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속 사람·도시 사이 관계 관찰… 이면을 담다

김신성 2024. 1. 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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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대 주변은 2003년 문화지구 계획이 발표된 이후 술집과 노래방, 음식점 등 소비성 상업자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지가와 건물 임대료가 크게 치솟아 가난한 대안문화 공간들이 밀려나고 말았다.

건물 소유주들이 지가상승 효과를 노려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기존 문화시설의 퇴거를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갤러리와 문화카페, 스튜디오, 소공연장 등이 잇따라 쫓겨났다.

안양 덕현지구 등 여러 재개발 지역을 돌아다니며 창틀, 기둥, 망, 의자 등을 가져와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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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연 개인전 ‘젠트리피케이션’
대도시의 교외화… 구도심 다시 개발
저소득층 주민 주거비 감당 못해 떠나
‘거대한 폐허’ 현장 인상 깊게 남아
폐기 산업품 활용 콜라주 작품 등 제작
세계화 등이 공간에 미치는 문제 말해
조용하고 공감 강요 안 해 편안한 전시

서울 홍대 주변은 2003년 문화지구 계획이 발표된 이후 술집과 노래방, 음식점 등 소비성 상업자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지가와 건물 임대료가 크게 치솟아 가난한 대안문화 공간들이 밀려나고 말았다. 건물 소유주들이 지가상승 효과를 노려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기존 문화시설의 퇴거를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갤러리와 문화카페, 스튜디오, 소공연장 등이 잇따라 쫓겨났다. 과거에는 미술이, 이후에는 음악이, 근래에는 라이브클럽 문화가 중심이 되어 창조지구의 성격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에는 문화발전과 상관없이 유흥을 즐기는 댄스클럽이 활황이다.

redevelopment(재개발, 2023)
대학로와 인사동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대학로는 순수 예술의 생산지이자 소비지로서 명성을 누렸다. 그러나 유입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주점 등 유흥업소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문화예술지구의 성격을 상실했다. 상업시설의 무분별한 영역 확장은 대학로 일대 땅값부터 올려놓았고 이는 소극장이 세 들어 있는 건물 임대료와 극장 대관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인사동도 전통문화 업종은 음식점 등에 밀려 임대료가 싼 뒷골목으로 옮겨간 지 오래고, 국적 불명의 관광기념품들이 노점상에서 팔리고 있다. 경리단길, 경복궁 근처 서촌, 성수동 등도 마찬가지다.

The matchbox1(성냥갑, 2022)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도시재활성화) 낙후된 구도심 재개발에 따라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이다. 
The matchbox5(성냥갑, 2022)
이는 대도시의 교외화(郊外化)와 관련이 있다. 도시 발전에 따라 중심 시가지에서 도시 주변으로 거주지를 옮겨간다. 이때 교외 지역은 자본이 집중 투여되면서 발전하는 반면, 도심지는 교외로 이주할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이 남아 낙후지역으로 전락한다. 저렴해진 지역에 주목한 개발업자들이 지주와 결합해 재개발하기 시작한다. 도심의 주거 환경이 다시 향상되고 부동산 가격 등 자산 가치가 상승한다. 이에 따라 주거 비용도 높아져 원래의 저소득층 주민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거주지를 떠나게 된다. 

작가 신혜연은 젠트리피케이션과 재개발에 주목한다. 사람과 도시 사이의 관계를 관찰한다. 버려진 산업용품을 활용한 콜라주 작품과 설치물 제작을 통해 도시에 대한 철학적, 개념적 사고를 이끌어 낸다.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결과로, 도시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문제를 이야기한다. 과잉 개발과 재개발의 뒷면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그로 인해 유발되는 후유증과 감정, 그리고 그에 대한 이슈를 전달하고자 한다.

Regenicide(재학살, 2022)
그의 작품은 그러나 비참하거나 처연하지 않다. 오히려 조명에 따라 붉은색과 청색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마치 색조를 포인트 삼은 추상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The portrait(자화상, 2023)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전에 쓰던 세간들이 눈에 띄는데 ‘그때 그 시절’로 소환되어 정겨운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공감’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편안하다.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전시다.

Spiritless city(영혼없는 도시, 2023)
작가는 대학 졸업전을 준비할 무렵 을지로와 청계천의 재개발 현장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흔적없이 빠져나간 뒤의 거대한 폐허가 오래도록 인상 깊게 남았다. 그가 젠트리피케이션에 천착하는 이유다. 안양 덕현지구 등 여러 재개발 지역을 돌아다니며 창틀, 기둥, 망, 의자 등을 가져와 작업했다. 이화여대에서 심리학과 미술학을 전공하고, 미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매니토바대에서도 미술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가 아예 정착해 활동 중이다.

신혜연의 개인전 ‘Gentrification’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르띠앙서울 갤러리에서 10일까지 열린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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