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아이스페스티벌' 화천산천어축제 6일 개막…세계가 주목
숙박 시 파크골프·얼음낚시 무료…"체류형 관광객 유치 전력"
100만명 넘는 신화 지속 관심 "안전 최우선…최고 축제 선보인다"
(화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2024 화천산천어축제가 6일 개막해 28일까지 23일간 강원 화천군 화천읍 화천천 일대에서 펼쳐진다.
인구 2만4천명에 불과한 초미니 접경 도시는 겨울철이면 글로벌 축제 도시로 탈바꿈한다.
꽁꽁 언 얼음으로 덮인 화천천 아래 유영하는 산천어낚시를 비롯해 맨손 잡기 등 겨울철 놀이 진수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
축제 기간 100만명이 넘게 찾는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하기까지 화천군과 주민의 노력은 성공 축제의 밑거름이다.
인구 2만4천명 최전방 군사도시…겨울마다 축제 도시가 된다
세계 유일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 북한과 가장 가깝게 마주한 접경지역 화천군의 인구는 2만4천여명에 불과하다.
산과 하천이 90% 이상 차지해 개발이 더디고, 군인 경제에 의존하는 군사도시여서 최전방 산골 마을로 불린다,
군인이 주민보다 많은 데다 산림과 상수원 등 이중 삼중의 규제로 변변한 산업기반조차 없다.
침체를 거듭하던 지역 경기를 살려보고자 화천군은 주민과 머리를 맞대 가장 빨리 얼음이 어는 최전방 기후와 각종 규제로 지켜진 청정자연에서 해답을 찾았다.
냉수성 토종 연어과 어종인 '계곡의 여왕' 산천어를 캐스팅해 외지 관광객이 찾는 겨울 축제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축제 첫해인 2003년 이름조차 낯선 산골 마을에 22만명의 '구름 인파'가 몰리더니 2005년부터 14년간 매년 100만명 돌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대한민국 겨울 축제 처음으로 문화체육관광부 글로벌 육성 축제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폭우 등 이상기온으로 축제장 얼음이 얼지 않아 관광객이 절반만 찾는 고비를 맞은 데 이어 2011년 구제역, 2021년과 2022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축제가 열리지 못했다.
지난해 3년 만에 열린 산천어축제는 131만명이 찾아 위기를 극복했다.
2006년부터 축제장 프로그램 체험료를 내면 화천 내 상가에서 농산물 등을 절반가량에 살 수 있는 상품권을 발행하자 10억원어치 이상 유통돼 지역 경기에 도움을 주었다
코로나19 여파가 미치지 않은 2019년 축제까지 산천어축제가 지역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으로 추산될 정도다.
축제를 통한 직접 경제효과도 1천억원을 넘어섰다.
실제 지역 농민들이 직접 키워 축제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은 농한기임에도 10억원 이상의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축제장의 각종 시설물, 기념품 제작 등이 지역 업체 위주로 발주됐다.
일부 음식·숙박업소 등 서비스 업종 역시 축제 기간 주말이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축제가 화천의 지역 경기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화천산천어축제는 외신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축제가 됐다.
하얀 얼음 빙판에 알록달록 두꺼운 파카 점퍼 인파로 가득한 풍경은 토픽으로 전 세계 뉴스로 타전됐다.
축제가 국제적으로 유명세를 치른 것은 2009년 미국의 'TIME'지에서 산천어축제 사진을 '금주의 뉴스'로 보도하면서부터다.
이후 2011년 미국의 뉴스채널 CNN이 세계적 여행잡지인 '론리 플래닛'을 인용해 화천산천어축제를 '겨울철 7대 불가사의'(7 wonders of winter)로 소개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매년 500여 건 이상 축제 관련 보도가 외신을 타고 아시아와 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까지 퍼졌다.
뉴스는 최전방 마을에서 산천어와 사람이 대본 없이 엮은 논픽션 다큐멘터리로 소개됐다.
팔뚝만 한 산천어를 맨손으로 끌어 올리는 맨손잡기 체험 장면도 국내외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올해 축제에서도 개막하는 6∼7일 주말 예약 낚시터는 입장권을 구하기 힘들 정도이다.
축제 성공비결은 축제콘텐츠·열정·정성…안전 우선·체류객 유치 집중
올해도 어김없이 축제장에서는 얼음낚시와 맨손잡기를 통해 전국 각지 양식장에서 공수한 160t의 산천어와 조우할 수 있다.
산천어 얼음낚시는 예약을 통해 체험할 수 있고, 예약하지 않았더라도 현장 낚시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평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개장 30분 전부터 발권이 시작된다.
낮에 산천어를 잡기 못했다면 밤낚시를 노리면 된다.
축제의 백미인 산천어 맨손잡기는 화천산천어축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벤트다.
'이한치한' 맨손잡기는 축제 기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1시간마다 7회씩 진행된다.
유료 입장객에게는 5천원 상당의 농특산물 교환권을 지급한다.
매년 10만명 이상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전용 낚시터와 쉼터도 마련했다.
눈과 얼음을 만끽할 수 있는 수십 종의 체험 프로그램은 축제를 더 풍성하게 한다.
낚시터 주변 눈썰매장에는 총연장 100m가 넘는 슬로프를 탈 수 있고, 전통 얼음 썰매를 체험할 수 있다.
또 얼음축구와 컬링, 피겨 스케이트 체험도 가능하며 축제장 상공을 지나는 하늘 가르기 체험도 이색적이다.
산천어축제는 지역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체류하는 축제를 지향한다.
이 때문에 지역 숙박업소를 이용하면 영수증 금액에 따라 밤낚시나 파크골프장 무료입장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체류 관광객을 유도하고자 화천읍 도심 거리에는 수만개의 오색 등이 불을 밝히는 선등 거리를 만들고 다양한 얼음조각을 볼 수 있는 실내 광장을 만들었다.
얼음조각 광장에는 중국 하얼빈 현지 기술자 30여명이 투입돼 얼음 예술의 최고 경지를 보여준다.
'1월의 크리스마스'를 연출하고자 핀란드 로바니에미시 산타마을에서 '리얼 산타'와 요정 '엘프'가 축제 기간 현장을 찾아 이색적인 재미를 더한다.
체류 관광객 유치와 함께 축제장 안전은 화천군이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부분이다.
얼음벌판에 수만 명이 올라가고, 축제장 대부분 빙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축제 기간 매일 수중 점검반을 투입해 얼음을 점검하고, 축제장 상황실에서 펌프 시설과 여수로, 배수로 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폐쇄회로(CC)TV를 배치한다.
올해는 예년보다 조금 빠른 지난해 11월 30일 첫 결빙이 관측돼 12월 3일 화천천 수면 대부분이 얼음으로 채워졌다.
다만, 축제를 앞두고 최근 포근한 날씨가 이어져 낚시터 얼음구멍 간격을 기존 2m에서 4m로 늘리기로 했다.
기상 상황에 따라 얼음구멍 간격은 더 늘릴 예정이다.
올해 얼음 낚시터 면적은 현장, 예약, 외국인 낚시터 등 총 6만1천654㎡에 달한다.
화천군이 그동안 꽁꽁 언 '명품 얼음벌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축제장 상류 여수로를 통해 유속과 유량을 조절하며 쌓인 노하우가 결정적이다.
여기에 기습적인 비가 쏟아져 밤샘 작업으로 빗물을 퍼내고, 눈이 쌓이면 너와 나 구분 없이 모두 눈을 치우며 길을 내는 화천군과 주민의 관심과 지원, 열정은 올해도 성공 보증수표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4일 "가장 중요한 안전에 중점을 두고 즐거운 축제를 만들기 위해 개막일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지난 1년간 기다려 주신 관광객에게 세계 최고의 겨울 축제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h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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