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착륙 꿈 이룰 차세대발사체 제작사 설 지나 윤곽…한화 vs KAI ‘2차戰’

이종현 기자 2024. 1. 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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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투입되는 초대형 R&D 사업
누리호 고도화사업 맡은 한화가 유리
KAI는 현대로템과 컨소시엄 구성 추진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해 5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대한민국 1호 달 착륙선을 싣고 우주로 갈 차세대발사체를 만들 기업의 윤곽이 설 연휴가 지난 뒤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난 12월 21일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의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베일에 싸여 있던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의 구체적인 윤곽도 함께 드러났다.

차세대발사체는 한국형발사체인 누리호보다 수송 능력을 대폭 향상한 발사체다. 저궤도 대형 위성·정지궤도 위성, 달 착륙선 등 다양한 국가 우주개발 정책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2030년 1차 발사, 2031년 2차 발사를 거쳐 2032년 달 착륙선을 싣고 3차 발사에 나설 계획이다. 총 사업비만 2조132억원에 달한다.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발사체 개발을 이끌게 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 중심의 우주 개발인 ‘뉴스페이스’의 맏형 역할을 맡게 된다. 한국판 ‘스페이스X’를 선정하는 중요한 무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차세대발사체 선정을 위한 입찰은 2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2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이후 협상을 거쳐 3월 중에 최종 사업자가 결정된다. 과기정통부는 기술개발 역랑과 사업수행 의지를 선정 기준으로 밝힌 바 있다.

한국판 스페이스X의 후보는 크게 두 군데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누리호 고도화사업을 이미 맡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고도화사업을 이끌 체계종합기업 선정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한 차례 꺾은 적이 있다. 그룹 오너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작년 10월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 행사장에 차려진 한화그룹 통합부스를 방문, 둘러보고 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는 누리호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등 오랜 기간 국내 우주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누리호 고도화사업 주관사 선정과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인공위성 구조체 제작 사업 등에서 한화에 밀리며 체면을 구겼다. 이번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에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인 판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강, KAI가 1중이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KAI가 현대로템과 손을 잡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KAI는 위성을 비롯해 다양한 우주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발사체 분야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보다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현대로템은 1990년대 메탄엔진을 이용한 발사체 개발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KAI가 현대로템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발사체 분야의 약점을 메울 수 있는 셈이다.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에 정통한 한 우주산업 관계자는 “KAI나 현대로템이 단독으로 나서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이길 수 없다는 게 현실적인 전망”이라며 “KAI가 승산을 높이기 위해 현대로템을 끌어들이려 애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AI 관계자도 “현업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현대로템과의 컨소시엄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로템이 KAI 컨소시엄에 합류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대로템 내부적으로 차세대발사체 참여 의지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로템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중형 위성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한국항공우주산업

실제로 현대로템은 차세대발사체 사업에 참여하기 보다는 자체적인 발사체 사업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세대발사체는 로켓 연료로 케로신을 사용하는데 현대로템은 메탄을 이용하는 발사체 개발에 강점이 있다. 스페이스X처럼 재사용 발사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메탄 엔진으로 갈 수밖에 없는 만큼 현대로템은 이 분야가 더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셈이다. 다만 차세대발사체 사업에 참여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우주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컨소시엄 참여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을 주관하는 항우연은 입찰 공고와 함께 구체적인 로드맵도 공개했다. 항우연이 공개한 사업 수행일정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는 시스템 설계 작업을 진행하고 2025년부터 기체 개발모델(DM) 제작과 시험에 나선다. 2025년 말부터 상세 설계에 착수하고, 단 인증모델 제작은 2026년부터 시작된다. 가장 중요한 엔진 개발모델 연소시험은 2027년부터다. 실제 비행모델(FM) 제작은 2028년 시작되고 1차 발사에 쓰일 1호기는 2030년에 제작 완료가 목표다. 발사대는 2029년에 설치할 계획이다.

주관 기업이 선정되면 당장 올해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사실상 사업 첫 해인 올해에는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연소기 챔버를 제작하기 위한 치구, 차세대발사체 엔진용 디스크 판형 열교환기 등을 제작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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