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그거 오덕들이나 보는 거 아냐?”…백화점에 뜬 이유 ‘의외’

롯데 본점 ‘앙상블’ 특별전에
젊은 여성 몰리며 입장권 매진
‘큰손’ 덕후 노린 마케팅 확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그라운드 시소’에서 열린 모바일 게임 ‘앙상블 스타즈’의 특별전시에 관람객이 방문한 모습 <사진=롯데백화점>

유통업계에서 ‘덕후’를 겨냥한 마케팅을 잇따라 열고 있다. 덕후는 게임과 만화 등 특정 분야에 몰두해 시간과 돈을 쓰는 마니아층을 일컫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유래된 말로, 이들은 적극적인 소비성향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은 내부 미디어 전시관인 ‘그라운드 시소 명동’에서 애니메이션·모바일 게임 ‘앙상블 스타즈’ 특별전시를 작년 말부터 오는 7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출시 3주년을 맞은 앙상블 스타즈는 남성 아이돌 그룹을 직접 육성하는 카드 게임의 일종이다. 전세계 약 3000만명 가량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애니메이션·라이브방송 등 콘텐츠 분야도 넓히고 있다.

행사장에는 평일 낮시간에도 다수의 10~20대 젊은 여성들이 몰려들어 캐릭터들을 관람하고 있었다. 실제로 전시 주최 측에 따르면 행사 방문객의 약 95%는 10~30대 여성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말을 비롯해 평일 저녁 시간에는 입장권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요 시간대 입장권이나 ‘린네’ 등 게임 주요 캐릭터의 키링 등 기념품은 웃돈을 얹어 중고거래로 판매되고 있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그라운드 시소’에서 열린 모바일 게임 ‘앙상블 스타즈’에 방문객들이 관람하는 모습 <사진=롯데백화점>

19세기 유럽의 화가인 모네·알폰소 무하 등의 전시를 진행했던 그라운드 시소에서 가상의 게임 캐릭터들을 전시로 선보인 것은 덕후들의 적극적인 소비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나치게 한 분야에만 매몰됐다는 뜻의 멸칭으로 쓰이던 오타쿠 팬층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산업의 ‘큰손’ 역할을 하고 있다.

슬램덩크·포켓몬 등 애니메이션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로 끊임없이 사랑을 받고, 레고 등 장난감 시장이 성인들에게 사랑받는 것도 ‘덕후노믹스’의 일환이다. 글로벌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약 240조원에 달하고, 게임 이용자 수도 33억8000만명을 기록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그라운드 시소’에서 열린 모바일 게임 ‘앙상블 스타즈’에 방문객들이 관람하는 모습 <사진=롯데백화점>

소비심리가 위축된 유통업계에서 ‘덕후 마케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도넛 업체 노티드와 게임 ‘로스트아크’가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컬래버 팝업 행사를 열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당시 팝업 행사장에서는 첫날부터 1000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전날 밤부터 굿즈를 사기 위해 진을 치고 기다릴 정도로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게임단 T1의 팝업 행사가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