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태영, 남의 뼈 깎는 노력하나...약속 안지키고 총수 재산 지키기만”

김보연 기자 2024. 1. 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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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
“‘견리망의’ 떠올라...손실나니 떠넘겨”
451억 외담대 미상환 “정리 않고는 신뢰 어려워”
“홍콩ELS, 은행 관리문제 드러나...신속 검사 착수”
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 측이 전날 발표한 자구계획과 관련해 “견리망의(見利忘義·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가 떠오른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날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호황기 때 시행·시공을 한번에 도맡아 하면서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벌었고, 이중 상당 부분이 총수 일가 재산 증식에 기여했다”며 “부동산 경기 다운텀(하강 국면)에 들어서 손실이 나니 채권단, 협력업체 등에 떠넘기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원장은 “워크아웃 신청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하겠다고 했는데 남(채권단)의 뼈를 깍는 노력을 얘기한 것 아닌가 싶다”며 “협력 업체, 수분양자, 채권단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하기로 한 기본적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총수 재산 핵심인 TY홀딩스 지분 지키는 데에 쓰이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도 회사 자금만 쓰고 대주주 일가 개인 명의의 자금은 파킹이 돼있다”며 자구 계획에서 대주주 사재 출연안이 빠진 점을 지적했다.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주사인 TY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중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만큼을 제외한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매각자금은 이미 지주사인 TY홀딩스 연대채무를 갚는 데 쓰고,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골프장 운영업체인 블루원 지분 담보도 태영건설이 아닌 TY홀딩스에 제공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하도급 업체에 지급할 상거래채권 중 451억원 규모의 외상매출담보채권대출(외담대) 갚지 않은 것에 대해선 “(외담대가) 금융채권인지 아닌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협력업체)들이 사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데 (외담대 상환이) 필요한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외담대를 정리하지 않고는 아주 기초적인 신뢰의 축적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한 시점부터 금융채권인 외담대 상환이 유예된 것이라는 입장이나, 금융 당국 측은 외담대 상환이 ‘정상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11일 금융채권자협의회 전 산은이 수긍할 수 있는 자구안이 나와야 한다”면서 “이번 주말을 넘기면 산은이 다른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는 “(태영그룹이) 11일이 지난 뒤에도 (워크아웃) 이슈를 끌고 갈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끝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에서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태영건설이 사실상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가 오더라도 시장 안정 조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채권자 설명회가 진행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뉴스1

올해 상반기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불완전판매 논란과 관련해선 “12월 중 12개 판매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완료했다”며 “일부 판매사에서 판매 한도 관리 시스템, 핵심성과지표(KPI) 조정을 통한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 판매 드라이브, 계약서 미보관 등 전반적인 관리 체계상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조속히 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자기책임의 원칙하에 금융투자 상품을 거래해야 되는 것은 자본시장의 기본 원칙”이라며 “다만 과거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사태 등을 경험한 판매사들이 영업만을 우선시해 면피성이고 형식적인 절차를 준수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합성 원칙 등을 실질적으로 준수하지 않았다고 할 경우에는 책임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관련 제도 개선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과거에 비춰 (판매사들이) 형식적인 요건을 상당히 갖췄지만 실효적으로 정말 설명의무를 다하는 건지, 좀 더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되 형식적인 부분은 줄여 양쪽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보고 있다”며 “올해 중요한 쟁점으로 다룰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현재 홍콩H지수 ELS 관련 민원을 바탕으로 불완전 판매 유형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홍콩ELS 관련 분쟁 조정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중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9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9월 말 기준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이 발생한 규모만 6조2000억원이고, 이 중 5조9000억원(87.8%)이 올해 상반기 만기를 맞는다.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해 12월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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