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3년 최대 940만 달러' 고우석, 샌디에이고와 전격 계약… 바람의 가족, MLB 도전 시작됐다(종합)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바람의 가족’이 메이저리그에 동반 도전한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아들인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먼저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고, 사위이자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인 고우석(26)도 그 길을 따른다.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와 계약함에 따라 김하성-고우석-이정후로 이어지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코리안리거 싸움도 본격적인 점화를 알렸다.
2023년 시즌 후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한 고우석은 4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에서 공식에서 계약했다. 고우석은 3일 현지 언론으로부터 샌디에이고와 계약 소식이 알려졌으며, 원 소속팀 LG의 허가 속에 메디컬테스트 및 계약 마무리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어졌고, 결국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다.
포스팅 자격에 필요한 등록일수 7년을 모두 채운 고우석은 세간의 예상과 다르게 메이저리그 도전의 뜻을 굳혔고, 지난 12월 5일 본격적인 포스팅 절차에 돌입했다. 포스팅 기한은 한 달로 1월 4일 오전 7시까지 그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고우석은 만료를 몇 시간 남겨두지 않고 샌디에이고와 극적인 계약에 골인하면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
AP통신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고우석은 2년 동안 450만 달러(약 59억 원)를 보장받는다. 구체적으로 이를 살펴보면 우선 2024년 연봉 175만 달러(약 23억 원)를 수령한다. 그리고 2025년에는 올해보다 더 높은 225만 달러(약 29억 원)를 받는다. 이렇게 2년간 400만 달러(약 52억4000만 원)가 보장된 계약이다.
샌디에이고와 고우석 계약에는 2026년 상호 옵션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샌디에이고와 고우석이 모두 동의할 경우 2026년은 연봉 300만 달러(약 39억 원) 계약이 자동 실행된다. 옵션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는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에게 바이아웃 금액 50만 달러(약 6억5000만 원)를 준다. 즉, 고우석에게 보장된 금액은 2024년과 2025년 연봉 400만 달러에 바이아웃 금액 50만 달러까지 총 450만 달러다.
만약 2026년 옵션이 실행될 경우 고우석은 700만 달러(약 91억7000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도 알뜰하게 걸었다. AP 통신은 ‘고우석이 출전 경기 수와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면서 3년 총액 240만 달러가 인센티브로 걸렸다고 보도했다. 보통 불펜 투수들의 인센티브는 출전 경기 수, 그리고 세이브와 무관하게 경기를 마무리한 경기 수 등이 포함된다.
고우석은 2024년 70경기에 나가면 10만 달러를 받는다. 2025년과 2026년은 경기 수에 따라 인센티브가 다르다. 40경기, 45경기, 50경기, 55경기를 등판할 때마다 각각 10만 달러다. 55경기에 나가면 연간 40만 달러를 수령한다. 경기를 끝낸 경기의 수에 따른 인센티브는 2024년과 2025년 각각 포함되어 있다. 15경기, 25경기, 35경기, 45경기를 끝낼 때마다 각각 12만5000달러씩이 다음 해 연봉에 추가되는 구조다.
고우석이 인센티브를 모두 따지면 3년 총액 940만 달러(약 123억 원)가 된다.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보통 보장받는 한국까지의 왕복 비행표도 제공받으며, 2025년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4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우석 선수는 한국 시간으로 1월 4일 오전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과 계약을 체결했다. ‘고우석은 2017년 1차 지명으로 LG트윈스에 입단하여 7시즌 동안 354경기 19승 26패 139세이브 6홀드 방어율 3.18을 기록했다. 또한 KBO리그에서 2023년까지 7시즌을 소화하며 포스팅 자격 요건을 충족하고, LG트윈스의 동의를 얻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고우석은 계약을 모두 마친 뒤 팬들과 원 소속팀 LG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계약을 마친 고우석은 LG 구단을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 LG트윈스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샌디에이고 구단에도 감사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좋은 모습으로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과 각오를 다졌다.
차명석 LG 단장은 구단을 대표해 “축하한다. 고우석 선수는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하길 기대한다. 고우석 선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고 격려했다.
고우석은 동갑내기 선수인 이정후와 사돈 지간이자, 이종범 코치의 사위다. 처남 매제 사이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모두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게다가 두 선수는 모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이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사인했다. 같은 지구에 속한 두 팀은 연 19번의 맞대결을 벌인다. 당장 올해 샌프란시스코의 시즌 개막전이 샌디에이고 원정이다. 두 선수간의 제법 많은 투‧타 맞대결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 드라마 같았던 포스팅 절차, 고우석의 도전은 적중했다
갈산초-양천중-충암고를 거친 고우석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대성할 재목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강견에 성품 또한 단단해 추후 LG의 마무리 투수 혹은 불펜에서 중요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2017년 팀의 연고지 1차 지명을 받았다. 고우석은 자신의 기량과 구단의 관심 속에 무럭무럭 자랐고, 기대 이상의 성장 속도를 보이며 어느덧 KBO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 투수로 거듭났다.
고우석은 신인 시즌이었던 2017년 25경기를 나간 것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56경기에 뛰며 1군 선수로서는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 어수선했던 팀 불펜 상황에서 마무리로 승격하며 본격적인 전성기를 열기 시작했다. 65경기에서 8승2패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의 화려한 성적으로 리그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20년 다소 부침이 있었으나 2021년과 2022년 합계 72세이브를 거두며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2022년에는 61경기에서 4승2패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하면서 KBO리그 최고 마무리로 우뚝 섰다. 자연히 많은 국제대회 차출이 이뤘다. 고우석은 2019년 프리미어12를 시작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2023년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이런 국제대회 경력은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1년 더 앞당기는 결과를 낳았다. KBO리그에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나가려면 등록일수를 일곱 시즌 채워야 한다. 한 시즌 조건은 145일 이상 1군 등록이다. 고우석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여섯 시즌은 모두 145일 이상 등록됐으나 데뷔 시즌이었던 2017년 등록일수가 100일로 이를 미달했다. 그런데 국가대표팀 출전으로 등록일수 보상을 받으면서 2017년 일수와 합쳐 일곱 시즌을 채운 것이다.
다만 고우석이 2023년 시즌 뒤 곧바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택할지는 알 수 없었다. 이미 KBO리그에 상주하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로부터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정작 2023년 성적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우석은 지난해 4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68에 머물렀다. 패전도 8번이나 됐다. 어차피 2024년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자유의 몸으로 도전할 수 있기에 1년을 미룰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고우석의 선택은 도전이었고, 2023년 LG가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이뤄내면서 하나의 부담도 덜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신분조회 요청까지 들어오는 등 관심이 고조되자 도전을 선택했다. 11월 16일 고우석의 에이전시인 이예랑 리코스포츠 대표가 차명석 LG 단장과 면담에서 고우석의 포스팅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차명석 단장은 “이전에는 포스팅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구단주의 뜻이 있어야 한다”며 확답을 미뤘다. 이예랑 대표 또한 “프로야구 선수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신분조회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관심 있는 구단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대화를 나눴다.
여기서 LG가 대승적으로 고우석의 포스팅을 허가했다.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였지만 구단이 아닌 그룹 수뇌부에서 전격적으로 허가했다. 다만 헐값에 보내지는 않겠다며 조건을 걸었다. 훗날 알려졌지만 LG가 정한 마지노선은 2년을 기준으로 700만 달러 이상이었다. 고우석도 이를 듣고 곧바로 포스팅 절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가겠다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여지를 열어두고 신중하게 접근했다.
고우석은 속내를 털어놨다. 12월 2일 구단 행사에 참가한 고우석은 “연봉 협상을 할 당시부터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무조건적인 해외 진출까지는 아니라도 포스팅 신청은 고려해주겠다고 말씀하셨다”면서 “그런데 지금 신청을 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이 문제가 가장 컸다. 만약에 잘 안 풀리더라도 LG 선수로 남을 수 있다는 점, 그런 것들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FA로도 도전할 수 있고, 이번에 포스팅으로도 갈 수 있으니까 (방법은) 흘러가는 대로 가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한다고 무조건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어서 포스팅 신청은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만 했다. 포스팅을 위해 우승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우승은 늘 원했다. 우승하지 못했다면 나 스스로도 포스팅을 신청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자신에게 걸어놓은 어느 한 조건이 됐음도 시사했다.
◆ LG의 대승적 판단이 메이저리거 고우석을 만들었다
그렇게 LG의 조건이 걸린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고우석은 사실 이정후에 비해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이정후는 이미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주목을 받으며 현지 언론에서도 자주 언급된 선수였다. 오프시즌이 시작되기 전 자유계약선수(FA) 랭킹에서 10위 안팎을 기록할 정도였다. 반대로 고우석은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선수였고, 지난해 부진 탓에 메이저리그 도전 자체가 불투명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부족했다.
다만 물밑에서는 몇몇 구단이 고우석 영입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오승환을 영입해 쏠쏠하게 활약했던 경험이 있는 세인트루이스 또한 고우석에 관심이 있었다. 현지 언론 보도가 세인트루이스를 중심으로 이뤄진 이유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는 여러 정황을 고려해 막판 고우석 영입전에서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의 세인트루이스 담장기자인 데릭 굴드는 3일 ‘세인트루이스는 마쓰이 유키를 영입하지 못했다. 이들은 여전히 애런 힉스나 베테랑 구원 투수 메이톤과 재회 가능성을 포함해 몇몇 구원 투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고우석은 세인트루이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다만 그는 포스팅 상황이고, 포스팅 수수료가 없는 옵션인 마쓰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이유다’고 설명했다. 고우석의 포스팅 비용이 어느 정도 부담이 됐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결국 샌디에이고의 조건이 가장 좋은 가운데 샌디에이고는 2년 보장 450만 달러를 제안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했던 고우석이야 가장 좋은 대우를 해준 샌디에이고 진출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LG가 당초 설정했던 기준선(2년 7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한 게 변수였다. LG가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강제로 막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서로의 약속이 있었고 그 약속 덕에 포스팅 절차를 시작할 수 있었던 만큼 마냥 무시하기도 어려웠다.
고우석은 우리 시간으로 2일에서 3일로 넘어가는 밤에 샌디에이고의 최종 제안을 닫고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LG에 통보를 했다. LG도 이를 논의했다. 당초 LG는 기준선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그룹 고위층에서 “선수의 바람을 들어줘라”는 오더가 내려오며 급물살을 탔다. 결국 LG는 3일 오후 고우석의 계약을 허가한다고 공식 발표했고 고우석은 3일 오후 미국행 비행기를 탄 끝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사실 이 계약은 LG와 고우석 모두 득을 봤다는 시각이 있다. 물론 LG는 팀의 든든한 마무리 투수였던 고우석을 잃어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올해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불펜 투수들이 있지만 아직 경력상 상수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득이 될 수 있다. 우선 고우석은 2024년 시즌이 끝나면 완전한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다. LG에 남을 수도 있지만,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는 여지가 있었다. 게다가 LG는 KBO리그 10개 구단 중 샐러리캡 여유가 가장 부족한 팀이다. 어마어마한 금액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고우석 영입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반대로 포스팅으로 보내면 일단 올해 1년은 고우석을 활용할 수 없지만, 훗날 고우석이 KBO리그로 돌아오면 고우석에 대한 보류권을 4년 더 가질 수 있다. 고우석은 포스팅 룰에 따라 KBO리그 복귀시 무조건 LG로 돌아와야 하며, 4년을 더 뛰어야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LG의 샐러리캡 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돈이 문제는 아니지만 포스팅 금액도 받는다.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은 계약금에 대한 20%를 원 소속 구단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 인센티브나 클럽 옵션은 달성시 해당 금액의 15%를 받는다. 이번 계약의 보장 금액은 400만 달러로 여기에 대한 20%인 80만 달러와 바이아웃 금액 50만 달러의 15%인 7만5000달러를 더해 총 87만5000달러(약 11억5000만 원)를 받는다.
추후 고우석이 인센티브를 따내고, 상호 옵션 충족에 따라 계약 규모가 더 커지면 LG는 추가적인 금액도 받을 수 있다. 3년 최대 940만 달러 계약에서 LG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이론적으로 약 161만 달러(약 21억 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대체 자원도 꼼꼼하게 준비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최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고우식이 가면 가는대로 대안은 있다. 유영찬이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마무리투수로 활약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하며 유영찬을 고우석 이적시의 차기 마무리로 점찍기도 했다. 유영찬은 지난해 67경기에서 6승3패1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3.44의 좋은 활약으로 LG 불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고우석으로서는 ‘꽃놀이패’라는 평가가 있다. 고우석은 당장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KBO리그에서는 받을 수 없는 2024년 연봉을 수령한다. 미국은 세금이 세고 특히 고우석의 소속팀인 샌디에이고가 속한 캘리포니아주는 주세가 더 세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어차피 고소득자 세율은 높은 만큼 나쁜 조건은 아니다. 2025년 연봉은 올해보다 더 오른다. 3년을 잘 뛸 경우, 한국에서 4년간 FA 계약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아직 젊은 나이에 두 번째 FA도 노려볼 수 있다. 잘하면 그만큼 천문학적인 돈이 따라오는 게 메이저리그다.
한편으로 설사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해도 그렇게 큰 손해는 아니라는 계산도 있다. 해외 유턴파 사례가 그렇다. 유턴파 선수들은 이미 KBO리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선수들이고, 이에 메이저리그에서의 실패와 별개로 KBO리그에서의 경쟁력은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해왔다. 고우석도 유턴시 ‘갑’의 위치가 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비FA 다년 계약도 많은 만큼 고우석도 ‘4년 유예’ 조항에 크게 신경을 써도 되지 않을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고우석의 대우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어느 정도일까. 물론 무조건 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는 고액 연봉자 대우는 아니다. 일단 2024년 메이저리거가 받는 최저 연봉은 74만 달러(약 9억7000만 원)이다. 마이너리거들의 대우를 더 신경쓰기 시작한 최근 3~4년 사이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도 꽤 가파르게 올랐다. 메이저리그 전체 불펜 투수들의 평균 연봉은 23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KBO리그는 불펜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대우를 받는 리그지만, 메이저리그의 투수 이적시장은 여전히 선발 강세다.
즉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들의 평균적인 연봉을 받는 셈이다. 2023년을 기준으로 샌디에이고 불펜 투수 중 고우석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도 그렇게 많지 않다. 선발과 불펜을 오간 닉 마르티네스가 1100만 달러, 로베르트 수아레스가 1000만 달러, 루이스 가르시아가 375만 달러, 팀 힐이 262만 달러 정도를 받았다. 고우석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은 불펜 투수는 이게 다다.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에 꽤 공을 들일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일단 샌디에이고는 올해 팀 페이롤을 줄이기 위해 많은 선수들을 내보냈다. 그 과정에서 불펜도 굉장히 헐거워진 상태다. 당장 팀의 마무리인 조시 헤이더가 FA 시장에 나갔는데, 헤이더의 몸값을 감당하지 못한 샌디에이고는 연장 계약 제안 한 번 못해보고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든든한 투수였던 닉 마르티네스의 이탈도 뼈아프다. 또한 베테랑 좌완인 팀 힐의 공백도 메워야 한다. 샌디에이고는 마이클 와카, 세스 루고 등의 팀 옵션도 연봉 감축 과정에서 실행하지 않아 선발과 불펜 모두 전력 누출이 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프로야구에서 최연소 200세이브를 달성한 마쓰이 유키, 그리고 고우석을 영입해 팀의 7~9회를 재편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로베르트 수아레스까지 세 명이 마무리 후보로 거론된다. 수아레스는 메이저리그 복귀 시즌이었던 2022년 45경기에서 5승1패 평균자책점 2.27의 성공적인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6경기에서 4승3패 평균자책점 4.23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수아레스에게 풀타임 마무리를 맡기기에는 무리가 될 수 있다.
다른 불펜 투수들의 양질도 그렇게 좋은 편은 못 된다. 좌완 톰 코스그로브, 우완 스티브 윌슨, 좌완 알렉 제이콥, 우완 로건 길버트, 좌완 아드리안 모레혼 등이 불펜을 이룰 후보인데 8~9회를 맡길 만한 투수들은 아니다. 이 때문에 고우석과 마쓰이를 영입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한편 샌디에이고는 이미 팀의 핵심 선수로 거듭난 김하성이 있기에 고우석의 적응은 비교적 순조로울 전망이다. 김하성은 이미 샌디에이고에서 3년을 보냈고 올해 4년 차를 맞이한다. 클럽하우스에서 완벽하게 적응이 된 선수이자 동료들과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선수인 만큼 김하성의 영향력이 고우석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샌디에이고는 이미 다르빗슈 유와 김하성 등 아시아 선수들이 제법 있었고, 마쓰이와 고우석이 추가되면서 아시안 동질성이 강화될 수도 있다.
이정후와는 가족 대결이 주목된다. 두 팀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으로 시즌 19번이나 맞대결을 갖는다. 선발이 아니라는 점에서 두 선수의 맞대결은 타이밍도 굉장히 잘 맞아야겠지만, 어쨌든 시즌이 긴 만큼 이 장면을 기대할 수 있다. 고우석이 던지고, 이정후가 치고, 김하성이 잡는 그림 같은 장면도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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