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1㎝ 열상 아닌 1.4㎝ 자상"…민주당은 왜 '열상' 발표에 발끈했나
당내 의사출신 이어 병원 집도의도 "1.4㎝ 칼로 찔린 자상"
(서울=뉴스1) 강승지 이기범 장성희 기자 = 새해 벽두 부산에서 60대 남성으로부터 습격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상처를 두고 이른바 '열상·자상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일 피습 당일 경찰과 소방이 이 대표의 상태를 '1.5㎝가량의 열상'으로 발표하면서다. 이에 민주당은 "명백한 가짜 뉴스"라며 "의학적 판단에 의하면 2㎝의 창상, 내지는 자상으로 보는 게 맞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한 차례 취소 끝에 4일 브리핑을 연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이 대표 좌측 목뒤 1.4㎝ 자상이 있었으며, 속목정맥 60% 정도가 예리하게 잘렸고 핏덩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민 교수는 이재명 대표의 수술을 집도했다. 이 대표 수술 집도의가 직접 이 대표의 목 부위 상처가 자상이었음을 확인한 셈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창상은 칼이나 창으로 다친 상처 전반을 의미하는 의학적 표현이다. 그중 자상은 칼 등 뾰족하고 가느다란 물체에 '찔린 상처'다. 자상은 대개 크지 않지만 깊이는 대개 깊다. 상처가 깊으면 내부 출혈과 감염 우려가 있어 신속한 처치가 필요하다.
반면 열상은 피부가 찢어지며 생긴다. 일상에서 비교적 흔한 상처로 넘어지거나 부딪히며 많이 생긴다. 칼 등에 베이는 상처인 '절상'과 달리 상처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울퉁불퉁, 너덜너덜한 게 특징이다.
이 대표 피습 직후 소방당국은 "목 부위 1.5㎝ 열상으로 경상이 추정된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총선 영입 인재 5호이자 흉부외과 전문의인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전날 병원 앞에서 연 민주당 브리핑에서 "열상은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육안으로 봤을 때 2㎝ 창상, 내지는 자상으로 보는 게 맞다며 칼에 의해 가격당해 생긴 상처이기 때문에 열상이란 표현 자체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상처 크기를 당국이 축소하는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은 도착 시 환자 상태를 파악한 내용이 "목에 1.5㎝의 열상, 의식이 있으며 지혈된 상태였다"며 전문 의료진이 자세히 진료한 결과와는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열상과 자상에 왜 이렇게 민감한 것일까. 아마도 습격을 당한 이 대표의 위중 정도와 직접적 관련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심혈관 전문의들은 부산에서 흉기 공격을 당한 이 대표가 헬기로 서울로 이송돼 사건발생 5시간여 만에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것을 두고 "납득할 수 없는" "상식 밖", 더 심하게는 "살인미수"라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했다.
민주당이 밝힌 대로 이 대표의 목 내경정맥 60%가 손상된 정도면 매우 위험한 상태이기 때문에 권역외상센터가 있고 우수한 의료진을 갖춘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게 올바른 의학적 판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이 대표 측과 민주당이 이동에만 몇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수하고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한 것에 대해 이 대표의 상처가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수술 후 찍은 사진을 보면 피가 솟구치는 것 같지 않고 목 근처에 근육이나 피부 근육, 신경 손상 등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상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내경정맥 혈관 재건술 같은 경우 수술 후 짧으면 3~4일 입원하고 길어도 일주일"이라며 "다만 일반인이 다친 것과 이재명 대표가 다친 것은 다르니 얼마나 입원할지는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날 민 교수와 전날 민주당 설명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좌측 목 부위에 흉쇄유돌근이라 하는 목빗근 위로 1.4㎝ 칼에 찔린 자상을 입었다. 근육을 뚫고 그 아래의 속목정맥 60% 정도가 예리하게 잘려 있었으나, 다행히 경동맥이나 뇌신경·식도·기도 손상은 없었다.
수술은 1시간 40분이 걸렸다.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상처 부위를 세척한 뒤 찢어진 속목정맥을 봉합하고 혈관 재건술을 했다. 9㎜를 꿰맨 후 피떡을 제거하고 잘린 곳은 클립을 물어 접착·세척했으며 배액관을 집어넣고 상처를 봉합했다.
한편, 박도중 서울대병원 대외협력실장(위장관외과 교수)은 브리핑이 한 차례 미뤄진 이유에 대해 "준비했으나 수술 후 법리 자문 결과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환자 동의 없이 발표할 수 없었다"며 "외상환자 특성상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 대표가 회복된 만큼 이 대표 가족들이 언론 브리핑에 동의해 진행하게 됐다"고 다. 이 대표는 전날(3일) 오후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만큼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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