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한국어

한겨레 2024. 1. 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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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년 전부터였다.

중국, 베트남, 타이,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에서 온 이주민이 선술집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려면 어쩔 수 없이 한국어를 써야 할 텐데, 그때의 한국어는 어떤 모습일까.

이들 이주민들과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한국인의 한국어는 어떤 굴곡을 겪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이주민이 이주민에게, 이주민이 한국인에게 건네는 한국어도 온전한 한국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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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아이들이 경기도 안산의 한 지원센터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말글살이]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무려 2년 전부터였다. 주변 지인들에게 말로만 다짐을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연구 주제가 있다. 안산, 시흥, 포천, 화성, 안성, 거제, 아산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이 사는 도시에서 한국어는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관찰하는 거였다. 특히 인구 대비 이주민 비율이 가장 높은 충북 음성(16%)을 비롯하여, 경기 안산(14%), 전남 영암(14%)에 가 보고 싶었다.

중국, 베트남, 타이,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에서 온 이주민이 선술집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려면 어쩔 수 없이 한국어를 써야 할 텐데, 그때의 한국어는 어떤 모습일까. 이들 이주민들과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한국인의 한국어는 어떤 굴곡을 겪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아마도 말이 짧아지고 문법이 단순해졌겠지.

같은 말을 쓴다고 소통이 잘되는 게 아니다. 놀랍게도 단일어를 쓰는 한국인 부부의 이혼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역설적이게도 결혼이주여성 중에서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이혼 의향이 더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의사소통은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성의 문제이고 문화의 뒤엉킴을 얼마나 기꺼이 환영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한국어를 한국인에게 배워야 한다는 것도 하나의 이데올로기이다. 이주민이 이주민에게, 이주민이 한국인에게 건네는 한국어도 온전한 한국어다.
식당 귀퉁이에 죽치고 앉아 그들의 한국어를 받아 적고 싶다. 이주민 2세 학생들이 많은 교실에 들어가 점심시간에 어떻게 재잘거리며 밥을 먹는지 보고 싶다. 짧게는 한 주, 길게는 한 달을 한 장소에 눌러앉아 관찰하고 싶다. 한국어가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

올해는 어떻게든 시작하겠다는 각오로 적어둔다. 관심 있는 분들은 연락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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