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없는 축구장 3개 크기…KAI 사천공장[역동의 산업 현장을 가다⑤]

김동현 기자 2024. 1. 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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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3개 크기 고정익동, 수출용 FA-50, T-50 제작
미국·이집트 적극 공략, "수리온 수출도 원년으로"
[서울=뉴시스]KAI전경 개발센터의 모습(사진=KAI 제공)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항공산업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숙련된 작업자들 손길을 거치는 방식으로 항공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기술력으로 만든 자동화 장비까지 공정에 도입하며 생산성과 효율성을 더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기자가 찾은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는 전 직원들이 장인의 마음으로 한땀 한땀 공을 들여 비행기를 마치 명품처럼 만들고 있었다.
[서울=뉴시스]고정익동 생산현장(사진=KAI 제공)

축구장 3개 크기 고정익동, 수출용 FA-50 제작 '분주'

실내에 기둥을 두지 않은 무주(無柱)공법으로 제작된 고정익동에 들어서자 축구장 3개 크기의 광활한 공간에 폴란드와 말레이시아로 수출 예정인 FA-50 경공격기 제조 과정이 한 눈에 들어왔다. 한편에선 태국 공군에 인도할 T-50 제작도 한창이었다.

FA-50은 전방, 중방, 후방 동체를 조립하고 수직 날개와 수평 날개를 붙인 뒤 착륙장치, 조종석 전자장비박스(LRU) 등 각종 장비를 탑재하는 순서로 작업을 진행했다. 특이한 점은 공장 내부에 소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공장 내부에는 라인마다 연두색 항공기들이 일렬로 줄지어 있었는데, 숙련된 작업자들이 각 단계별로 자신들이 해야할 조립 업무를 차례대로 수행했다. 한 단계씩 공정을 거칠 때마다 한 칸씩 전진하며 완성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항공기 제작의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뤄지진 않는다. 서원철 고정익최종조립기술팀 부장은 "예전에는 전투기 한 대를 만들 때 모든 과정을 사람들이 일일이 맡았지만, 최근에는 동체자동조립공정, 대형로봇드릴링시스템 등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항공기의 전방, 중앙, 후방 동체를 결합할 때는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됐다. 일명 동체자동체결시스템(FASS)으로, 개별 조립된 전방·중앙·후방 동체를 0.001㎜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조립한다. 자동화 시스템이어서 작업 시간도 사람이 하는 것보다 80% 이상 단축해준다.

항공기는 제작시 용접 대신 동체에 구멍을 뚫고, 볼트와 리벳을 이용해 촘촘하게 연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최근에는 작업자들이 항공기에 사용하는 소재에 구멍을 뚫기 힘들기 때문에 KAI는 대형로봇드릴링시스템(LRDS)까지 도입했다.

[서울=뉴시스]회전익동 생산현장(사진=KAI 제공)

헬기 '자동비행 장치' 등 남다른 기술력 과시

KAI 본사의 회전익동에선 군용헬기인 KUH-1(수리온)과 LAH 등 헬기 제작으로 분주했다. 헬기는 전반부, 중간부, 동력전달부로 나눠진 동체를 붙인 뒤 동력전달 장치, 기어박스, 각종 전자장비 등을 조립한다.

전투기에 비해 곡면이 더 많기 때문에 공정 자동화가 어려운 만큼 동체를 맞붙이는 과정을 빼고 대부분 과정에서 많은 인력을 투입한다. 이날도 동체마다 2~4명이 투입돼 다양한 조립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올해로 전력화 11주년을 맞는 수리온은 지난 10년간 한국 군대에서 성능을 입증 받았고, 상륙공격헬기 등 다양한 파생 헬기로 개발됐다. 현재는 군 외에 경찰, 소방, 산림, 해경 등의 관용 헬기로도 운용 중이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두 번째 헬기인 LAH도 회전익동에서 제작한다. LAH의 꼬리 날개는 테일 로터로 제작했고, 헬기의 고도를 자동으로 유지해주는 자동비행 조종장치와 조종사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무기 자동화 시스템까지 탑재했다.

KAI는 지난해 LAH 양산 계약을 체결한 뒤 내년에 초도물량 LAH 10대를 납품한다. 향후에는 파생형 LAH 헬기 개발과 해외시장 진출까지 모색한다.
[서울=뉴시스]서울 ADEX 2023 KAI 전시관의 고정익 Zone에 방문한 UAE 공군사령관 일행이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KAI 제공)

미국·이집트 수출 물론 수리온 계약에도 '집중'

국내 방산업계는 2022년 폴란드와 대규모 계약 성사에 힙입어 173억 달러에 달하는 수출 금액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 상향이 지연됐지만 130억~140억 달러 수준의 수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수출국가와 제품 다변화를 바탕으로 수출액 200억 달러에 도전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분쟁 등 글로벌 위기가 고조된 만큼 K-방산 수출 기회는 더 늘어날 조짐이다.

KAI는 2022년 폴란드에 FA-50 경공격기 48대 수출 계약을 맺은 뒤 지난해 말레이시아와 1조1952억원 규모에 달하는 FA-50 18대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올해는 미국 해·공군의 전술훈련기 교체사업과 이집트 수출도 타진한다.

미국 해·공군의 전술훈련기 교체사업은 완제기 수요가 총 500대에 달해 사업 규모가 최대 100조원을 넘을 수 있다. 이집트와는 30대가 넘는 FA-50 수출 협상도 진행 중이다.

KAI는 올해를 수리온 수출의 원년으로 만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수리온 구매에 적극적인 국가로, 양국은 교육, 훈련, 정비, 기술 이전 등을 아우르는 세부사항 논의에 들어간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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