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재정 양극화···고금리에 차주 61% 대출 중도상환”
지난해 지출 뒤 소득의 절반 이상이 남아 저축 여력이 높은 금융소비자가 소폭 증가했으나, 남은 소득이 얼마없어 저축 여력이 낮아진 소비자도 이와 비슷한 비율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재정이 양극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4일 공개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4’를 보면 지난해 조사 대상자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511만원으로, 전년보다 22만원 증가했다. 응답자들은 이 중 평균 48%(243만원)를 소비·지출에 사용했고, 21%(107만원)는 저축·투자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 서울·수도권 및 전국 광역시의 20~64세 금융소비자 5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실시됐다.
연구소는 소득에서 지출, 보험료, 대출상환액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저축 가능액으로 간주하고 응답자를 저축 가능액별로 구분했다. 저축 가능액이 소득의 50% 이상인 응답자는 28.1%로, 전년보다 3%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저축 가능액이 소득의 30% 미만인 응답자도 같은 기간 32.3%에서 34.9%로 늘었다. 또 저축 가능액이 소득의 30% 이상 50% 미만인 응답자는 29.9%에서 24.4%로 줄었다. 연구소는 “가계 재정이 양극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응답자의 지난해 월 소비·지출액은 243만원으로, 전년보다 2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구소는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6%로, 지출액 유지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필수 소비를 제외한 선택형 소비를 줄이며 긴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응답자 중 대출을 보유한 비율은 49.2%로, 전년(50.4%)보다 줄었다. 그러나 대출 잔액은 4287만원에서 4617만원으로 불었다.
최근 1년 사이 대출이 있었던 응답자 2854명 중 61.1%는 대출을 중도상환(전액 20.6%·일부 40.5%)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55%가 ‘돈이 생기면 저축·투자하는 것보다 대출을 갚는 게 현명한 투자법’이라고 답했다. 연구소는 “2~3년 전만 해도 빚투·영끌처럼 대출을 통한 자산 증식이 성행했으나 올해는 투자보다 대출 상환을 먼저 고려하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의향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향후 1년 내 가입할 의향이 있는 금융상품에 대해 응답자들은 저축(44.7%), 투자·신탁(38.8%), 보험(21.4%) 순으로 답했다. 원금보장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했으나 투자·신탁 상품에 대한 의향도 전년(26.7%)보다 증가했다. 투자·신탁 상품 중에선 국내외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펀드에 대한 선호가 모두 전년보다 늘어난 반면 가상자산에 대한 선호는 7.9%에서 5.9%로 축소됐다.
윤선영 연구위원은 “2023년 보고서에서 언급한 초단기 투자, 가상자산의 인기는 잦아든 반면 본인의 지식·경험 내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의향이 높아졌다”며 “이번 보고서에서 나타난 금융소비자 모습은 조용히 기본으로 돌아가 전진한다는 의미의 ‘콰이어트 GBTB(Quiet Go Back To Basic)’라고 명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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