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보다 싸다" 열광…대기업 임원도 푹 빠졌다는데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박동휘 2024. 1. 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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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커머스 세상 평정하려는 중국의 야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线上经济一体化(셴샹징지이티화)’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빅테크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온라인 세상의 국경 없는 경제를 통일시키겠다’는 의미다. 표현은 다르지만 중국 정부 역시 ‘실크로드 e커머스’를 부르짖고 있다. 상하이시가 최근 중점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해외 시장을 향한(크로스 보더) e커머스 플랫폼 구축’이다. 중국의 목표는 한 가지다. 디지털 세상에서 패권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 깨져

요즘 국내 유통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다. 알리의 가입자수가 벌써 600만명을 넘었다.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e커머스 플랫폼인 판둬둬의 자회사인 테무는 지난해 11월(월간 활성화 고객)가 3개월만에 7배 급증했다. 

유통산업을 취재하다보니 주변에서 알리와 테무를 사용해봤다는 ‘제보’를 꽤 많이 받고 있다. 50대 초반의 한 대기업 임원은 “이사 후에 새집에 쓸 경첩 등의 제품을 알리에서 구입했다”며 “다이소나 동네 철물점에서 파는 중국산과 규격까지 똑같은데 가격은 거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방한용 골프 용품을 사면서 테무에 맛 들렸다는 또 다른 중년 남성은 “몇천원짜리 상품을 매일 주문하는 일에 재미가 들렸다”며 “어차피 한 번 쓰고 버린다는 생각으로 사는 것인데 막상 써보니 품질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알리, 테무의 한국 시장 공세가 본격화된 건 지난해부터다. 알리는 국내에 2018년 진출했지만, 이렇다할 행보를 보이지 않다가 펜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신호탄으로 물밀 듯이 밀려들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싼 게 비지떡이라는 중국산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위협적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가공할 수준의 중국 빅테크 알고리즘 


중국의 빅테크는 2016년 알리바바가 동남아시아 최대 e커머스 플랫폼인 라자다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2020년 알리바바그룹 창업자인 마윈이 정부로부터 ‘비공식 제재’를 받은 이후 중국 빅테크는 최악의 시련을 겪었다. 인터넷 속도와 물류망에서 한계가 명확한 동남아 시장에만 만족할 상황이 아니었다. 2022년에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고, 테무가 미국에 상륙한 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빅테크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길들인 중국 정부로서도 디플레이션의 위기를 벗어나는데 e커머스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알리와 테무가 열심히 해외로 물건을 보낼수록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중소 공장들의 가동률도 올라간다. e커머스의 해외 영토 확장은 물류 산업의 글로벌화에도 맞닿아 있다. 알리바바만 해도 그룹의 6개 계열사 중 차이니아오라는 물류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 상장을 준비 중이다.

실크로드 e커머스는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의 크로스 보더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서비스 무역의 합계는 3조1700억 위안에서 4조6800억 위안으로 연평균 13.9%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디지털 배송 서비스 무역액은 1조3600억 위안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어난 수치다.

알리가 한국의 직구 시장 확장에 나선 건 이 같은 해외 공략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그들 입장에서 한국만큼 좋은 시장은 없을 것이다. 이미 수십개의 토종 e커머스들이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면 세계 어디서든 통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중국 정부와 빅테크는 엄청난 AI(인공지능)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알리바바 등은 정부의 비호 아래 개인정보를 무제한으로 활용할 수 있다. 덕분에 그들은 지난 10여 년간 전대미문의 빅테이터 실험을 감행할 수 있었다. 흩어진 데이터 조각들을 연결해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창조물을 만들어내는데 이미 도가 텄다. 유튜브의 알고리즘도 중국에선 애들 장난 수준이라고 할 정도다.   

이런 중국의 빅테크들이 한국을 시험 무대로 택했다. 한국의 토종 e커머스는 해외 진출은 커녕 규제의 칼날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부럽고, 두려운 일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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