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마무리 '고작 11억'에 보냈다...그런데 왜 LG의 결단은 '윈-윈'이 될 수밖에 없나
[OSEN=조형래 기자] 고우석(26)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극적으로 완성됐다. 우승 마무리 투수를 떠나보내야 하는 LG는 당장 뼈아프고 손해일 수 있지만 결국 모두 '윈-윈'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LG의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한을 풀게 한 마무리 투수 고우석(26)이 결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고우석은 김하성의 소속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45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담당 데니스 린 기자는 고우석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공개했다. 올해 연봉은 175만 달러, 2025년에는 225만 달러 연봉을 받는다. 그리고 2026년에는 300만 달러의 뮤추얼 옵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구단이 뮤추얼 옵션 조항을 실행하지 않을 경우 50만 달러의 바이아웃을 지급한다. 고우석의 보장액은 450만 달러지만, 3년차 뮤추얼 옵션이 발동될 경우 계약 조건은 3년 700만 달러까지 늘어난다.
올해까지 7년차 시즌을 모두 채운 고우석은 포스팅시스템으로 해외 무대 진출 자격을 갖췄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이정후와 함께 메이저리그 신분조회 요청이 들어온 이후 LG에 해외진출 의사를 전달했다. LG는 고심 끝에 고우석의 포스팅 신청을 조건부로 허락했고 고우석은 이정후(샌프란시스코)와 함께 지난달 5일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메이저리그 30개 구단과 협상을 할 수 있게 됐다. 계약 마감 시한은 이날 4일 오전 7시였다.
'처남' 이정후가 지난달 1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던 것과 달리 고우석에게는 큰 관심이 나타나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고우석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협상 마감시한을 하루 앞두고 샌디에이고가 등장했고 일사천리로 계약을 맺었다.
사실 LG 구단은 만족스러운 몸값이 아니면 고우석을 보낼 생각이 없었다. 차명석 단장은 "고우석에게 한 번 해보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쪽에서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봐야 한다"라며 "과거 김재환(두산)도 시도했다가 원하는 조건이 나오지 않아 포기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으니 한 번 해보고 선수가 만족할만한 금액이 나오면 그 때 구단과 한 번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스팅을 하는데 금액이 너무 터무니없으면 본인도 가고 싶겠나. 그래도 일단 포스팅은 해보라고 했다”라며 “금액을 확인한 다음 최종 결정은 어차피 구단주가 하시는 것이다"라고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이적 조건을 덧붙였다. 조건부 진출이었다.
보장액 450만 달러, 한화로 약 59억 원의 몸값은 LG가 원하는 수준의 몸값은 아니었다. 포스팅시스템 제도 하에서 선수의 해외진출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구단도 갖고 있었다. 구단이 포스팅을 승낙하지 않으면 해외진출은 무산된다. LG는 450만 달러의 금액에 우승 마무리 투수를 보낼 수 없었다.
LG가 받을 지난 2018년 7월 개정된 한미선수계약협정에 따라 현행 포스팅 비용은 계약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보장 계약 총액 2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구단은 해당 금액의 20%를 수령하게 된다. 즉, 포스팅 이적료는 90만 달러, 약 11억 원에 불과하다. 뮤추얼 옵션이 실행되더라도 300만 달러의 15%의 금액인 약 45만 달러(약 6억 원)을 추가로 받는다. 그러나 이 정도의 금액으로 팀의 핵심 선수를 보내야 하는 결단을 내리기에는 쉽지 않다.
하지만 LG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수락했다. LG 구단은 지난 3일 '고우석 선수는 포스팅 절차에 따라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오퍼를 받았으며, LG 트윈스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오퍼를 보내온 메이저리그팀으로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고우석 선수는 3일 메디컬 테스트를 포함한 계약진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결국 LG 구광모 구단주는 고우석의 메이저리그행을 승낙했다. 고우석의 도전은 결국 LG의 대의명분까지 생각한 결단으로 완성됐다.
당장 LG는 우승팀 마무리 투수를 잃었다. 2017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2019년부터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으면서 통산 354경기(368⅓이닝) 19승 26패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였다.
올해는 월드시리즈클래식(WBC) 대회 직전 평가전에서 어깨 부상을 당했고 이 여파로 시즌 출발이 늦었다. 44경기(44이닝)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하면서 다소 고전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지만 LG의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2020 도쿄올림픽, 2023 WBC,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최근 열린 국제대회에서 태극마크 단골 손님이었다.
'디펜딩챔피언'으로 맞이할 2024시즌, LG는 핵심 마무리 투수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한다. 염경엽 감독은 차기 마무리 투수로 지난해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67경기 6승3패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3.44로 호투한 유영찬을 사실상 낙점했다. 하지만 이제 막 첫 풀타임 시즌을 보냈을 뿐이고 마무리 경험은 사실상 전무하다. 당연히 고우석의 부재를 절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를 봤을 때 LG와 고우석 모두 웃을 수밖에 없다. 구단은 '엘린이'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구단에 충성심을 보여왔던 선수에게 궁극적인 꿈을 이룰 수 있게끔 도와줬다. 구단은 굳이 11억이라는 이적료를 받고 고우석을 보낼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선수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구단은 대의를 지키는 선택을 했다.
아울러 고우석은 여전히 LG 소속 선수다. FA 자격이 아니라 포스팅시스템으로 진출했기에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하더라도 다시 LG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LG가 보류권을 갖고 있고 고우석은 4년 뒤에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게 된다.
당장 샐러리캡이 포화 상태인 LG다. 만약 고우석이 잔류해서 2024시즌을 소화하면 FA 자격을 얻는다. 리그 최정상급 불펜 투수이기에 경쟁까지 붙는다면 LG는 고우석의 몸값을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그리고 FA 자격으로 해외 무대에 도전하게 될 경우에는 이적료도 건질 수 없었고 한국 무대로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영입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포스팅으로 고우석을 보낼 경우 복귀하더라도 LG가 경쟁 없이 영입을 할 수 있고 4년을 더 품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선수의 자존심도 세워주고 대의명분도 지키며 실리까지 챙길 수 있다.
고우석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 이룰 것은 모두 이룬 상황에서 새로운 무대에서 동기부여를 갖고 의지를 다질 수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하고 메이저리그의 벽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래도 고우석은 돌아올 '집'이 있다. LG가 다시 품을 수 있다. 그리고 고우석은 FA까지 4년 간 원칙적으로는 단년 계약을 맺어야 하지만 비FA 다년계약이라는 방법도 생겼기에 복귀할 경우에 '잭팟'을 터뜨릴 수 있다.
넥센(현 키움) 소속이었던 박병호(현 KT)는 지난 2015시즌이 끝나고 포스팅시스템 자격을 얻어서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을 맺었다. 당시에는 독점 협상 제도로 진행이 됐다. 미네소타는 1285만 달러의 이적료를 적어 내면서 박병호와 독점 협상권을 따냈고 4+1년 185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2년 만에 마무리 짓고 넥센 히어로즈로 돌아왔다. 연봉은 15억 원이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인 2015시즌 연봉은 7억 원이었다. 2배 가량 인상됐다. 2021시즌까지 4년 동안 15억-15억-20억-15억, 총합 75억 원의 연봉을 받고 FA 자격을 얻어서 KT와 3년 30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고우석의 동료인 김현수 역시도 2015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7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2017시즌 도중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 됐고 메이저리그 도전은 2년으로 끝났다. FA 신분으로 시장에 나온 김현수는 2018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 115억 원에 계약했고 4년 뒤에는 4+2년 최대 115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잭팟을 두 번이나 터뜨렸다.
고우석 입장에서도 향후 복귀하더라도 FA급 대박 계약을 맺을 수 있기에 도전과 함께 미래를 생각하면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