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발 이민자 대응 미흡"…美공화당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 추진
국토안보위 10일 탄핵 청문회 개최…통과 가능성 낮지만 지지층 결집 노려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공화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멕시코발 이민자 대응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국토안보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선을 불과 10개월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결의안을 하원에서 가결한 데 이어 이민 문제를 집중 공략해 보수 결집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3일(현지시간) 멕시코와 맞닿은 텍사스 남부 이글패스에서 국경 순찰 시설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불법 이민 문제가 한계점에 도달했다"며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발표했다.
존슨 하원의장은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정부는 국경 보호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며 전임자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경 강화 정책을 철회한 바이든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린 오늘 국경이 전 세계에 활짝 개방된 것을 직접 목격했다"며 "170여개국에서 멕시코 국경을 거쳐 미국을 들락거린다. 이들은 고국에서 목숨을 잃을까 봐 두려워 망명한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마요르카스 장관을 향해 '멕시코 잔류' 정책을 복원할 것을 촉구했다. 멕시코 잔류 정책은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이민자들이 미 본토가 아닌 멕시코에 머물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정부 때 시행됐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를 비인도적인 조치라며 폐기했다.
구체적인 탄핵 일정도 이날 공개됐다. 공화당 소속 마크 그린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은 마요르카스 장관에 대한 하원 탄핵 청문회를 오는 10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이 의도적으로 불법 이민을 조장했다고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존슨 하원의장과 그린 위원장을 비롯해 공화당 하원의원 60명이 자리를 지켰다.
국토안보위 청문회를 거쳐 하원 본회의에서 하원의원 과반이 마요르카스 장관을 유죄로 표결하면 공은 상원에 넘어간다. 상원에선 3분의 2가 유죄표를 행사해야 하는데, 100명의 전체 상원의원 중 51명이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에 탄핵 가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원 역시 공화당이 과반이긴 하지만 민주당과의 의석 격차가 단 2석에 불과해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난 1년간 하원 국토위 차원에서 마요르카스 장관에 대한 조사를 마친 공화당 의원들은 국경 관리 책임을 물어 탄핵 절차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엔 11월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공세 수위를 높여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공화당 지도부의 복안이 깔려 있다.
특히 이날 거론된 이민자 문제는 유권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다. 미 국경 당국에 따르면 불법 월경으로 체포된 이민자수가 지난달 30만2000명을 넘어섰고, 하루 최대 1만명이 구금됐다. 이에 지난달 하버드 캡스-해리스폴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민주당식 이민정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8%에 그쳐 한달 새 8%포인트나 급감했다.
또한 현재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처리를 두고 백악관과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공화당이 국경법안 통과를 합의 타결 조건으로 내건 만큼 마요르카스 장관 탄핵 추진은 협상력 재고용이란 해석도 나온다. 공화당이 발의한 국경법엔 망명 신청자에 대한 심사와 신속한 추방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화당이 탄핵 카드를 꺼내든 건 불과 한달 만이다. 하원은 지난달 14일 본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 결의안을 가결했다. 공화당에서 조사해 온 바이든 대통령의 가족 비리 의혹을 하원 차원에서 조사할 수 있도록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결의안에 구체적인 증거가 누락돼 백악관과 민주당은 '흠집 내기용'이라고 비판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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