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작심 비판한 이복현…"자기 뼈가 아닌 남의 뼈 깎는 격"

유진아 2024. 1. 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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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위한 자구안 아닌가 의구심"
"외담대 미상환, 약속 어긴 얇은 핑계"
채권단 입장에서 보면 (태영건설이) 자기 뼈를 깎아야 하는데 남의 뼈를 깎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의 자구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기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여 워크아웃을 진행할 수 있는데 태영건설이 내놓은 자구안은 남의 뼈를 깎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태영건설이 지난달 28일 만기가 도래한 상거래채권액 전부를 갚을 것이라 공언하고도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미상환한 것에 대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진아기자 gnyu4@

이복현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태영건그룹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문제에 대해 "(오너 일가의 재원은) 단 1원도 포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날 태영건설은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 자구안을 발표했다. 자구안에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매각 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등이 담겼다. 하지만 오너 일가 사재 출연 규모나 채권단의 주 관심사였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은 언급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이 원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지원하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오너 일가의 급한 쪽에 자금을 쓴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있다"며 "그나마 쓴 것도 회장 개인 자금이 아니라 회사 자금"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코비트 매각도 의미 있는 금액이 나올 순 있으나 다른 주요 주주가 있고, 여건상 단기간에 매각이 성사돼 유동성 자금이 들어오는지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협력업체나 수분양자, 채권단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의 기본요건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태영건설 지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지키는데 자금이 쓰이는 게 현실"이라며 "오너 일가가 자회사 매각 등 현금 유동자산이 있음에도 계획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태영건설의 외담대 상환이 워크아웃을 위한 신뢰 회복의 기초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태영그룹 측은 금융당국에 지난달 28일 만기가 도래한 상거래채권액 전부를 갚을 것이라 공언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채권단 신뢰가 크게 하락한 상태다. 태영그룹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돌아온 태영건설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담대 451억원을 금융채권으로 보고 갚지 않았다. 

태영건설은 이와 관련 "협력업체가 할인해 간 금액은 금융채권에 해당하며 1차 협의회가 열리는 11일까지 모든 금융채는 유예된다"면서 "채권단에도 유예 대상 채권 범위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관련기사:[태영건설 워크아웃]'SBS 지분 팔 생각은 안 했다'는 태영(1월3일)

이에 대해 이 원장은 "법률적 해석 자체가 틀리지는 않았다"면서도 "외담대 운영이 안 되면 원활한 사업 진행이 어렵기 때문에 태영그룹 측도 이 부분을 다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담대 미상환은) 약속을 안 지킨 얇은 핑계가 불과하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 원장은 이날 태영그룹을 향해 최후통첩도 날렸다. 그는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수긍할 수 있는 자구안이 11일 전에 나와야 하는데, 이번 주말을 넘기면 산은이 다른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태영건설 자구안을 바탕으로 11일 1차 협의회에서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한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해 채권단에선 태영건설 자구안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만큼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동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구안을 추가로 내놔야 한다고 압박한 셈이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선택하지 않으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이복현 원장은 "태영그룹 측에서 아직 연락이 없었는데, 당국의 입장이 있고 연락이 오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불완전판매 논란과 관련해선 "12월 중 12개 판매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판매사에서 판매 한도 관리 시스템과 핵심성과지표(KPI) 조정을 통해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 판매 드라이브를 걸었고 계약서 미보관 등 전반적인 관리 체계상의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조속히 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책임의 원칙하에 금융투자 상품을 거래해야 되는 것은 자본시장의 기본 원칙"이라면서도 "다만 과거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사태 등을 경험한 판매사들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합성 원칙 등을 실질적으로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책임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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