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10년···남양유업 60년 ‘오너 경영’ 막 내렸다
새 주인 ‘한앤코’에 경영권 넘어가
전문경영인 통한 경영 효율화 예상

국내 3대 유업체로 꼽히는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이 60년 만에 끝을 맞았다. 남양의 새 주인이 된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숱한 논란으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는 물론 실적까지 개선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사태는 대기업을 마치 일가족 소유물처럼 주무르는 재벌 경영 행태의 한계를 극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남았다.
4일 대법원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한앤코 손을 들어줌에 따라 홍 회장은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남양유업은 1964년 홍 회장 부친인 고 홍두영 명예회장이 남양 홍씨 본관을 따서 창업했다. 국내 최초의 아기용 분유 생산으로 시작한 남양유업은 서울우유 다음으로 줄곧 2위를 지켜오며 유업계 큰손으로 성장했다. 이어 ‘맛있는 우유 GT’, 불가리스, 프렌치카페 등을 히트시키며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2013년 대리점에 물품을 강매하고 대리점주에게 폭언한 사실이 알려져 거센 불매운동에 휩싸였다. 홍 회장의 경쟁업체 비방 댓글 지시 논란,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사건 등 오너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21년 ‘불가리스 사태’는 경영권 매각의 불씨가 됐다. 남양유업이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그해 4월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연구결과를 발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제가 커지자 홍 회장은 5월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며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한앤코와 체결했다. 하지만 계약 이행이 늦어져 한앤코가 8월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하고, 홍 회장이 계약해제를 통보하면서 이날까지 2년 넘게 분쟁을 이어왔다.
60년만에 주인이 바뀐 회사의 최우선 과제는 ‘경영 정상화’다. 남양유업 연 매출은 2020년 1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2022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3분기에는 2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저출생 심화로 분유·우유 소비가 줄면서 유업계 전반이 침체를 겪고 있다. 경쟁사들은 단백질 제품, 고령층·환자를 위한 케어푸드, 외식업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남양유업은 경영권 분쟁 탓에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 주인이 된 한앤코는 주로 기업 지분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게 전문이다.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한 후 5년 만에 인수 가격의 두 배 넘는 가격에 매각한 바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 효율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남양유업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앤코는 입장문을 통해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 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도 입장문을 내고 “구성원 모두는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됐지만 홍 회장과 한앤코 간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분쟁은 여전히 남아 있다. 홍 회장은 한앤코와 계약을 해지한 뒤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한 대상이었던 대유위니아그룹과도 계약금 320억원을 둘러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남양유업 지분 3%를 보유한 행동주의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이날 한앤코에 “지배주주만이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소수주주 지분에 대해 홍 회장 지분 인수가와 같은 주당 8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차파트너스는 “경영권 변동 시 일반주주들에게도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에 지분 매도 권리를 부여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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