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엔씨, 엔트리브도 접는다…"적자부담 못견뎠다"

김가은 2024. 1. 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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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개발 자회사 엔트리브 소프트 사업 종료키로
3일 직원들에게 공식 발표…퇴직위로금 지급 안내
2012년 인수 직후 흑자낸 적 없어…누적적자 617억원
엔씨, 부진한 사업 줄줄이 정리…공동 대표체제 관심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엔씨소프트(036570)가 개발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 사업을 접는다. 엔트리브소프트는 프로야구H2·H3, 트릭스터M 등을 개발한 엔씨의 유일한 개발자회사다.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사진=엔씨소프트)
4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엔트리브소프트 사업을 종료하기로 하고 직원들에게 타운홀 미팅을 열어 공지했다. 엔씨는 약 70여명의 직원들에게 퇴직금 외에 별도의 퇴직위로금에 대한 안내도 마쳤다.

엔씨는 지난 2012년 엔트리브소프트를 1085억원에 인수했다. 엔트리브소프트는 지난 2003년 12월 설립된 모바일 게임 개발사로 SK텔레콤(017670)이 인수했다가 재매각했다. 캐주얼 골프게임 ‘팡야’와 ‘프로야구 매니저’를 개발해 흥행시켰으며 인수 직전인 2011년 연매출은 547억원, 영업이익은 73억원으로 흑자상태였다.

그러나 엔씨 인수 이후 엔트리브는 내리막길을 이어갔다. 인수 직후인 2012년 영업손실 8억원으로 적자전환한 뒤 단 한 번의 흑자도 기록하지 못했다. 2015년부터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졌으며 최근 3년간 엔트리브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0년 72억5557만원 △2021년 15억3837만원 △2022년 98억958만원 등을 기록했다.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적자규모는 약 617억원에 달한다.

엔씨는 엔트리브를 되살리기 투자와 지원 명목으로 약 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다.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트릭스터M을 지난 2021년 5월 출시했으나 흥행에 실패했고, 모바일 골프게임 팡야M 개발은 중단됐다.

골수팬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야구H3 역시 이용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제이웍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프로야구H3 이용자 수는 지난해 1월1일 1504명에서 같은 해 11월30일 853명으로 감소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내정자(사진=엔씨소프트)
엔트리브 사업 종료는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엔씨의 불가피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엔씨는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감소와 지난해 공개한 대작 쓰론앤리버티(TL)의 흥행 부진 등이 이어지면서 부진한 실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TL은 엔씨가 10년간 1000억원 가량의 개발비를 투입한 대작으로, 기존 리니지에 대한 비판을 수용해 돈을 쓰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착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한 게임이다.

그러나 착한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한 덕에 리니지 만큼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삼성증권은 TL의 올해 매출 추정치를 기존 37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하향하는 한편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25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엔씨는 지난해 1월 팬덤 플랫폼 사업인 유니버스를 매각했고 5월에는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클렙 보유지분 66.67%를 전량 매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금융 비즈니스 사업을 정리하는 등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왔다. 경영에도 변화를 주기 위해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영입, 27년간 유지해 온 김택진 대표이사 체제에서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박 공동 대표가 투자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만큼 추후 엔씨가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글로벌 공략 행보도 이어갈 계획이다. 올 초 TL의 콘솔과 PC버전이 글로벌 출시될 예정이며 ‘LLL’과 ‘배틀크러쉬’ 등의 신작도 개발 중이다.

엔씨는 엔트리브소프트가 오랫동안 부진한 실적을 이어온 만큼 사업 종료 결정이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엔씨 관계자는 “최근 경영 환경 등을 감안해 엔트리브소프트 게임 서비스 종료와 법인 정리를 결정했다”며 “미래 도약을 목표로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불가피한 결정이다. 서비스 종료까지 이용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가은 (7rsilv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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