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더스' 유죄 확정…대법 "비방 목적 인정"

최기철 2024. 1. 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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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직장 등 신상공개로 낙인효과"
"정보 공개범위도 공익 목적 벗어나"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 신상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대표 구본창씨가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 대표에게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4일 확정했다. 구 대표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남편의 신상정보를 제공한 A씨도 벌금 70만원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패드파더스'에 대한 신상공개 목적이 사적제재 수단의 일환에 가깝다고 보고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배드파더스 [사진=권준영 기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배드파더스' 사이트의 신상정보 공개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알린 것은 결과적으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이트의 주된 목적은 양육비 미지급자 개인의 신상정보를 일반인에게 공개함으로써 인격권 및 명예를 훼손하고 그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해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이트 운영이 양육비채권자 개인 의사로 좌우된 점 △대외적 신상정보 공개 취지도 양육비 추심으로 밝히고 있는 점 △양육비 미지급자 목록 게시는 양육비채권자의 양육비채무자에 대한 압박 의사를 대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양육비채무자의 얼굴 사진과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신상정보를 일반에게 공개한 점 △양육비 지급사실이 확인될 경우 신상정보 공개글을 삭제한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신상정보를 공개하면서 공개 여부 결정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이나 양육비채무자에 대한 사전 확인절차를 두지 않았고, 양육비를 지급할 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한번 훼손된 인격권 및 명예는 완전하게 회복되기 어렵고 양육비를 미지급하게 된 데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사전에 양육비 미지급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개별적 사정이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한 것은 채무불이행자 공개 제도 등과 비교할 때 볼 때 양육비채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커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배드파더스' 사이트에서 공개된 신상정보인 얼굴 사진, 구체적인 직장명, 전화번호는 공개 시 양육비채무자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가 매우 크다"면서 "'사람의 얼굴'은 개인을 식별하는 절대적인 요소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인 직장명 공개도 "다른 신상정보와 결합해 개인 특정을 쉽게 만들고, 생활의 기반이 되는 지역사회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덕적 비난을 받게 하거나 기본적인 신뢰를 잃게 해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사회활동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전화번호 공개 역시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의 직접적인 연락을 가능하게 해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의 일상적인 생활 영위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고, 이름과 결합해 유통될 경우 그 악용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최기철 기자]

대법원은 '배드파더스'가 강하게 주장한 공익적 목적에 대해서도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더라도, 익명처리가 된 자료 제공 또는 통계수치의 제시 등으로도 위와 같은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면서 "얼굴 사진, 구체적인 직장명, 전화번호의 공개가 공익적 목적과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얼굴 사진 등을 공개해 양육비를 즉시 지급하도록 강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급박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배드파더스' 사이트에서 얼굴 사진, 구체적인 직장명, 전화번호를 공개함으로써 입게 되는 피해자들의 피해의 정도가 현저히 큰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들의 상세한 정보까지 공개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구 대표는 2018년 7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등 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배드파더스'의 목적이 공익에 있다고 보고 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온라인에 게재하고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악의적이거나 모욕적인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면서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 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양육비 지급 문제는 공적 관심사안이기는 하나 사인이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로, 사적 제재가 제한 없이 허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구씨 등이 상고했다.

'배드파더스' 사이트는 별도의 회원 가입절차 없이 누구나 게시 글을 열람할 수 있고, 하루 평균 방문자가 약 7~8만 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신상정보가 공개된 후에는 여러 양육비 미지급자가 양육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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