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우려는 커지는데···롯데건설, PF부실 파고 넘어설까
“부동산 업황 개선 없으면 리스크 계속”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올 초 롯데건설도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시장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롯데건설은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을 신청한 태영건설처럼 PF 사업 비중이 크고 1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미착공 사업장 중 80%가 지역 사업장이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없으면 2022년부터 계속된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증권은 4일 보고서에서 “태영건설의 (지난 12월28일) 워크아웃 신청으로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면서 “롯데건설은 PF 규모가 크고, 1년 내로 돌아오는 PF 채무가 유동성보다 크며, (사업성이) 좋지 않은 PF사업장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태영건설과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의 PF 현황을 보면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12.7%로 주요 건설사 중 태영건설(373.6%·별도 기준) 다음으로 높다.
올 1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미착공 PF(브릿지론) 규모는 3조2000억원인데 경북·대구·대전·울산·인천·충북 등 위험지역(8670억원)을 포함한 서울 외 지역은 78.1%인 2조5000억원이다. 지역 사업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본PF 전환 가능성이 적은 상황이다.
롯데건설의 현재 보유 현금은 2조3000억원, 1년 내에 만기가 오는 단기차입금은 2조1000억원이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PF 우발채무까지 고려하면 롯데건설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고 PF 만기를 모두 연장하더라도 본PF로 전환하지 않으면 리스크가 반복될 것”이라면서 “부동산 업황 개선 없이는 위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 2일 보고서에서 “롯데건설이 보증한 PF 사업장의 약 75%가 착공 전”이라면서 “향후 사업 추진 과정과 분양 실적에 따라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계감(우려)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설은 수년 전부터 나왔다. 롯데건설은 레고랜드 사태(강원중도개발공사 기업회생신청)로 자금 시장이 얼어붙었었던 2022년 10월에 롯데케미칼에서 5000억원을 단기차입했다. 한 달 후에는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등 주주사를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은행권 대출과 담보 차입 등으로 1조원 이상의 자금조달도 추진했다.
롯데건설이 신용보강을 한 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나 ABSTB(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 등의 차환과 상환을 위한 대응이었다. PF 우발채무 6조7000억원 규모였고 그 중 연말 만기 도래분은 절반에 가까운 3조1000억원이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당시 “PF 우발채무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지 못하면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이날 ‘2024년 산업 전망’에서는 롯데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과중한 PF 우발채무 규모를 모니터링 요인으로 꼽았다. 한신평은 “롯데건설의 PF 보증 규모는 지난해 일부 축소됐지만 여전히 자기자본 및 유동성 대비 과중하다”며 “대부분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화증권으로 차환부담이 있다”고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올 1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미착공 PF 중 2조4000억원은 이번달 중으로 장기 조달구조로 전환하고, 8000억원은 1분기 안에 본PF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신평은 주요 건설사 중 롯데건설 외에도 GS건설, 신세계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신평은 GS건설에 대해서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관련 행정처분 결과, 신규 현장 분양실적과 미착공 사업장 PF 차환 여부를 주요 모니터링 요소로 꼽았다. 신세계건설에 대해서는 주요 주택사업장의 분양실적 등을,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서는 영업정치 처분 수준 등을 모니터링 요소로 꼽았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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