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불나면 어쩌려고?…'베란다 가벽' 모습 이랬다
최근 아파트 화재로 인명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여전히 서울 시내 아파트들은 가벽에 짐을 쌓아두고 완강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적절한 화재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평소 시민들이 화재 대피 요령을 이해하고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화재는 2996건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인명 피해 역시 지난해 405명으로 전년 대비 20% 늘었다.
아파트 화재는 매년 늘지만 사실상 적절한 대비를 한 가정은 드물다. 취재진이 이날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베란다는 짐 창고로 변했다. 한쪽엔 화재 발생 시 옆집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벽이 있었지만 바구니와 캐리어, 생활용품에 둘러쌓여 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 사는 김모씨는 "창고 안에 짐들도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라 뭐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의 아파트에 사는 박모씨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박씨 집에는 완강기가 있지만 바로 옆에 책장이 붙어있어 문이 열리지 않았다. 박씨는 "집에 완강기가 있어도 한 번도 쓴 적이 없다"며 "불이 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해서 어떻게 쓰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민모씨(26) 아파트에는 화재 발생 시 빠져나갈 수 있는 비상탈출 창문이 있지만 옷가지에 가려져 있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가정 내에서 화재 대피 교육 뿐만 아니라 안전 사고 대비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아파트 화재가 반복되는 이유는 시민들이 기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며 "간편 방독면을 비치해두거나 방화문을 닫아두는 것, 옥상 문을 열어두고 가벽에 짐을 쌓아두지 않는 것, 가정용 소화기를 구비해놓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무조건적으로 대피하는 것보다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불이 났을 때 출입문을 벌컥 열기보다는 문 틈으로 연기가 들어오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연기가 들어오면 옷이나 테이프, 수건 등으로 문틈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잡이를 만졌을 때 열기가 느껴지면 밖에 화염이 있다는 뜻으로, 함부로 열어선 안된다고도 했다.
베란다를 통해 연기가 들어온다면 문을 닫고 집 안에 머무는 게 낫다. 공 교수는 "출입문이나 베란다에 연기가 없으면 1층이나 옥상으로 대피하면 되지만 집 안에 매캐한 연기가 있으면 베란다 문을 닫고 집 안 대피 공간으로 이동해 119에 위치를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연기가 자욱한 상태에서 아파트 복도를 뛰쳐나가면 자칫 질식할 수 있다.
아파트 중간 층수에 산다면 1층과 옥상 중 피난 대피 거리가 짧은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공 교수는 "기본적으로 내가 있는 곳과 가까운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며 "만약 20층 높이 아파트라면 1~10층은 1층, 11~20층은 옥상으로 움직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위치한 곳이 수평적인지, 수직적인지에 따라 대피 방식도 다르다고 했다. 채 교수는 "입과 코를 젖은 수건으로 막고 낮은 자세로 벽을 짚고 대피하는 건 한 층짜리 수평적인 공간에서의 대비 방법"이라며 "계단이 있는 수직적인 공간에선 연기가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집에 있는 게 낫다. 119 구조대원에게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행위는 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는 "무단으로 뛰어내려선 안된다"며 "원칙은 소방관이 에어매트를 설치할 때 뛰어내리라고 할 때 뛰어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화장실에 숨어있는 행위는 "오히려 고립되서 사람들이 찾기 어렵게 한다"며 "베란다쪽에서 옷이나 수건을 흔들며 위치를 알려야 한다"고 했다. 화장실 내 물을 틀어놓는 행위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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