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총선 앞두고 '북풍' 조장? 북한 행동 '선거 개입'으로 끼워 맞춰

이재호 기자 2024. 1. 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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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례 들면서 북한 행동 선거 개입 규정…북한 의도·실제 효과 명확하지 않아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교한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를 비롯한 최근 북한의 행태에 대해 총선에 개입하려는 시도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북한의 입장이나 행동이 실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과 총선을 끼워 맞추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오히려 이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통일부는 "북한은 연말 당 전원회의에 이어 연초부터 김여정 담화 등을 통해 우리에 대한 위협과 비방을 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고 우리 사회의 분열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북한이 줄곧 추구해 온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들어 보려는 체제 전복 전술의 일환"이라며 2012년 총선에서의 대남 선전전, 2016년 총선에서 GPS 교란. 2020년 총선에서 탄도 미사일 연쇄 발사 등이 "우리 총선에 개입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통일부는 2012년 총선의 '대남 선전전'의 경우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의도가 명확하지 않은 북한의 행동이나 발언을 남한에 대한 선전전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사실'보다는 '해석'의 영역에 가깝다.

2016년 GPS 교란의 경우 당시 상황을 살펴봤을 때 남한의 총선 개입보다는 4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 대한 불만,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한 대응, 비대칭전력에 대한 기술 점검 차원이 더 주요한 이유였다.

실제 당시 정부는 북한의 이같은 행태가 민간보다는 군에 대한 공격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해 4월 1일 <연합뉴스>는 "선박·항공기·차량 등에 쓰이는 민간 GPS에 대해 전파 교란으로 실제 대규모 피해를 일으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정부 평가"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2020년 4월 15일에 진행된 21대 국회의원총선거를 앞둔 3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 역시 내부적 수요 및 북미 회담 결렬에 따른 대응으로 보는 것이 보다 적합해 보인다.

당시 정세를 보면 2019년 2월 하노미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6월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 실무 접촉 재개에 합의했으나 이후 10월에 스웨덴에서 열린 접촉에서 양측은 별다른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후 북한은 그해 12월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열어 '정면돌파전'을 선포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 무기개발을 중단 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0년 2월부터 동계훈련에 돌입한 북한은 3월 2일과 9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고 21일에는 '북한판(版) 에이태킴스(ATACMS)'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 'KN-24'를 발사했다.

북한이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선거 전날 발사된 4월 14일 단거리 순항 미사일에 대해서도 마크 밀리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미 국방부 브리핑에서 "북한 내부의 어떤 기념행사와 연결돼 있을지 모른다"는 분석을 내놨다.

밀리 의장이 언급한 '북한 내부의 기념 행사'는 다음날 있을 태양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이 날을 최대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

2020년 당시 선거 결과를 놓고 보더라도 북한이 과연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이같은 행위를 벌였는지 의문이다. 북한이 안보 위기를 조장해 남한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면 보수우파 성격을 가지고 있는 현 여당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어야 하는데, 당시 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을 얻으며 압승하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북한이 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에 국내에서 벌어지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대 시위 기사를 싣고 있는 것을 남한에 대한 '내정 간섭 시도'로 보고 있는데, 이 역시 다소 억지스럽다. <로동신문>을 남한의 독자들이 자유롭게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러한 보도가 남한 내 주권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의 행동이나 발언이 실제 남한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제 북한이 그러한 의도를 가졌는지도 확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남한에 대한 내정간섭이나 선거 개입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연결시키는 것을 두고 북한의 행동을 선거에 이용하고 싶은 정부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총선의 성격을 두고 '정부 견제론'이 꾸준히 여론의 힘을 얻는 상황에서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북한의 선거 개입'을 이슈화시켜 유권자들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고, 이를 통해 2년여 간 이어온 '정부 심판'이라는 총선의 프레임을 약화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설명이다.

▲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하여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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