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 성지" 돈 끌어모아도…3만원 내면 업무정지도 피한다

이창섭 기자 2024. 1. 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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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마약류 취급업자 과징금 부과 체계 개선 추진
매출별 과징금 산정 기준과 징벌적 과징금 필요성 등 연구
"마약과 전쟁 절실" 대통령 강력한 의지… 식약처 "모든 수단 강구"
올해 3~4월 구체적인 정책안 마련… 연내 입법 목표

정부가 불법적으로 마약류를 처방한 의료기관에 부과하는 과징금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행법상 마약류를 취급하는 의료기관이 법 위반으로 업무정지 1년의 처분을 받아도 1080만원 정도의 과징금만 내면 이를 갈음할 수 있어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매출에 비례해 과징금을 산정하는 것과 징벌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최근 '마약류 취급업자 등 과징금 부과 체계의 합리적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정책 연구 목적은 국내 마약류 취급업자에 부과하는 과징금 체계의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마약류 취급업자에는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포함된다.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하며 처방할 수 있는 자를 가리킨다. 진통성 마약류 펜타닐이나 식욕억제제 마약류 펜터민 등을 과다 처방하는 이른바 '성지'라고 불리는 병·의원이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마약류를 불법적으로 처방하는 병·의원에는 과징금이 부과되지만 금액이 매우 적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6조에 따르면 마약류 취급업자가 업무정지 처분을 받으면 2억원 이하에서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에 따르면 업무정지 1일을 갈음할 수 있는 과징금은 3만원이다.

가령, 의료기관이 불법적으로 마약류를 유통해 '마약류 취급 업무정지' 처분 1년을 받는다면 이를 1080만원의 과징금으로 대체하고 계속 처방할 수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런 식으로 업무정지 처분을 회피해 온 의료기관이 여럿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소재의 한 의원은 업무정지 13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1170만원을 내고 진료를 이어갔다. '펜타닐 성지'로 불리는 이곳은 한해 수백회씩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했다. 업무정지 처분은 병·의원의 비정상적인 마약류 처방을 막는 것이지만 적은 과징금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이 사실상 제재를 무력화한다.

이에 법을 개정해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없게 하거나 과징금 액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식약처가 연구 용역을 발주해 과징금 부과 체계 개선안을 마련하려는 이유다. 식약처는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는 재작년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국가적으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국내외 마약 관련 또는 유사 법률 위반 시 부과되는 과징금 유형, 상한액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마약류 취급업자에 대한 매출 별 적정 과징금 산정안을 제시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지금처럼 일괄적으로 업무정지 1일 처분을 3만원으로 치환하는 게 아니라 마약류 처방으로 돈을 많이 벌수록 과징금도 세게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또 법률 위반 중대성을 고려해 과징금 대체를 금지하는 대상을 발굴한다.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으로 갈음했던 사례를 분석한 뒤 갈음이 허용되지 않는 엄중한 위반 행위를 분류한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사례에는 징벌적 과징금을 매길 수 있는지도 연구한다. 국내외 마약 관련 또는 유사 법률에서 징벌적 과징금 제도가 있는지 분석하고, 국내 도입 필요성과 정책안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연구는 오는 3월 마무리돼 구체적인 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법 개정은 그 이후부터 추진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징벌적 과징금은 마약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국내외 사례가 있고, 분야마다 다르지만 판매액의 5%에서 2배까지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사례들을 조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한 연말까지 개정하려고 노력하겠다"면서도 "강한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기에 법안 심사에 시간이 걸리고, 올해는 새로운 국회 구성 등 변수가 있어서 정확한 스케줄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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