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터널 통행료 이럴 땐 내고, 이럴 땐 안 낸다…27년만에 개편

서울시 혼잡통행료 개편
도심서 나가는 차량은 면제
“터널 주변 혼잡도 크지않아”

서울 중구 남산 1호 터널 톨게이트를 이동하는 차량들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남산 1·3호 터널 및 연결도로 혼잡 통행료가 도심 방향으로 이동하는 차량에만 부과된다. 서울시는 “오는 15일부터 외곽방향은 통행료를 받지 않고, 도심방향으로만 통행료 2000원을 징수하기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남산 혼잡통행료는 1996년 11월부터 도심 방향과 외곽 방향 모두 각각 2000원씩 징수됐다. 서울에서 이동하는 차량에 통행료를 부과해 차량 이동으로 인한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이를 두고 그동안의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통행료 2000원은 부과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혼잡한 도심 방향으로 진입하는 차량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혼잡한 외곽 방향으로 이동하는 차량까지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됐다.

서울시는 달라진 교통 여건을 반영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해 3월 중순부터 2개월 간 남산 혼잡통행료 징수 일시 정지 등의 실험을 추진했다. 서울시는 단계별 징수 일시정지 과정을 통해 방향별, 지역별로 교통 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외곽 방향으로 이동하는 차량에 대한 혼잡통행료를 면제하자 남산터널 이용 교통량이 약 5.2% 늘어났다. 터널과 직접 연결된 도로에서 5~8% 수준의 속도 감소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터널 주변 지역 도로에서의 혼잡도는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양방향 모두 혼잡통행료를 면제하자 남산터널 이용 교통량은 12.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공로, 삼일대로, 을지로 등 도심에 위치한 주요 도로들의 통행속도는 최대 13%까지 떨어졌다.

이를 기반으로 서울시는 오는 15일부터 혼잡통행료 징수 효과가 뚜렷한 도심방향 진입 차량에 대해서만 현재 요금 수준인 2000원을 그대로 부과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남산터널을 통과하는 차량들이 도심 방향으로 진입하면 도심지역 혼잡도가 가중되는 반면, 외곽 방향으로 진출하는 차량들이 미치는 영향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개월간 징수 일시정지 정책 실험에서 도심방향 면제는 외곽방향 면제에 비해 더욱 혼잡해진 것으로 나타나는 등 효과도 시민들과 직접 확인했다”고 덧붙엿다.

1996년 혼잡통행료 징수 시점과 비교했을 때 외곽 방향은 한남대교 확장 등 도로 여건이 개선됐다는 점도 외곽방향 통행료 면제 결정에 반영됐다. 서울시는 주변 도로들의 교통소통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교통정보 제공 강화 등 현장 소통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현재의 교통 여건을 충실히 반영하고, 시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