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공직자 15%, “지난 1년간 도의원·시의원 비리 경험”

김경필 기자 2024. 1. 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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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는 “지방의회의 부패가 극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뉴스1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공직자 100명 중 15명(15.51%)은 지난 1년 새 지방의회 의원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1차례 이상 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전체 공직자 100명 중 2명(1.99%)만이 자기 기관에서 비리가 벌어지는 것을 봤다고 답한 것의 8배에 달하는 비율이다. 지방의회의 부정부패는 공공부문 중에서 가장 심각하고, 특히 광역의회보다는 기초의회의 부패가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만들어진 지방의회가 토착 비리의 온상이 된 것이다.

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권익위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특별시·광역시·도)와 75개 기초자치단체(시)에서 일하는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 지방의회와 업무상 관계를 맺은 전문가·시민단체를 대상으로 익명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권익위는 이들에게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년간 지방의회 의원과 업무를 하면서 부패를 경험했느냐’고 물었고, 15.51%가 ‘그렇다’고 답했다.

지방의회와 업무상 엮였던 전문가·시민단체를 제외하고, 지방의원들을 상급자처럼 모셔야 하는 지방 공직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6.33%가 지방의원으로부터 의정 활동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부당한 업무 처리를 요구받는 등의 ‘갑질’을 당했다고 했다. 9.96%는 공공 사업을 맡길 업체를 선정할 때 지방의원이 선정 과정에 개입하거나 특정 업체에 유리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지방의원들은 의정 활동을 구실로도 공직자의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 공직자의 8.36%는 지방의원들이 의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사적인 이익을 위해 지자체나 지방 공공기관의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압력을 넣었다고 했다. 5.05%는 지방의원들이 사익을 챙기기 위해 지자체나 지방 공공기관의 비공개 정보를 요구했다고 했다.

경제적 대가가 직접적으로 오가는 비리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1%는 채용·승진·전보 등 인사와 관련해 혜택을 받는 것을 대가로, 1.00%는 의정 활동과 관련해서 지방의원으로부터 금품이나 향응, 편의 제공 등을 요구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2차례 이상 그런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인사 청탁에 필요한 금액은 평균 71만원, 의정 활동 관련 청탁에 필요한 금액은 평균 57만원이었다.

지방의회의 부패는 광역단체보다 기초단체에서 더 심했다. 특별시·광역시·도에서 광역의원의 부패를 경험한 비율은 9.04%였지만, 시에서 기초의원의 부패를 경험한 비율은 16.92%에 달했다. 일부 시에서는 이 비율이 30%를 넘기도 했다. 경기 안성시는 38.16%, 전북 군산시는 37.21%, 강원 태백시는 33.66%였다. 안성시에선 공직자 44.80%가 시의원으로부터 부당한 업무 처리를 요구받았다고 했다.

권익위는 “지방의회의 부패가 극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번에 처음으로 시의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부패 실태 전수 조사를 올해부터 군의회·구의회를 대상으로도 실시하겠다고 했다. 또 올 상반기 내로 각 지방의회가 공무원행동강령·이해충돌방지법·청탁금지법을 준수하기 위한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지방의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렴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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