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오너 경영 60년만에 막 내려

지난 1964년 창립한 남양유업 오너 경영이 60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한앤코 측 법률대리인 김유범 변호사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4일 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판결에 따라 홍 회장은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합계 지분율 52.63％)를 넘겨받아 최대주주가 됐다.

대법원 판결 직후 남양유업 측은 입장문을 통해 “경영권 분쟁 종결로 남양유업 구성원 모두는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정 다툼은 남양유업이 2021년 4월 불가리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보건당국이 즉각 반박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커지자 홍 회장은 2021년 5월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며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한앤코와 체결했다가 같은 해 9월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 측이 계약 이행을 미룬다며 2021년 8월 주식 양도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모두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고 이날 대법원 판단도 동일했다.

새 주인이 된 한앤코는 주로 기업의 지분 인수 후 성장시켜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되파는 '바이아웃' 형태의 전형적인 사모펀드다. 한앤코는 남양유업 인수 절차를 밟아 훼손된 지배구조와 이미지 개선, 경영 정상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 경영정상화로 유업계 경쟁이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남양유업은 오너 리스크 등 악재로 지난 2020년 11년 만에 매출 1조원대가 깨졌고,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손실액은 1900억원에 달한다.

한앤코는 입장문에서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 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판결로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됐지만 홍 회장과 한앤코 간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정 분쟁과 지분 정리 과정이 남아 남양유업의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