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조각가와 K-조각] <14> 다니엘 뷔랑: 미술을 일상으로, 스트라이프를 스트리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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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기는 파란색과 하얀색과 빨간색 줄무늬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줄무늬 패턴 하나로 세계 미술계의 정상에 우뚝 선 작가가 있다.
줄무늬 패턴의 샌드위치 보드를 몸에 걸친 사람들이 파리의 거리를 걸어 다닌다거나(1968년, 파리의 노상에서), 줄무늬 패턴의 피켓을 든 사람들이 거리를 행진하는 퍼포먼스가 마치 제도권 미술에 대한 데몬스트레이션을 상기시키는 것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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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기는 파란색과 하얀색과 빨간색 줄무늬로 이루어져 있다. 또 이탈리아 국기는 녹색과 하얀색과 빨간색 줄무늬로 이루어져 있다. 그 외 줄무늬 바탕에 문장을 포함하는 국기들에 이르기까지 줄무늬 패턴은 아마도 가장 보편적인 국기의 유형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줄무늬는 보편적인 상징색과 쉽게 눈에 띄는 시각 정보를 함축하고 있다고 해도 좋다. 국기가 그렇고 의복이 그렇다. 그리고 여기에 공공 디자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체크 무늬와 특히 줄무늬 패턴은 가장 보편적인, 그리고 대중적인 시각적 기호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 줄무늬 패턴 하나로 세계 미술계의 정상에 우뚝 선 작가가 있다. 프랑스 출신의 개념미술가 다니엘 뷔랑(86·사진)이다. 작가는 스트라이프가 가장 보편적인 시각언어로서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1971년 구겐하임미술관 전시에서는 작가가 출품한 대형 현수막 형태의 스트라이프 작품이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철거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줄무늬 패턴이 얼마나 강력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지 말해주는 일화로 보면 좋을 것이다.
지금이야 제도권 미술가가 됐지만, 원래 다니엘 뷔랑은 미술관 중심의 제도권 미술에 저항하기 위해 스트라이프를 들고 나왔었다. 실제로도 작가는 미술관을 '부르주아의 손에 쥐어진 위험한 무기'라고 했다.
미술을 미술관에 가두는 대신, 미술을 일상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술을 일상으로! 스트라이프를 스트리트로! 아마도 작가의 예술관을 이렇게 함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줄무늬 패턴의 샌드위치 보드를 몸에 걸친 사람들이 파리의 거리를 걸어 다닌다거나(1968년, 파리의 노상에서), 줄무늬 패턴의 피켓을 든 사람들이 거리를 행진하는 퍼포먼스가 마치 제도권 미술에 대한 데몬스트레이션을 상기시키는 것이 그렇다. 그렇게 작가는 미술관을 박차고 나와 거리의 미술가가 되었고, 장소 특정성 미술을 실천했고, 공공미술을 열었다.
다니엘 뷔랑은 줄무늬 패턴의 천이나 포스터를 제작해 거리에 붙였다. 광고판에도 붙이고, 궁전의 기둥에도 붙이고, 광장의 벤치에도 붙이고, 관공서와 같은 공공 건축물에도 붙이고, 미술관에도 붙였다. 작가가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사용한 예외적인 경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미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허물었다. 장소를 작업에 끌어들여 사람들의 장소에 대한 평소 지각과 인식을 변화시켰다. 그러나 무작정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작품 설치가 한시적이란 점에서, 철수한 이후에는 다만 사진(작가가 '사진-기억'이라고 부르는)과 같은 아카이브 형태로만 남는다는 점에서 크리스토 자바체프(불가리아 출신의 대지 미술가)와 같은 설치미술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후 줄무늬 패턴은 색색의 반투명한 플렉시글라스로 변주되면서 작업이 더 다채로워진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사옥 건물을 장식한 '한국의 색, 인 시튜'(2019~2020년)도 그렇게 제작된 작업이다. 그렇게 작가는 미술의 문법을 바꿔 놓았고, 도시 디자인과 같은 공공미술 영역에 새 장을 열었다.
고충환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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