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중요 인물은 응급 아니어도 헬기 가능" vs "VIP 특혜"…커지는 논란
부산대병원 교수 "서울 갈 거면 사설 구급차 타고 갔어야" 분개
지난 2일 흉기 피습으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처치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방헬기를 이용, 서울대병원으로 재이송돼 수술받은 데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헬기 이송을 담당한 119부산광역시소방재난본부(이하, 부산소방본부) 측은 "국가 중요 인물은 일반 국민과 달리 응급환자가 아니더라도 상황에 따라 헬기로 이송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이송은 '범부처 응급의료헬기 공동 운영 매뉴얼' 등을 검토해 부산소방본부에서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그 네 가지는 △환자의 생명 유지, 악화·추가손상 방지 등을 위해 응급의료헬기를 이용해 신속한 이송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1항) △응급의료헬기 이외의 수단으로 환자의 구조 또는 이송이 불가능하거나 이송 지연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한 경우(2항)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3항) △그 밖에 응급의료헬기 이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4항)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 A씨는 "국가 중요 인물이 피습되면 더 큰 국가적 혼란을 막기 위해 응급환자가 아니더라도 4항(그 밖에 응급의료헬기 이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근거해 헬기로 이송할 수 있다"며 "이번에 이재명 대표 이송에 헬기가 투입된 것도 4항에 근거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부산대병원은 '부산소방본부'에, 서울대병원은 '소방청'에 각각 "이재명 대표를 긴급 이송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산소방본부는 소방청 산하다. 게다가 병원끼리 '전원'에 대해 이미 합의했다는 점을 들어 부산소방본부가 이번에 헬기 투입을 망설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면서 A씨는 "이번 피습 사건처럼 국가·사회적으로 크게 이슈되거나 논란을 일으킬 사안에 대해서는 꼭 응급환자가 아니더라도 이송을 지체할 때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면 4항에 근거해 헬기를 투입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4항을 만들어둔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피습 이후 경찰청은 당 대표 등에 대해 전담 보호팀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4일 광주경찰청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변으로 신변 보호팀을 근접 배치해 경호 인력을 강화했다. 또 기동대 4개 중대가 모두 동원돼 300여 명이 경호 인력으로 투입됐다.
이에 대해 A씨는 "일반인이었다면 피습됐다고 해서 경찰병력 몇백명이 신변 보호해주지 않지 않는가"라며 "국가 중요 인물이 잘못됐을 땐 국가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병력을 많이 투입한다. 일반인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구급차를 이용해 육로로 이송됐어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에서 속속 제기된다. 이에 대해 A씨는 "습격당한 국가 중요 인물을 육로로 이송할 경우 또 다른 피습을 우려할 수 있고, 교통사고도 날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이럴 때 더 큰 혼란을 피할 수 없어 헬기로 이송해야 했다"고 항변했다.
한편 부산소방본부 김만수 홍보팀장은 "이번 응급의료헬기의 이송 결정 근거 기준은 앞서 언급한 '응급의료헬기 요청기준 4항'이 아니라 '범부처 응급의료헬기 공동 운영 매뉴얼'의 출동 기준(의료기관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긴급한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요청하는 경우)이었고 이에 적합해 이송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의 전원 결정에 따라 이송을 결정했다"며 "양 병원에서의 이송 요청을 통해 소방청과 부산소방본부가 협의해 부산소방본부에서 이송을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B 교수는 이재명 대표를 직접 진료하진 않았지만 같은 병원 내 지근거리에서 그의 진료 상황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산대병원에서 진행한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결과에 따라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결정해 바로 수술하자 제안했다"며 "하지만 이재명 대표 측에서 '서울대병원으로 가겠다'고 주장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권역외상센터로 이동할 때 소방헬기를 총 두 차례 탔다. 사고 발생 지점인 가덕도에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동할 때 한 번, 그리고 이곳에서 서울 노들섬으로 이동할 때 한 번이다. B 교수는 "목이 찔린 부상인 관통상을 입은 이재명 대표가 처음에 헬기를 타고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온 건 옳았다. 관통상의 경우 치료 전까지 일단은 '중증 외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바로 수술할 수 있는데도 뿌리치고 서울대병원으로 가려 했다면 소방헬기가 아닌, 자비를 내고 사설 구급차를 이용했어야 옳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 대표가 소방헬기를 이용하는 동안 부산지역은 사실상 '소방헬기 공백 현상'이 발생했다. 머니투데이 취재 결과, 이 지역엔 소방헬기가 1호기(AW-139)와 2호기(BK-117) 등 총 2대 있는데 이 중 2호기(1997년 도입)는 교체를 앞두고 있을 정도로 노후화해 1호기 위주로 운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부산대병원에서 수술 여건을 충분히 갖췄는데도 서울대병원으로 가겠다고 우기면 어쩔 수 없겠지만 헬기를 타야 했을 정도로 급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소방헬기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서울까지 갈 정도면 기름값이 1000만원 안팎 들었을 텐데, 헬기를 타야 했을 정도로 급했다면 부산대병원에 남아 치료를 끝까지 받는 게 옳았다"고 지적했다. △급하면 부산대병원에서 치료받았어야 했는데 이것을 포기했다는 점 △급하지 않았다면 굳이 헬기를 탈 필요가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든 것이다.
헬기는 기종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응급헬기는 시간당 기름값이 300만~400만원씩 소모된다. 부산대병원에서 노들섬까지 직선거리는 403㎞이고, 1호기의 항속이 시간당 309㎞이므로 왕복(806㎞)을 오가는 데 2.6시간이 걸렸다면 단순 계산해도 780만~1040만원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병원으로의 전원을 부산대병원이 권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그는 말했다. B 교수는 "여기서 현장 의료진이 수술하자 했을 때 환자는 동의하고 바로 수술받았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뿌리치고 그의 가족이나 측근이 서울대병원으로 가겠다고 주장했다는 건 그만큼 급하지 않았다는 건데, 그랬다면 자기 돈으로 사설 구급차를 타고 천천히 서울까지 갔으면 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 국민이었으면 서울대병원으로 연락해서 '나 갈게요' 할 때 '예, 어서 오세요'라고 했을 턱이 없다. 이재명 대표는 VIP 특혜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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