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심장이식, 아들은 인공심장…건강한 새해 맞은 모자
심장 근육 이상으로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고 있던 엄마와 아들이 서울아산병원에서 각각 ‘두 번째 심장’을 선물 받았다. 어머니는 2009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을 받았으며 아들은 지난해 말 인공심장을 이식받아 최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서울아산병원 심부전심장이식센터는 지난해 11월 말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던 이 모 씨에게 심장이식 전까지 건강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인공심장을 이식하는 좌심실보조장치(LVAD) 삽입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100번째 좌심실보조장치 삽입술을 달성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씨의 어머니 또한 같은 질환을 앓아 14년 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을 받은 사연이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2009년 6월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던 이 씨의 어머니 김 씨가 유일한 치료법인 심장이식을 간절하게 기다렸다.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센터로부터 뇌사자 심장을 이식받을 수 있다는 기적 같은 연락을 받은 어머니는 정성호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의 집도 아래 성공적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새로운 심장으로 건강하게 생활해오던 어머니는 야속하게도 본인과 동일한 심장질환으로 아들도 치료가 필요한 것을 알게 됐다. 여전히 심장이식 기증자가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의료수준은 14년 전과 비교해 많이 발전해있었다.
심장이식을 받기 전까지 안전하고 건강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인공심장을 삽입하는 수술이 좋은 대안이 된 것이다. 아들인 이 모 씨는 심장펌프기능을 대신해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돕는 좌심실보조장치를 삽입하는 수술을 먼저 받기로 했다.
14년 전 수술실로 들어가던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수술을 응원하던 고등학생 아들 이 씨, 이제는 어머니가 아들의 손을 붙잡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정철현 교수의 집도로 4시간에 걸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안전하게 좌심실보조장치 삽입술을 받은 이 씨는 지난달 29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좌심실보조장치를 삽입받은 환자 이 씨는 “수술 전에는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고 피로감이 심했는데 수술 후에는 자연스럽게 숨이 쉬어져 만족스럽다”며 “퇴원하면 가볍게 유산소 운동을 하거나 가까운 곳으로 여행도 다닐 수 있다고 하니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갑진년 한 해를 보내면서 심장이식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 심장이식 기증자 부족…대기 환자 희망인 '좌심실보조장치 삽입술'
심부전은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심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다. 관상동맥질환이나 확장성 심근병증, 선천성 심장질환 등이 주요 발병 원인이다. 심부전 초기에는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말기라면 심장이식이 최선이다.
국내 심장이식 기증자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환자는 대기기간 중에 사망하거나 급격히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고령이거나 동반 질환이 많은 환자는 심장이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심부전 환자의 심장펌프기능을 대신해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돕는 기계 장치인 좌심실보조장치 삽입술이 시행되고 있다. 좌심실보조장치를 삽입한 환자의 1년 생존율은 전 세계적으로 80% 정도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좌심실보조장치를 삽입한 환자의 1년 생존율은 82.6%로 심장이식까지 비교적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간 이식술을 받은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58.7세며 최연소 17세부터 최고령 78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 이 중 41명은 좌심실보조장치를 삽입한 이후 건강하게 대기하다가 심장이식을 받아 새로운 심장을 얻었다.
김민석 서울아산병원 심부전·심장이식센터장은 “높은 심장이식 수술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기증자가 부족해 이식 대기 중 사망하거나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심부전 환자의 치료 경험과 심장이식 수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환자 생존율 및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좌심실보조장치 삽입술도 적극 시행해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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