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츠 대항 연합전선 구축…디즈니, '행동주의 펀드와의 전쟁'
블랙웰스는 별도의 이사 후보 지명
"아이거 아웃" 펠츠와 본격 대립
행동주의 펀드 트라이언파트너스의 공세를 받고 있는 월트디즈니가 반격에 나섰다. 밸류액트캐피털, 블랙웰스캐피털 등 다른 투자사들과 연합전선을 구축, 경영권 방어 전략을 짜기 시작한 것이다. 디즈니는 오는 3~4월쯤으로 예상되는 연례 주주총회에서 트라이언파트너스와 표 대결이 예정돼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디즈니는 3일(현지시간) 밸류액트캐피털과 “정보 공유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밸류액트로부터 자문을 구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밸류액트는 특히 이번 협약에 올해 주총에서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디즈니 측 인사들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담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밸류액트가 할리우드 작가·배우들의 파업 여파로 디즈니 주가가 80달러가량 하락한 작년부터 디즈니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현재 500만주 넘게 들고 있다고 전했다. 정확한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밸류액트는 월가에서 비교적 덜 공격적인 행동주의 펀드로 꼽힌다. 1년 전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비롯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대공세에 둘러싸여 있던 기업용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업체 세일즈포스의 이사회 의석을 확보, 갈등을 중재했던 게 메이슨 모핏 밸류액트 공동 CEO였다. 그는 2019년 디즈니가 21세기폭스의 미디어 사업부를 인수할 때도 디즈니를 후방에서 지원했다.
아이거 CEO는 “밸류액트는 투자금을 넣은 회사들과 협력해 온 역사가 있다”며 “지난 1년 동안의 대화 과정에서 모핏 CEO는 매우 건설적인 태도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밸류액트 측도 “디즈니와는 10년 넘게 교류해 왔으며, 최근 몇 달 동안의 지분 확대 과정에서 경영진과 꾸준히 소통해 왔다”고 했다. 모핏 CEO는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디즈니는 업계 최고 수준의 지적재산(IP)과 스포츠 브랜드, 테마파크, 경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주주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아이거를 비롯한 디즈니 이사회와 협력하게 돼 기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블랙웰스캐피털은 자체 이사 후보 리스트를 공개하며 트라이언파트너스와 대항 구도를 형성했다.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BD) 임원인 제시카 셸, 트라이베카 영화제 공동 설립자인 크레이그 햇코프, 일자리 중개 플랫폼 태스크래빗을 세운 벤처캐피털리스트 레아 버스크 등 3명을 디즈니의 신규 이사로 지명하겠다는 계획이다. 블랙웰스는 디즈니 주식 500만달러(약 65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트라이언파트너스를 이끄는 넬슨 펠츠 CEO는 앞서 지난해 말 자신과 제임스 라술로 디즈니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디즈니 이사로 지명하겠다고 알린 바 있다. 스트리밍 사업 재편과 대대적 비용 절감, 승계 구도 확립 등을 위한 쇄신용 인사라는 주장이다. 디즈니 측이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와 제러미 대러크 전 스카이 CEO를 이사회에 들인 직후 나온 발표였다.
트라이언은 “만성적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디즈니에는 변화가 필요하며,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펠츠와 라술로가 적격”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블랙웰스는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우리가 추천한 후보들”이라고 맞서고 있다. 디즈니는 블랙웰스가 제시한 명단을 확정, 후보추천위원회 검토를 거친 후 추천하겠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트라이언은 밸류액트와 디즈니 간 협력과 관련해서도 “실망스러운 (경영권) 방어조치”라며 “모든 주주에게 실질적으로 더 나은 이사 후보를 제공하는 것이 디즈니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디즈니 지분 약 30억달러(약 4조원)어치를 갖고 있는 이 회사는 1년 넘게 아이거 CEO를 포함한 디즈니 경영진과 대립해 왔다. 스트리밍 사업 부문 손실과 주가가 10년 만의 최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등이 경영 착오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2005~2020년 디즈니를 이끌었던 아이거는 퇴임 2년 만인 2022년 11월 CEO로 다시 복귀했다. 아이거 CEO가 취임 직후 55억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 및 감원 계획을 밝히자 펠츠는 위임장 대결을 철회했지만, 상반기 실적이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경영 간섭을 재개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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