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세운 "애매한 수식어? 이것저것 다 해봐야죠"
'싱어송라이돌' 새 영역으로 소속감
"모든 색 무기로 만들면 내 장점 돼"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가수 정세운(26)은 유연하다. 싱어송라이터와 아이돌 사이 어딘가에서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다. 맞춤법이 틀린 글자를 쓰면 빨간 밑줄이 생기듯이, '싱어송라이돌'로서 어딘가에도 속하지 못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피하기보다 부딪혔고, 자신의 장점을 적재적소에 꺼내놓는 법을 터득했다. 새로운 하나의 맞춤법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비로소 그에게 장애물이 아닌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됐다.
정세운은 이번에도 직접 작업한 곡들로 앨범을 채웠다. 여섯 번째 미니앨범 '퀴즈(Quiz)'에는 세상을 향해 던진 질문들로 가득 찼다. 총 8곡에는 그가 탐구한 세상과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있다. "답을 찾기 위한 앨범이라기 보다 답은 없다는 이야기예요. 정답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저는 어떤 것 하나에 꽂히면 깊게 파고들거든요. 뭐가 좋은지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고 해요. 도달했던 생각은 기준이 서로 다른 것일 뿐이라는 거예요."
동명의 타이틀곡 '퀴즈'에서 정세운은 남들이 만든 보기에는 답이 없다고 한다. 편견 속에 자신을 가둘 수 없고, 답은 다양하다고 말한다. 평소 존경하던 아티스트 선우정아와 공동 작사, 작곡했다.
"선우정아 님과는 사소한 접점들이 있었어요. 제가 데뷔 때부터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고, 라디오 공개방송에서 만나기도 했죠. 제가 엠넷(Mnet) '프로듀스 101'에 나왔을 때도 인상 깊게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차분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고 나이가 많은가 생각도 하셨다고 해요. 선우정아 님의 '버팔로'(2021)라는 곡에 제가 피처링을 하면서 언젠가 자신을 자유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시겠다고 했거든요. 그 이용권을 아껴두고 아껴두다가 이번 앨범 작업을 제안했어요."(웃음)
작업을 시작하면서 먼저 5~6시간 동안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것부터 서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신뢰를 쌓았다. 싱어송라이터와 아이돌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싱어송라이돌'로서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이야기까지 도달하며 바로 영감이 떠올랐다. 그렇게 정세운의 소회는 청량하면서도 듣기 편안한 미디엄 팝 스타일의 곡으로 탄생했다. "이 곡이 타이틀이 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기존에 냈던 곡들과 비교해 보자면 통통 튀고 아이돌적인 댄스 음악에 가까웠거든요. 회사에서 이 곡이 좋다고 해서 의외였지만 기분 좋고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2번 트랙 '싱어송라이돌'로 이어진다. 제목에서부터 직접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런 수식어로 노래를 쓰게 될 줄 몰랐다. 가사를 틀어볼까 한 적도 있는데 너무 안 풀리더라"라며 "싱어송라이돌로 다시 한번 써보니 잘 맞아떨어지고,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득했다"고 했다.
정세운은 가사에서 아이돌을 '쨍한 노란색', 싱어송라이터를 '묘한 보라색'으로 표현했다. 때에 따라 두 색깔의 농도를 조절하거나 적절히 섞어 갈색이 된다고 했다. '따듯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다'고 비유한 것이 눈길을 끈다. "개인적으로는 검은색을 좋아하거든요. 검은색을 좋아하는 마음을 잠깐 숨기고 노란색도 보여주고 필요할 땐 보라색을 보여줘야 하죠. 직업상 장점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색을 무기로 만들면 나에게 좋은 거죠."
결국 고민의 지점이었던 '싱어송라이돌'은 정세운에게 고마운 수식어가 됐다. "나쁘게 생각하면 애매한 걸 수도 있지 않나. 싱어송라이터 속에선 아이돌이고, 아이돌 사이에 가면 싱어송라이터니까"라며 "이런 수식어가 생기면서 내가 속할 수 있는 곳이 생긴 것 같다"고 만족했다.
"제가 고민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 이것도 저것도 해보면서 결국 좋은 게 많았어요. 주저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에서 착실하게 하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게 맞는 것 같아요. 분명 오답은 있겠죠. 잘 피해야 해요."
직접 곡을 쓰면서 한 곳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한다. 미국 얼터너티브 팝 밴드 밴드 '나이틀리(Nightly)'와 협업한 '샤피(Sharpie)'가 그 증거다. 피지컬 앨범에 정식 수록되지 못했지만, 꼭 넣고 싶은 바람에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만 공개하게 됐다. "해외 아티스트와 협업이 이번이 처음이에요. 앨범에 꼭 넣고 싶었던 이유도 처음 시도하는 것들, 톡톡 튀는 음악을 담고 싶어서였죠. 그쪽에 믹스와 마스터링을 맡겼어요. 제 목소리를 갖고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거든요. 어떤 식으로 작업해나가는지도 궁금했고요. 해외 시장 겨냥까진 아니지만 스스로 음악적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한층 더 성장하고 싶은 이유가 있었어요."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음악 공부를 하며 영어를 활용해야 하는 것이 많아서다. 장비부터 화성학적 지식, 좋아하는 뮤지션의 인터뷰나 작업 일지 등 모두 영어가 필수였다. 2년 정도 익히면서 원어민과 자연스러운 일상 대화가 가능해졌다. 이번 앨범에 영어로만 된 가사를 직접 쓰기도 했다. "'샤피'도 영어 가사고, '글로우 인 더 쇼(Glow in the show)'도 영어로 불러봤어요. 제가 쓰고 결과물을 보니 도저히 안 되겠어서 도움을 받긴 했죠. 언젠가는 혼자서 영어 가사를 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에요."(웃음)
데뷔 7년 차가 된 현재는 많은 고민들이 정리됐고 방향성이 정해졌다. 뚜렷하고 원대한 목표보다 후회되지 않는 하루를 사는 것이 우선이다. 군대 다녀온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살 정도로 긴 군백기, 아티스트라면 욕심내는 정규 앨범이 적은 것 등도 그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다. "음악을 길게 생각하고 있어요. 평생 직업이에요. 트렌드도 바뀌고 연습하지 않으면 퇴보하는 실력도 있으니까 좋은 결과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대신 조금 더 빠르게 템포감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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