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계 저축여력 `양극화` 심화됐다

이미선 2024. 1. 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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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계 저축 여력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을 받은 차주 10명 중 6명은 중도상환을 했고, 돈이 생기면 빚투나 영끌 대신 대출부터 갚겠다는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선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저축 여력이 높은 소비자들의 가구 소득에서 저축 가능액 비중이 증가해 금융소비자의 재정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저축 여력이 낮은 소비자도 유사한 비율로 증가해 가계재정이 양극화되는 추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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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작년 가계저축 여력 '양극화' 심화"
대출 보유 현황. 자료 하나은행
저축·투자 여력 변화 추이. 자료 하나은행 제공

지난해 가계 저축 여력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을 받은 차주 10명 중 6명은 중도상환을 했고, 돈이 생기면 빚투나 영끌 대신 대출부터 갚겠다는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4일 내놓은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가구 소득은 511만원으로 2022년(489만원)보다 22만원 늘었다.

가구 소득에서 소비와 대출상환 등의 지출을 제외한 금액을 '저축 가능액'으로 간주할 때, 소득의 절반 이상이 남아 저축 여력이 높은 소비자는 28.1%로 전년(25.1%)보다 3.0%포인트(p)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저축 여력이 낮은(0~30% 미만) 소비자는 32.3%에서 34.9%로 2.6%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선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저축 여력이 높은 소비자들의 가구 소득에서 저축 가능액 비중이 증가해 금융소비자의 재정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저축 여력이 낮은 소비자도 유사한 비율로 증가해 가계재정이 양극화되는 추세를 보였다"고 말했다.금융소비자들의 지난해 월 평균 소비·지출액은 243만원으로 2022년(241만원)보다 2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년 대비 지출이 늘었다고 응답한 항목은 식비, 공과금, 경조사 등이었다. 반면 의류·잡화 구입, 국내 여행, 명품 구입 비용 등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윤 연구위원은 "지출이 불가피한 필수 소비 외 선택형 소비를 줄이며 '긴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출 보유율(49.2%)은 2022년(50.4%)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평균 대출 잔액(4287만원→4617만원)은 더 늘었다. 대출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짐에 따라 자산가층 중심으로 대출이 진행됐거나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 어려움, 소액 대출 우선 정리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대출 보유자 가운데 최근 1년 내 대출을 중도 상환한 비율은 61.1%로 절반을 넘었다.

연구소는 "최근 2~3년 전만 해도 빚투, 영끌처럼 대출 레버리징(차입 투자)을 통한 자산 증식이 성행했으나 2023년엔 대출 상황을 투자보다 대출 상환을 먼저 고려하는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의향이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향후 1년 내 금융상품 가입 의향은 기존 거래자에서 더 적극적이었다. 원금보장의 저위험 투자를 추구하는 비율은 53%로 과반을 차지했다.

또 투자·신탁상품 향후 가입 의향이 39%로 지난해보다 12%p 높아져 투자심리의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투자 방침 조사 결과 '수익이 낮아도 원금 보장 추구'에 응답한 비율이 52.7%로 투자 상품의 가입 의향은 증가했으나, 불안한 경기 상황을 감안해 여전히 적극적 투자는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연구위원은 "지난 보고서에서 언급된 초단기 투자와 가상자산의 인기는 잦아든 반면, 본인의 지식·경험 내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의향이 높아지는 등 금융소비자는 환경 변화에 민첩히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7월 5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해 작성됐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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