 테트리스를 '클레어'하자 놀람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인간이 할 수 있는 테트리스 최대치는 29레벨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 한계를 점차 극복했으며, 마침내 열세 살 소년 윌리스 깁슨이 157레벨까지 플레이하면서 테트리스의 끝까지 가 본 최초의 사람이 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윌리스 깁슨이 게임을 끝냈을 때 18레벨로 표시된 것은 처음 게임을 개발했을 때, 157레벨까지 갈 수 없을 것으로 지레짐작해서 높은 레벨은 표현되지 않게 코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테트리스는 지난 1984년 옛 소련의 공학자인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만들었고, 1989년 닌텐도 게임기에 탑재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화면과 구성은 단순하지만 벽돌이 새로 나올 때마다 어느 자리로 보내야 할지 곧바로 판단해야 하고, 손놀림도 빨라야 게임을 잘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게 테트리스의 매력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장점에 힘입어 2천 년대 들면서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수많은 게임이 나왔어도, 테트리스는 변함없이 전 세계 곳곳에서 게임팬들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가 됐습니다.
BBC는 수년 전만 해도 테트리스는 레벨 29가 인간의 한계점으로 여겨졌다고 말했습니다. 레벨 29가 되면 벽돌이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져 인간이 반응하기에는 벅차다는 얘기입니다.
■ 새로운 기법 도입하며 테트리스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
하지만 지난 2010년 프로게이머 토르 애컬런드가 레벨 30에 이르면서 이 벽을 깼습니다. BBC는 당시 토르 애컬런드는 마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떠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하이퍼태핑'이라는 방식으로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테트리스 레벨 29를 깬 최초의 인간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이후 하이퍼태핑은 여러 테트리스 게이머에게 퍼져 나갔고, 손의 움직임 속도를 높이려는 갖가지 시도가 잇따랐습니다. 그렇지만 테트리스를 끝낸 사람은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에 미국의 열세 살 소년이 테트리스의 끝까지 가 본 최초의 게이머가 된 겁니다.
BBC는 특히 지금까지 닌텐도 버전의 테트리스는 오직 인공지능만이 깰 수 있었다면서,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됐던 테트리스 끝내기를 사람이 해냈다는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인지과학자인 톰 스태포드 교수는 BBC에 기고한 글에서 열세 살 소년 윌리스 깁슨의 테트리스 '만렙' 달성은 디지털 시대 인간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 AI만 깰 수 있다고 여겨졌지만... '디지털 시대 인간의 잠재력도 열려 있어'
영국 셰필드 대학교의 톰 스태포드 교수는 닌텐도 버전 테트리스의 경우 레벨이 29에 이르면 속도가 갑자기 두 배 정도 빨라진다면서, 이때부터 사람이 적응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톰 스태포드 교수는 테트리스를 즐기는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사람들끼리 의견을 나누며 테트리스를 더 잘 '깰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어렵다고 여겨졌던 벽을 조금씩 넘어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톰 스태포드 교수는 과학자들이 이와 같은 현상을 일종의 '문화적 진화'로 여기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테트리스 게이머의 경우도 (하이퍼태핑에 이어) 손가락으로 드럼을 치는 것처럼 게임 콘트롤러를 조작하는 '롤링'이라는 기법을 도입하면서, 또 한 번의 도약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톰 스태포드 교수는 닌텐도 버전 테트리스의 경우 세상에 나온 지 34년이 됐지만, 롤링 기법이 인기를 얻게 된 지는 수년이 채 되지 않는다면서, 윌리스 깁슨도 이 롤링 방식을 통해 테트리스의 새 역사를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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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in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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