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구미 해평습지에서 목격된 '재두루미' 54마리···"사라진 흑두루미도 다시 볼 수 있을까?"

박재형 2024. 1. 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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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종인 재두루미 54개체가 해평습지인 낙동강 감천 합수부에서 목격됐습니다.

새해 첫날,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은 낙동강 감천 합수부(해평습지)에서 반가운 겨울 철새 재두루미 수십 마리가 모래톱을 찾아 월동하고 있는 장면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종인 '귀한 새' 재두루미 54마리는 일주일 전부터 이곳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동안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서너 개체의 재두루미 가족이 감천 합수부를 찾아 월동한 적은 있지만, 50개체 넘게 월동한 적은 없었다고 정수근 처장은 설명했습니다.

흑두루미 도래지로 유명했던 해평습지···2020년부터 흑두루미 '실종'
더군다나 이곳 해평습지는 재두루미보다 흑두루미 도래지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과거에는 흑두루미 수천 개체가 도래하던, 철새들에게 소문난 명소였습니다.

그런데 3년 전인 2020년부터 흑두루미들이 실종됐습니다.

그들이 오지 않는 이유가 생긴 것이죠.

가까이에 새로운 도로가 신설된 것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심각한 변화는 낙동강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정수근 사무처장은 밝혔습니다.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낙동강이 거대한 물그릇으로 변하면서 모래톱 사라져···흑두루미들 '낙동강 루트' 버리고 '서해안 루트' 이용"

그는 "낙동강이 거대한 물그릇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흑두루미들은 넓은 개활지 같은 모래톱이 있어야 내려와 쉴 수 있다"며 "수백 개체가 한꺼번에 움직이기에 천적 등으로부터 피신할 안정적 거리가 필요하다. 그 때문에 사방이 확 트인 모래톱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4대강 사업 전 낙동강은 거의 모든 구간 넓은 모래톱이 존재했다. 그 덕분에 흑두루미들은 낙동강을 따라서 이동하며 월동지인 일본 이즈미와 순천만까지 날아갔다"며 "이른바 흑두루미들의 '낙동강 루트'가 존재해 온 것인데, 이 '낙동강 루트'에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낸 게 바로 4대강 사업"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모래톱을 모조리 준설하고 보에 물을 채우자 광활했던 모래톱이 깡그리 사라져 버렸다. 낙동강은 거대한 물그릇으로 변했고, 생명이 찾지 않는 곳으로 급격히 변해갔다"며 "흑두루미들이 '낙동강 루트'를 버리고 '서해안 루트'를 이용하게 된 이유 또한 마찬가지 원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야생동물들에겐 아주 가혹한 결과를 남겼다. 물길이 깊어지면서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겨울 철새들이 떠났다는 점"이라며 "깊어진 물길이 강 이쪽저쪽으로의 이동을 차단하면서 야생동물들도 오갈 수 없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서식처도 반 토막이 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낙동강 일부, 예전 모습 복원되면서 철새·야생생물 다시 찾기 시작···감천에서 흘러들어온 모래톱에 재두루미 내려앉기 시작한 듯"
또한 "최근 낙동강 일부가 드문드문 예전 모습으로 복원되면서 철새나 야생동물들이 이곳을 찾아와 머물다 가거나 이곳을 월동지 삼아 겨울 한 철을 나고 다시 고향으로 날아가곤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감천 합수부가 대표적인 곳으로, 감천에서 흘러들어온 모래톱이 이 일대를 4대강 사업 이전의 모습으로 복원시켜 놓았고 그 현장을 재두루미가 포착해 이곳에 내려앉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정수근 사무처장은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개체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이 현상이 흑두루미들의 낙동강 루트 복원 가능성을 높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며 "이런 현상이 긍정적으로 발전한다면, 과거 수천 마리 흑두루미 도래지로 명성이 높았던 해평습지로의 복원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을 듯하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은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월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미시가 이들의 먹이를 주기적으로 공급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시는 벌써 수년째 이곳에 겨울 철새들의 먹이인 볍씨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연적인 변화 따라야 재두루미 계속 찾을 것···'생태 도시 구미시'로 변화해야"
이런 노력은 한계가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정 사무처장은 "자연적인 변화가 따라야 한다. 낙곡(떨어진 낱알)을 주요 먹이로 삼아온 이들을 위해서 농경지를 계속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며 "순천시처럼 농민들과 영농단을 꾸려서라도 일정한 면적의 농경지를 공존의 공간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순천시는 시의 적극적 행정으로 매년 흑두루미를 보러 수십만 관광객들이 찾는 생태관광의 '메카'가 되어가고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구미시도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구미시를 위해서도 좋고, 더불어 그것이 야생과 인간이 공존해 가는 길이기 때문에 생태적 질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며 "'공단 도시 구미시'를 넘어, '생태 도시 구미시'와 같은 혁신적이고도 미래지향적 슬로건을 내세우는 생태적 변화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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