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태영건설 자구안 사실상 오너일가 자구안”
이번 주말까지 ‘자구안 제시’ 촉구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이 내놓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자구안에 대해 “사실상 오너 일가 자구안”이라며 “자기 뼈가 아닌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태영건설 측에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자구안을 내놔라고 촉구했다. 금융당국까지 나서면서 태영그룹이 받는 압박이 갈 수록 커지고 있다.
이 원장은 4일 서울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계획에 오너 일가의 자산이 단돈 1원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건 심하게 얘기하면 태양건설 자구안이 아니라 오너 일가 자구안이 아닌가 채권단이 의심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자기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닌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산업은행 등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매각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제시했다.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이나 SBS 매각 등 자구안은 빠졌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약속한 최소한의 자구안 중 일부가 벌써 지켜지지 않은 것도 지적했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400억원만 실제로 지원했다. 이에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상거래채권 중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을 451억원을 갚지 못한 상태다. 또한 태영그룹은 블루원 지분을 통해 확보한 자금도 티와이홀딩스 채무를 갚는데 먼저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원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과 관련된 약속이 안 지켜졌다. 오너 일가의 다른 급한 일에 소진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블루원에 대해서는 “대주주 채무변제에 매각 자금을 먼저 쓰고 남는 돈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 들었는데, 그러면 실제로 현금성 자산은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오너 일가 등 대주주의 책임 분담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태영건설은 부동산 호황기에 1조원 넘는 이익을 얻었고 이중 상당 부분이 총수 일가 재산증식에 기여했다”며 “그런데 부동산 침체로 손실이 나자 대주주가 아닌 협력업체·수분양자·채권단이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지금 상황을 보고 ‘견리망의(見利忘義)’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고 밝혔다. 견리망의는 ‘눈앞의 이익을 보면 의리를 잊는다’는 뜻이다.
태영그룹 자구안에 SBS 지분 매각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태영그룹의 지주사 격인 티와이홀딩스의 지분이라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티와이홀딩스는 상장법인이고 지분의 상당 부분을 오너 일가가 갖고 있다”며 “복잡한 방송법적 제약이 있는 SBS가 아니더라도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제공이 채권단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 측에 오는 주말까지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는 자구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채권단 협의회가 열리는) 1월11일이 시한인데 당일에 자구안을 가져와서 동의하라고 할 수는 없다”며 “이번 주말을 넘기면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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