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e스토리] 코치로 성장하는 정명훈, 광동 프릭스에서 바라보는 목표
빠르면 9월 중순, 늦으면 11월 중순 시즌을 마친 LCK 팀들은 다음 시즌의 더 좋은 성적과 경기력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감독과 코치를 위시한 선수단 재정비부터 새로 구성된 팀의 조직력을 올리기 위한 연습 외에도 경기를 앞두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작년 광동 프릭스는 큰 기대를 받은 팀이다. 특히 서머 시즌을 앞두고는 무언가 일을 내겠다는 기대를 받은 팀이 광동 프릭스다. 하지만 서머 막판 광동 프릭스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리그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분명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그래서 광동 프릭스는 팀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준비에 나섰다. 정명훈 코치의 영입은 물론 롤드컵 기간 다른 팀과의 연습과 베테랑 정글러 '커즈' 문우찬 영입 등, 전력 강화를 진행한 것. 그중에서도 정명훈 코치의 영입은 광동 프릭스에 어떤 효과를 줄 수 있었을까.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정명훈 코치와 함께 광동 프릭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광동 프릭스에 합류하고 한 달이 좀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팀 생활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합류 전에는 기대와 걱정이 반반이었는데, 선수들이 성격과 친화력이 좋아서 적응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한 팀으로 잘 어울려 새 시즌을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작년 말 광동 프릭스에 코치로 합류하셨죠. 합류 이전에 외부에서 봤던 광동 프릭스라는 팀은 어떤 팀이었을까요
가능성은 충분히 가진 팀이고, 멘탈만 제대로 잡으면 더 성장할 수 있는 팀으로 봤습니다. 제가 타팀에서 2군 감독을 하면서 이미 접해본 선수들이고, 충분히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을 상대로 경기했을 때 제대로 된 경기력이 나오는 날에는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죠. 그래서 작년 서머에도 이 선수들이 10등을 할 거로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무너지는 모습이 나오면서 실력보다는 심리적인 원인이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팀에 합류해 직접 선수들을 겪어보고, 멘탈 부분은 어떤 상황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선수들을 직접 만나보니 생각보다 멘탈은 괜찮은 상태였어요. 특히 다들 프로 의식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판단했죠. 시즌에 돌입하고 경기를 치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텐데, 그 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하는 게 이번 시즌의 관전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프로 선수로 가장 기본인 열심히 하는 자세를 다들 가지고 있어요. 이야기를 나눠봐도 자신의 선수 생활에 책임감이나 자부심을 가지고, 이번 시즌이 중요하다는 걸 모두 알고 있습니다. 많은 선수를 만나다 보면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선수를 생각 외로 찾기 쉽지 않은데, 다행히 광동 프릭스 선수들은 이 부분을 모두 가지고 있어 저도 팀에 합류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광동 프릭스 합류를 제안받았을 때 정명훈 코치에게 원하는 팀에서 역할이 있었을 텐데, 어떤 요청을 받으셨을까요
처음 광동 프릭스에서 제안이 왔을 때 팀에서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해서 저에게 연락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지금 제가 가장 잘하는 부분이 선수 케어 부분이라 생각해서 광동에 합류했죠. 시즌을 앞둔 지금도 선수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갖게끔 노력하고 있고요.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시즌 중에 선수들의 멘탈이 흔들릴 시기가 올 거로 생각합니다. 그 시기에서 제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고 생각해 저 역시 어떤 상황이 오든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준비 중입니다.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정명훈 코치 역시 종목은 다르지만 스타크래프트 시절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비슷한 심정을 느낀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걸 바로바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 들어주기만 해도 좀 나아지거든요. 이런 부분이 결국 경기력에도 차이를 준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성격이고, 거기다 프로게이머 시절 경험도 있다 보니 선수들이 필요할 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죠. 그리고 이러한 고민을 듣고 제 경험에 비춰 이야기를 해주면 많은 부분에서 해소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선수 생활을 하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친구나 동료들에게 이야기하고 힘든 상황을 풀어냈던 경험이 있으니까, 그때를 생각하며 선수단의 스트레스나 고민을 많이 들어주고 이야기해 주려 합니다.
정명훈 코치는 1대 1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로 선수 생활을 하셨고, 지금은 5대 5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코치로 활동 중입니다. 개인전과 단체전이라는 차이가 있는데, 선수 생활의 경험이 지금 역시 도움이 될까요
게임은 다르지만 프로게이머로 기본적인 마인드나 준비 과정은 동일합니다. 단체전은 개인전에 팀원과의 관계도 신경써야 되고, 그 외의 것은 똑같더라고요. 그리고 1대 1 게임을 했어도 저도 결국은 팀에서 생활했기에 선수생활의 경험이 지금의 코치 활동에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이니까, 저는 물론 스타크래프트를 아는 선수도 거의 없었어요. 그래도 주변에서 이야기하거나 저에 대해 궁금한 선수들이 저에 대해 찾아보고 이제는 커리어 정도는 알고 있고 인정하더라고요. 그리고 가끔 스타크래프트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부분에서 저를 존중해 주는 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선수들은 아예 스타크래프트를 안 했으니까 저한테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를 안하는데, 오히려 김대호 감독님이 초등학생 시절 스타크래프트를 해본 적이 있어서 저한테 한 번 1대 1을 해보자고 말하죠. 저는 언제나 환영이라고 했고, 지금은 시즌 준비에 바빠서 실제로 진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선수단을 이끌려면 김대호 감독과 상성도 중요할 듯합니다. 먼저 광동 프릭스 합류 전 김대호 감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요
예전부터 보고 들었던 게 많았던 분이라 성격 정도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실제로 면접 과정에서도 제가 미리 알고 있었던 모습과 완전히 같다고 느꼈죠. 리그 오브 레전드에 정말 진심이고, 이야기를 하면서 예시를 많이 든다는 점이나 화를 내더라도 뒤끝이 없고 꾸밈이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다만 실제로 같이 팀에서 활동하면서 생각이 더 깊다는 건 느꼈어요. 여러모로 제가 코치로 활동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볼 수 있는 시각과 달리 같이 팀에서 코칭스태프로 활동하며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을 테죠
감독으로 코치에게 자율성을 많이 줍니다. 할 일을 다 정해주는 게 아니라, 코치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찾아서 할 수 있도록 하죠. 그리고 본인이 직접 선수들을 피드백하는 경우가 많지만, 코치들한테 피드백을 맡겨두고 살펴보는 경우도 있죠. 어떻게 보면 테스트를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코치들도 피드백에 참여해서 실력을 키우려고 맡기는 거 같아요. 팀 전체가 리그 오브 레전드에 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많이 노력하는 감독이죠.
비시즌 롤드컵 기간 광동 프릭스가 T1의 연습을 도와준 일이 화제가 됐습니다. 정명훈 코치도 옆에서 이 과정을 지켜봤을 텐데, 이번 시즌 광동 프릭스의 경기력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보시나요
T1과의 연습으로 오히려 우리 팀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선수들이 처음에는 계속 지기만 하다가 점점 극복해가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무엇보다 선수단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게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 역시 자신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얻었죠. 하지만 이런 과정이 결과로 단시간에 나오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대신 이번 시즌 내내 천천히 연습의 결과를 보일 수 있을 거고요.
팀에 베테랑 선수가 있으면 좋을 거라는 생각은 계속 하게 됐고, 전략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베테랑 정글이라면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팀내외 사정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결국 커즈가 광동 프릭스에 왔습니다. 연습 과정에서 보이는 모습도 좋았고요. 커즈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라는 것입니다.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하죠. 이러한 모습과 선수로의 마음가짐이 팀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명훈 코치의 영입이나 T1과의 롤드컵 시즌 연습, 커즈의 영입은 결국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위해 진행된 일이죠. 그렇다면 광동 프릭스는 스프링과 서머에서 어느정도 달라진 모습을 보일까요
제가 오기 전 팀의 상황은 상세히 모르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연습 경기력이 올라왔다고 봅니다. 그리고 LCK에서 한 해를 겪어본 선수들이라 작년보다 더 안정된 경기력을 보일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작년 서머 후반기 무너졌던 모습을 다시 보이지 않게 저도 코치로서 열심히 선수들을 도와줄 거고요. 작년에는 누가 봐도 선수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모습을 보였다면, 올해는 같은 상황에서 제가 제대로 붙잡아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본인의 코치 생활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ASL도 흥행하고 있는 중이라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을 상황이지만, 이제는 코치의 길을 걷고 있죠
물론 선수와 코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역시 선수로서 활동입니다. 저한테도 선수가 더 맞고요. 하지만 지금은 선수로서 저의 모습을 보이기는 힘든 상황이고, 직접 경기를 하지 않는다는 차이뿐이지 그 전까지의 과정은 선수와 코치 모두 비슷합니다. 코치로서도 몇 번 고비가 있었는데, 항상 잘 넘어왔다고 생각하고요. 지금까지 코치로 해왔던 대로 한 번에 무언가를 이루려는 마음보다 지금보다 계속 코치로서 성장하고 싶은 목표는 있습니다. 계속 성장해서 혼자 팀을 맡을 수 있을 정도의 단계까지 오르고 싶어요. 거기에 도달하면 다시 새 목표가 생길 거로 생각합니다.
시즌을 얼마 남가지 않은 지금 광동의 2024년을 기대하는, 그리고 코치로서 정명훈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을 텐데 인터뷰를 마치며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광동 프릭스에 합류하고 나서 팀을 좋아하고 응원하고, 그만큼 기대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다짐했죠. 저뿐만 아니라 광동 프릭스 팀 구성원 모두가 팬들의 응원을 받고 열심히 새 시즌을 준비 중입니다. 그만큼 올해 보내주시는 기대 이상의 결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상진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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