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정치·가짜뉴스 판치는 시대… “또 다른 ‘괴물’ 낳을수도”

권승현 기자 2024. 1. 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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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벌어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은 확증 편향과 과도한 정치 몰입이 빚은 '정치 테러'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극단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확증 편향은 유튜브, SNS 등에서 제공하는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심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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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회 확증편향 위험수위
유튜브가 가짜뉴스 생산
정치권서 선동하고 악용
‘편향 확산 악순환’ 만들어
“사회 불안할수록 배타성 심화
확증편향 더해지면 극단화”
경비 강화 4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의 본관 앞에서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백동현 기자

지난 2일 벌어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은 확증 편향과 과도한 정치 몰입이 빚은 ‘정치 테러’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극단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확증 편향은 유튜브, SNS 등에서 제공하는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심화한다. 확증 편향의 극단화를 막기 위해선 ‘가짜 뉴스’ 규제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권고이지만, 당장 온라인상에는 이 대표 피습을 놓고 ‘이재명 나무젓가락 피습설’ ‘자작극’ 등의 가짜 뉴스와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를 악용하고 선동하는 정치권이 확증 편향을 공고히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전문가들은 이 대표를 습격한 김모(67) 씨가 확증 편향에 사로잡혀 살인 미수와 같은 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분석했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견해가 옳다고 뒷받침해주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찾는 경향으로, 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는 이를 ‘2024년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사회심리 현상’으로 선정했다.

프로파일러 출신 배상훈 전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김 씨가 정치 유튜브를 즐겨 봤으며 종종 정치권에 대한 적나라한 비판을 쏟아냈다는 주변인들의 증언과 관련해 “김 씨가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대신 유튜브를 크게 틀어뒀다는 것은 듣고 싶은 것만 들어왔다는 것”이라며 확증 편향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 대표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왜곡된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그게 마치 사실인 것처럼 집착하게 된 것”이라며 “이런 성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고 오랜 기간에 걸쳐서 형성되는데, 극단적 유튜브를 통해 점점 확신을 얻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확증 편향은 극단 사회를 부추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불안할수록 외부 집단에 배타적이고 응집력이 강한 집단을 형성하려고 한다”며 “여기에 확증 편향이 더해지면서 기울어진 ‘8’처럼 가운데는 텅 비고 양극단은 강화되는 모습이 심화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우리 사회의 불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정치 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행위는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짜 뉴스는 확증 편향을 왜곡된 방향으로 변질시키지만, 유튜브와 SNS엔 가짜뉴스가 수두룩하다. 이 대표가 칼이 아닌 나무젓가락에 찔린 것이며 피습 자체가 자작극이라는 가짜뉴스가 대표적이다.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튜브는 이 대표가 칼에 찔린 것이 아닌, 나무젓가락이나 나무칼 등에 찔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천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튜브는 목격자의 육성 증언을 활용해 “김 씨가 들고 있던 칼엔 피가 묻어있지 않았다”고 방송했다. 심지어 교수, 의사 등 전문가들도 이 같은 가짜뉴스에 동조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김 씨가 나무젓가락으로 이 대표를 찔렀다는 것은 명백한 오보라며 “흉기는 일반적인 자루칼”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1인 미디어 사회에서 모든 콘텐츠를 다 검열할 수 없으니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시민의 시민의식, 성숙도 등에 정보의 올바른 수용이 달려 있다”며 “기술 발전의 속도가 시민의 성숙도를 발전시키는 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권승현·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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