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용퇴'냐 '컷오프'냐…미궁 속에 박제된 포스코의 현실

최경민 기자 2024. 1. 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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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퇴'인가 '컷오프'인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3연임 도전' 실패를 두고 나오는 질문이다.

현직 회장이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히면, 단독후보가 돼 적격판단을 받던 '셀프 연임' 제도를 뜯어고친 후, 자연스럽게 지원을 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국민연금이 반대론을 밝힌 지 일주일만인 지난 3일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앞으로 심사할 내부후보 대상자 리스트에 최정우 현 회장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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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최정우 포스코 회장(포스텍 이사장)이 5일 제9대 포스텍 김성근 총장 취임식장인 국제관에서 두손을 모으고 있다.2023.9.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용퇴'인가 '컷오프'인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3연임 도전' 실패를 두고 나오는 질문이다. 최 회장이 스스로 지원을 포기했는지, 아니면 지원을 했는데 CEO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걸러졌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3연임 도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현직 회장이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히면, 단독후보가 돼 적격판단을 받던 '셀프 연임' 제도를 뜯어고친 후, 자연스럽게 지원을 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여타 후보자들과 '공정 경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3연임 도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지분율 6.7%)인 국민연금이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최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들 위주로 구성됐기에 믿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 CEO후보추천위원회 측이 지난달 29일 새벽 반박 입장을 내며 맞섰지만 파장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특히 국민연금의 입장은 정권 차원의 '최정우 불가론'으로 해석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2018년 7월) 취임한 최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정권과 불편한 관계였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에도 줄곧 포함되지 않았고, '경제계 신년인사회'에도 연속 불참했다.

사실 포스코 민영화 이후 회장 자리는 정권의 전리품처럼 여겨질 때가 많았다. 이전 역대 회장 8명 모두가 새 정권이 들어선 후 임기를 채운 적이 없다. 잔혹사에 가까웠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한 직전 회장인 권오준 전 회장도 최 회장과 비슷한 처지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해외 경제사절단에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 회장은 그래도 임기(오는 3월)까지 버텼고, 권 전 회장은 그러지 못하고 2018년 중도 사퇴했다는 게 차이점이다.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상황이 이러니 최 회장을 두고 '3연임 지원을 결국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게다가 최 회장은 회사 차량을 사적 사용했다는 의혹,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의혹 등으로 고발을 당한 상황이기도 했다.

기업 차원에서도 부담이 크다. CEO후보추천위원회의 공정성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국민연금의 반대로 KT가 겪었던 '수장 공백 사태'까지 시나리오에 포함해야 했다. 아무리 공정한 선임 절차를 앞세운다 해도 '최정우' 이름 석자가 차기 후보군에 있는 한 공정성 논란은 계속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국민연금이 반대론을 밝힌 지 일주일만인 지난 3일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앞으로 심사할 내부후보 대상자 리스트에 최정우 현 회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회장의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최 회장 본인 역시 마찬가지다.

최 회장의 지원을 '컷오프' 했을 경우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정권 차원의 팔비틀기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최 회장이 '용퇴'를 결정했을 경우 아무리 '아름다운 퇴진'으로 포장한다고 해도, 결국 '포스코 회장 잔혹사'의 연장으로 간주될 여지가 크다. 최 회장도, 포스코도, 정부도, 이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포스코 측이 이 사실을 '미궁' 속에 남겨둘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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