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만 남은 금투세 폐지 [신하연의 여의도 돋보기]

신하연 2024. 1. 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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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글쓴이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나요. 어렵고 딱딱한 증시·시황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래서 왜?'하고 궁금했던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열린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증시 개장식에 참석한 건 처음이었는데요, 이보다 놀라운 이슈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약속했단 겁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에 도입 예정인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금융투자소득세, 즉 금투세란 주식·채권·펀드를 비롯한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릴 경우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과세하는 법안입니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 2023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윤 정부 이후 2025년 시행으로 2년 유예된 바 있습니다.

현행 과세 체계에서는 상장주식의 경우 대주주 요건(코스피 기준 보유지분율 1% 이상 또는 지분액 10억원 이상)이 아니라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습니다. 금투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에 충실한 셈이죠.

미국주식을 거래하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미국 주식 또는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로 인한 실현 손익이 연 250만원 이상인 경우 과세 대상이 되며, 손실 확정을 통해 세금 절감이 가능하죠. 여기서 부과되는 22%의 세금이 양도소득세입니다.

윤 대통령의 금투세 폐지 공약은 1400만 개인 투자자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 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남발한다면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지난해 말 정부가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한 시행령 개정 사항과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주식 양도세 완화는 대통령령인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야당과 협의 없이 단독 처리가 가능했지만 금투세는 세법 개정 사안인 만큼 국회 논의를 거쳐 법률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통상 세법 개정안은 매년 8월 기획재정부가 심의해 발표하며, 개정안은 9월 정기 국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현재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오는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물론 금투세 도입만이 능사라는 건 아닙니다. 증권거래세 폐지 등 현실적으로 더 손봐야 할 제도들도 많고요. 말만 던져놓고 찬반 논란을 만들기보다는 구체적인 고민과 심도 깊은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금투세 도입을 둘러싸고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할 문제가 손익통산 부분이라는 데 목소리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익에 세금을 내는 만큼 투자로 손실을 보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려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과 일본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 계산에 있어 손익통산절차(netting process)를 통상적인 세액계산 절차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소득세법의 기본원칙을 반영하고 있는 건데요.

미국은 증권, 파생상품, 펀드, 국외주식 등 금융투자상품 전반에 대해 보유기간 1년을 기준으로 단기자본손익과 장기자본손익으로 나눠 각각 손익통산을 하고, 일반소득(근로소득 등)에 대해서는 장단기손실 3000달러 한도로 손실공제를 해줍니다.

일본도 금융투자상품중에서 상장주식·채권·펀드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일괄적인 손익통산을 허용합니다.

과세 부담으로 거래가 줄어드는 것을 막고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 역시 필요합니다. 미국은 장기투자자에게 직접 세제 혜택을 제공합니다. 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할 시 소득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저율 과세를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단타 투자가 아닌 장기 보유를 독려하는 정책인 셈이죠.

한국에서도 선거 이슈를 앞두고 매번 반복되는 포퓰리즘성 경제 정책보다는 자본시장 발전에 대한 현실성 있는 고민이 우선되길 바라봅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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